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이번 연휴에는 뭘 볼까요?

곧 설 연휴가 찾아옵니다. 새해 계획은 잘 지키고 있으신가요? 혹시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다시 실천해 보세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너무 추워서 어딘가로 떠나기가 부담스럽다면 이번 주말엔 연인과 가까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어떨까요? 알짜 정보 없이 전단지나 뒤지는 당신을 위해 엘르가 좀 나섰습니다. 고양이 에디터의 입맛에 따라 발바닥 평점도 제공합니다. 완성도, 쾌감도 모두 '발바닥 3개'가 만점입니다. 재미로 한번 체크해 주세요!

프로필 by ELLE 2012.01.19

 

 

고양이 세수: 부당 해고된 김경호(안성기) 교수는 항소심마저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자, 담당 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한다. 사법부는 김경호의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다.

고양이 기지개: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된 후 구속된 정봉주 사건과 맞물려 <부러진 화살>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그 동안 게임처럼 죄의 유무를 따지는 법정드라마는 많았지만, 신랄하게 사법부의 이면을 건드리는 정치 영화는 없었다.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법정드라마의 또 다른 진화에 박수를 보낸다. 언제나 말랑말랑한 옆집 아저씨 안성기가 고지식한 김교수로 나온 건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명대사가 묘하게 통쾌감까지 안겨준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보수 꼴통 판사로 문성근이 등장하는 순간, 바로 파안대소가 일어난다. 궁지에 몰린 문성근의 표정이 이 영화를 살렸다!

고양이 세수: 아내를 잃은 칼럼니스트 벤자민(맷 데이먼)은 엄마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아이들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이사를 결정한다. 완벽하게 보이는 집을 발견하지만 야생 동물들이 사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이었다.

고양이 기지개: 혹시 아이들 영화? 천만에 말씀. 제목만 들으면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감독이 카메론 크로우다. <싱글즈>나 <올모스트 페이머스>로 입증한 것처럼 음악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시다. 크로우는 맷 데이먼을 캐스팅할 때, 그를 위한 BGM을 보냈다. 그렇다면 말 다했다! 물론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이 흘러나오긴 하지만, 음악영화는 아니다. 참 많은 타깃을 소화하는 가족영화다. 야생동물이 전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소재라면, 10대는 엘르 페닝, 20대, 30대는 스칼렛 요한슨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 다다익선의 제안!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휴머니즘으로 포장한 뻔한 감동은 슬쩍 피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나한테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고양이 세수:  소년 시릴의 꿈은 잃어버린 자전거를 되찾는 것이다. 어느 날, 아빠를 찾기 위해 보육원을 도망친 시릴은 아빠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게 된다. 한편 미용실 주인 사만다는 시릴에게 주말 위탁모가 되어준다.

고양이 기지개: 다르덴 형제의 여정은 <더 차일드>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전작 <로나의 침묵>으로는 감탄할 수가 없었다. 전작들과 달리 음악을 사용을 사용한 <자전거 탄 소년>은 <아들>에 맞먹는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캐릭터의 뒷모습을 밀착해서 좇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카메라가 좀 더 뒤로 물러났다. 감정적 개입 없이 소년 시릴의 삶을 냉철하게 바라본다. 능수능란한 다르덴 형제가 관객에게 동정이나 연민을 일으킬 리는 없다. 후반부에는 캐릭터가 충돌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묘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소년은 결코 울지 않는다. 다만 너무 빨리 어른이 될뿐이다. 누구도 통과의례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한 번은 넘어져야 한다.

고양이 세수: 마라토너 만호(김명민)는 페이스 메이커다. 오직 동료의 1등을 위해 달려야 하는 선수다. 마라톤은 42.195km지만 그의 결승점은 언제나 30km까지다. 어느 날, 오로지 자신을 위해 달리고 싶다는 꿈을 갖는다.

고양이 기지개:
노장 페이스 메이커의 올림픽 도전기. 포스터만 봐도 바로 느낌이 오는 것처럼, <국가대표>를 표방한 휴머니즘 영화다. 꼴지의 반란에는 언제나 감동과 눈물이 있지 않던가! 제2의 <국가대표>나 <말아톤>이 되고 싶겠지만, 그 정도의 감동이나 흥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 영화를 골라야 한다면 이유는 하나다. 바로 김명민에 대한 믿음 때문! 김명민의 연기는 완벽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부를 만큼 병적이다. 다이어트와 인공 치아를 통해 마라토너로 다시 태어났다. 자신을 송두리째 버리고 캐릭터의 삶을 사는 그의 도전정신은 정말 눈부시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김명민이 달리는 런던 올림픽 장면은 의외로 생동감 있다! 7월 27일부터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이번 여름밤, 잠은 다 잤다!


고양이 세수:  키타큐슈의 한 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부임한 미카코(아야세 하루카). 남자 배구부의 고문이 된 그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마음에 '시합에서 승리하면 가슴을 보여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한다.

고양이 기지개:
 
너무 뻔한 스포일러 한 가지! 청순미의 대명사 아야세 하루카가 벗는 일(?)은 없다. 아오이 소라의 <가슴 배구단>은 아니니까! 제목이나 설정만 들으면 '변태'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2세관람가 영화라는 것을 먼저 체크하시라! R등급을 원한다면 을 보는 게 낫다. 수위는 <아메리칸 파이>나 <몽정기>보다도 약하다. '가슴'이란 단어가 100번 이상 나오지만, 가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다. '찐따' 중학생들이 스포츠(배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배우는 전형적인 성장 영화다. 다분히 복고 취향이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타깃도 한계도 분명하다. <워터보이즈>, <요시노 이발관> 같은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권한다. 당신이 예상하는 그대로다!

Credit

  • WORDS 전종혁 기자
  • PHOTO 네이버 영화
  • ELLE 웹디자이너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