1956년 가을, 프랑스 미술상 루이 카레(Louis Carre′)와 그의 세 번째 아내 올가 카레(Olga Carre′)는 당시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핀란드 관을 디자인한 알바 알토(Alvar Aalto)를 처음 만났다. 그들은 알바 알토에게 파리 외곽 마을 바조슈-수르-구욘(Bazoches-sur-Guyonne)에 마련한 넓은 부지에 예술적 기품과 자재를 갖춘 빌라를 지어 달라고 의뢰했다.
당시 루이 카레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의뢰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콘크리트 재료 때문에 주저했다. 결국 알바 알토에게 의뢰한 이 집은 건축물과 맞춤 제작 가구, 세심하게 조성된 주변 환경으로 완성돼 모더니즘의 걸작이 됐다. 인테리어는 알바 알토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엘리사 알토(Elissa Aalto)가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루이 카레의 마지막 안식처가 돼준 이 집은 문 손잡이와 가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외내부 설비에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유일한 개인주택이다.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메종 루이 카레 전경.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삼각 지붕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합의로 완성됐다. 문 손잡이처럼 작은 디테일까지 알바 알토가 디자인했다.
흰색 벽돌과 구리로 만들어진 대문을 지나 오래된 나무들이 흐드러진 자갈길을 한참 오르면 경사진 지붕을 가진 메종 루이 카레가 보인다. 주변 풍경을 반영하기 위해 블루 노르망디 슬레이트로 만든 이 지붕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으로 평평한 지붕을 원하지 않았던 루이 카레의 주문으로 탄생했다. 집 안팎에 쓰인 핀란드산 원목과 청동, 가죽 등의 재료는 최고 품질을 자랑하며 이 집의 역사를 안고 있다.
루이 카레의 광범위한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넓은 화이트 갤러리 벽과 미술 작품을 걸 수 있는 레일, 작품을 비추는 조명 등은 집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특징 중 하나. 대부분의 가구와 조명, 패브릭, 문 손잡이 등은 이 집을 위해 디자인한 것으로 그중 일부만 아르텍 제품으로 포인트를 줬다. 현관에 들어서면 5m에 달하는 핀란드산 소나무 천장이 방문하는 이들을 압도한다.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노라마는 한 폭의 그림 같이 느껴진다. 루이 카레는 이 집에 입주한 후에도 야외 수영장과 탈의실 같은 다양한 요소를 추가했고,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집의 형태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르텍 컬렉션과 이 집을 위해 제작한 가구들이 놓인 거실과 침실.
루이 카레를 강력하고 열정적인 후원자로 기억하는 알바 알토는 “친밀한 의미에서 개인적인 협력관계가 이곳의 건축적 기본을 만들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후대에 남겨질 이 집의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기에 공사 기간 중 건축가의 지시를 존중하지 않는 작업자는 과감하게 해고했다. 엘리사 알토에게 인테리어와 현장 담당을 맡긴 것 역시 건축을 향한 그의 집념 때문이었다. 어떤 건축주가 이런 건축가의 혁신적인 노력과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르텍 컬렉션과 이 집을 위해 제작한 가구들이 놓인 거실과 침실.
알바 알토는 공간 비율에 대한 개념과 자신이 가진 스타일을 파리 외곽의 지역적인 특색과 풍경, 건축주의 요구 사항에 맞춰 완벽하게 디자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역사적 기념물로 등재된 이 집은 2007년부터 주말마다 대중에게 공개된다. 또 2014년부터는 박물관으로서 다양한 전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알바 알토와 루이 카레가 예감했듯, 이 집은 후대에 길이 남는 예술품이 되어 예술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핀란드 목재로 제작한 천장과 파노라믹 전경이 투영된 거실 풍경.
모던한 빌트인 가구와 주방 시스템으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든 주방.
모던한 빌트인 가구와 주방 시스템으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든 주방.
다이닝 공간에도 아르텍의 가구와 패브릭을 사용했다.
다이닝 공간에도 아르텍의 가구와 패브릭을 사용했다.
미니멀하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집 안 곳곳의 풍경.
미니멀하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집 안 곳곳의 풍경.
미니멀하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집 안 곳곳의 풍경.
미니멀하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집 안 곳곳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