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딩엄빠'들의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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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딩엄빠'들의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리얼리티 예능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의 남성현 PD와 주기쁨 작가에게 청소년 부모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던, 혹은 모르고 있는 건 무엇인지 물었다.

전혜진 BY 전혜진 2022.05.22
 
10대에 부모가 된 출연자들은 이성 교제부터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의 서사를 방송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남성현 시사나 다큐멘터리에서 주기적으로 다뤄온 소재지만, 보통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익명으로 등장해 왔다. 나조차 ‘예능에 나올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생소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둡고 무겁게 다뤄야 할까. 극적인 인물이 아닌, 또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로서 이들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주기쁨 요즘 아이들은 SNS, 유튜브 등 정말 다양한 경로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육체적 · 정신적 성숙도가 이전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반면 청소년의 성교육 수준이나 사회적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 틈에서 아이들은 학원 화장실에서, 놀이터에서 그릇된 방식으로 첫 경험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변화를 어른들은 모른 척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인식과 현실의 괴리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은 돌멩이 하나쯤 던져보려 했다.
 
지난 3월 첫 방송 이후 반응이 엇갈린다. 10대 가족을 미화하고 청소년 출산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양지로 꺼내야 할 이야기를 담았다는 호평도 있다
주기쁨 이왕 던질 돌이면 파장이 크길 바랐다. 언젠가 다 같이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우려 섞인 반응도 결국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잘 컸으면 좋겠다는,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감정이지 않나. 불편하다면 어떤 부분 때문인지, 내 인생이나 아이의 삶에 그 불편함이 어떤 영향을 줄지, 내 아이에게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각해 볼 지점이 되길 바란다.
남성현 프로그램에 대한 칭찬이나 비난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출연자들과 그들의 생은 남는다. 그저 오가는 논의 속에서 이 문제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조금만 바뀌면 좋지 않을까.
 
남성현이 입은 코트와 팬츠는 모두 COS. 니트는 Frizm Works.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기쁨이 입은 재킷은 Recto. 셔츠는 Vivienne Westwood.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남성현이 입은 코트와 팬츠는 모두 COS. 니트는 Frizm Works.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기쁨이 입은 재킷은 Recto. 셔츠는 Vivienne Westwood.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청소년 출연자들은 섭외에 기꺼이 응했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과정에서 가장 유념한 부분은
남성현 오히려 친구들이 더 의연하더라. 유튜브 콘텐츠나 SNS 영향인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부담을 덜 느꼈고, 자신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했다.

주기쁨 요즘 10대들은 눈높이에 맞는 삶을 자신이 선택한다. 비난 속에서도 아이를 책임지고 기르는 출연자에 대한 믿음이 컸고, 이들의 이야기에 분명 응원하게 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끝에 내린 결론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반응은 ‘그래서 이들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 거냐’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의문이다
남성현 청소년 출산을 조장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 아니다’라는 문제에 대한 답은 분명하지 않다. 이에 관한 결론을 애써 내리지 않는다. 그저 ‘10대 부모’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족 형태, 소외된 이들 저마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기에 출산했더라도 그들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은 성인의 삶처럼 제 각각이다.
주기쁨 시청자들은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동시에 함께 고민할 것이다. 고등학생 엄마와 아빠의 삶을 저마다 입장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결론이 나올 것이다. 책임의 무게를 보여주는 한편, 원치 않은 임신을 하더라도 어떤 선택지가 있을지, 이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어른으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아이들을 성장시킬지 고민하게 만들고 싶다. 존재의 인정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말이다.
 
