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2021 웃으며, 안녕! #전세라이프 #플라스틱
다사다난했던 2021년. 올해를 끝으로 작별을 고하고 싶은 기억과 감정, 추억들까지.... 올해도 무탈하게 자신의 생을 살아낸 이들이 여덟 가지 키워드에 실어 보내온 이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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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닷새째, 내 생애 가장 긴 1주일이 흘렀다. 월요일 출근시간에 맞춰 보냈건만 여전히 집주인은 기별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하염없이 매만지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어느덧 주말을 맞은 나는 내 것이 아닌 방에 누운 채로 애꿎은 문자 창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 정말로 X된 걸까? 위기감을 온몸으로 껴안고 망상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다시 한 칸짜리 월세로 돌아가야 하나? 그럼 한 달에 55만 원어치의 방값과 공과금은 어떻게 충당하지? 아예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회사를 옮겨야 할까? 아니면 이참에 고향으로 내려가버려? 거기엔 마땅한 일자리도 없을 텐데. 서울로 출근할 땐 KTX로 해야겠지? 늦어도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살다간 출퇴근길에 과로사로 죽는 게 아닐까….’ 기나긴 고민의 종착지가 죽음에 다다르자, 집주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기로 했다. 애절함이 가득 담긴 문자를 재차 보내려던 찰나 그토록 기다리던 답장이 도착했다.
“연락이 늦어서 죄송해요. 연장하면서 계약금 5% 인상 예정이니 참고 바랍니다.” ‘임차인 파주 씨,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갑시다!’ 그 순간 <쇼미더머니>에서 합격 목걸이를 건네받은 신인 래퍼처럼 온몸에 엔도르핀이 돌았다. 보이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저 멀리 경기도 신도시에 있을 자비로운 집주인을 향해 120° 정도 넙죽 숙여 절했다. 감사 표시와 동시에 내 서울살이 연장 성공을 자축하는 퍼포먼스였다. 장문의 문자로 서울에 눌러앉아 지낼 수 있는 시간을 2년 더 벌었다. 계약 연장을 기념하며 ‘오늘의집’ 앱을 켰다. 그러곤 장바구니에 오래도록 박아만 두었던 실용성 없는 조명을 냅다 구입했다. 빌린 것이기는 해도 일단 2년 동안은 내 집이니, 지금 느끼는 안도감을 유형의 무언가로 치환해 집에 장식해 두고 싶었다. 그날 저녁, 전두엽 구석 어딘가에 있을 모래시계를 거꾸로 세웠다. 자신이 조금은 시한부처럼 느껴졌지만 기념일을 기다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앞으로 또다시 2년. 당장 내년에도 무엇을 하고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뭐라도 좋으니 그때는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걸 단 하나라도 가지고 있기를. 든든한 부동산이든 빵빵한 통장 잔고든,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이든. 주간 밥벌이 레터 <풀칠> 에디터 파주

LIFE #배달 #플라스틱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 GETTYIMAGESKOREA
-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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