청소년 부모의 학습권 박탈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퇴학 등 법적인 제재는 없지만 생계 유지나 육아를 이유로 학습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주기쁨 출산을 택했지만 삶을 꾸려나갈 최소한의 권리는 지켜져야 하지 않나. 자퇴나 퇴학으로 그들을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임신 사실을 학교에 숨겨야 하고, 낳을 거면 그만둬야 된다고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해도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학습권을 1순위로 포기한다. 아빠는 아이가 생겨도 학교를 다니지만 엄마 쪽은 무조건 그만두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남성현 학습이 가능하게끔 지탱하는 체계가 있다면 그 체제 안에 이들은 금방 들어올 거다. 포기부터 해버리니 안타깝다. 물적 지원도 좋지만 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다. 견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도적으로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주기쁨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꽤 잘 마련돼 있다. 1 · 2회 차에서 등장한 ‘임신부 100원 택시’나 ‘미혼모 임대주택’ 사례처럼. 하지만 인식은 제도를 뛰어넘지 못한다. 청소년 부모의 수가 늘어나도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하고 구체적인 통계를 내기도 어렵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호적에 이름을 올려 양육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남성현 제도가 잘 갖춰져도 10대 부모는 스스로 당당하지 못한데 그럴 필요가 없다. 혼자 아기를 키워도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고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아이의 존재를 숨기거나 ‘사촌동생’이라고 거짓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지. 먼저 스스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이들의 삶이 선정적인 소재나 화젯거리로 머물지 않기 위해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자료도 균형 있게 언급한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하지만 혼인신고가 어려운 청소년 신분이기에 아빠일지라도 수술 동의서를 쓸 수 없다는 점을 다룬 에피소드가 좋은 예다
남성현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제작이 불가능하다. 필요한 정보는 물론, 청소년 심리 전문가 박재연과 성교육 강사 이시훈 등 전문가 패널의 조언이나 이미 육아 경험이 있는 박미선, 하하, 인교진 등 MC들의 의견을 함께 전하려 한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미디어로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정보가 닿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소구하기 위함이다. 데이트 폭력과 잘못된 피임법, 가정 폭력 문제를 다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인식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아서인지 미혼부들은 미혼모의 경우보다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고, 정보 격차도 상당해 아이를 홀로 키우기 어렵다. 미혼부들의 이야기도 곧 다루려고 한다.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라는 제목에는 ‘고딩엄빠’보다 ‘어른들은 모르는’에 방점이 찍혀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비해야 할까
남성현 청소년들의 부모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헤쳐나갈 난관의 크기가 달라진다.
주기쁨 청소년 부모와 그의 자녀는 가족으로 이룰 수 있는 단위 중 가장 약한 이들로 이뤄진 ‘약한 가족’이다.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른들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선행돼야 할 문제다.
 
회차를 거듭하며 프로그램에 관해 달라진 반응을 느끼기도 하나
주기쁨 인연이 끊겼던 친정이나 시댁 가족과 방송 외적으로 만나 화해하고 다시 소통을 이어간 출연자도 있다. 정작 본인은 외면했지만 이 아이들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어른들은 놀라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 네가 만드는 것이 맞냐’는 반응을 보이던 지인들도 집에서 아이들과 터놓고 이 문제에 관해 얘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도 뿌듯하다.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와 창작자들의 역할은 얼마만큼 중요할까
남성현 창작자 이전에 어른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녀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향한 어떤 비난도 제작진의 몫이다.
주기쁨 청소년 이야기를 다루는 제작진의 작은 실수는 아이들의 가치관을 뒤흔든다. 출연자들에게 미안할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신념이 최우선이다. 다행히 출연자들이 우리를 잘 믿어줘서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어렵게 출산을 결심한 청소년들에게는 비난보다 안내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이들의 삶을 응원하며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PROFILE
주기쁨 방송작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2007), 〈해피투게더3〉(2007),  〈무한도전〉(2008), 〈정글의 법칙〉(2011) 등에 참여했다. 2011년 KBS 연예대상 쇼 오락 부문 방송작가상, 2013년 SBS 연예대상 예능 부문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남성현 PD. 주요 작품으로 〈불후의 명곡〉(2012), 〈슈퍼맨이 돌아왔다〉(2013), 〈우리동네 예체능〉(2014), 〈사인히어〉(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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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장한빛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헤어 스타일리스트 장하준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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