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웃으며, 안녕! #마스크 #혐오 #가스라이팅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2021 웃으며, 안녕! #마스크 #혐오 #가스라이팅

다사다난했던 2021년. 올해를 끝으로 작별을 고하고 싶은 기억과 감정, 추억들까지.... 올해도 무탈하게 자신의 생을 살아낸 이들이 여덟 가지 키워드에 실어 보내온 이별 편지.

전혜진 BY 전혜진 2021.12.25

BEAUTY #마스크

‘뷰티’라는 키워드를 꺼냈지만 올해는 내 얼굴에 전혀 아름답지 못한 시간이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서는 전사의 갑옷처럼 온종일 얼굴에 장착한 마스크 덕에 피지는 어느 때보다 광폭 행보를 보였다. 피부과를 집처럼 드나들고 진정과 쿨링에 좋다는 온갖 액체로 달래봐도 무용지물. 뜨거운 숨결에 올라간 약 2℃의 열기는 돈과 시간, 자신감마저 흩뜨려버렸다. 잃어버린 건 매끈한 피부(사실 원래도 완벽하게 매끈하지는 않았지만)뿐이 아니다. 크고 소중한 내 얼굴의 절반. 이제 마스크가 반쯤 덮인 얼굴이 본래의 내 얼굴인 것처럼 두뇌가 기억 조작을 일으키진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과 맞물려 이직 면접을 보고, 새로운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들과 첫인사를 나누고, 취재원과 반쪽자리 얼굴로 인터뷰해 온 나로서는 이들이 내 진짜 얼굴을, 마스크라는 가면 뒤에서 개구쟁이처럼 웃고 가끔은 투덜대는 ‘날것의 나’를 결코 모를 거란 생각이 든다. 과장해서 언젠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이 오면 나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카페에서 이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 두렵다. 믿기지 않겠지만 91년생답지 않게 회식과 MT에 열광하는 나는 희망한다. 2022년의 우리는 커다란 술집에 모여 함께 고주망태가 될 수 있기를. 마스크와 완전한 안녕을 고할 순 없겠지만 내년에는 동료들의 활짝 웃는 입매를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엘르〉 피처 에디터 전혜진 
 
 

SOCIETY #혐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여성과 남성,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보수와 진보 등 올해를 돌아보면 우리의 처절했던 갈등이 떠오른다. 이런 갈등은 대부분 집 안에서, 방구석에서 이뤄졌다. 화가 난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누군가를 욕하고, 늦은 밤 스마트폰과 SNS에서 어느 집단을 혐오하며,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 구석에 앉아 조롱과 멸시, 증오를 키웠을 것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는 각자도생의 사회, 개인과 개인이 따뜻한 선의로 이어지기보다 적의와 의심, 경계심과 편견으로 선을 긋는 사회가 됐다. 코로나19는 그런 세상을 심화시켰다. 우리가 매일 서로에게 연결돼 있다는 감각, 눈빛과 육성, 살갗과 시간으로 맺어져 있다는 감각을 소실시키면서 나와 당신 사이에 추상적인 공간을 더 확장시켰다. 그 공간은 창백한 겨울 같아서 그 속에 차갑고 메마른 관념이 침투하기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당신 사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편견과 혐오당해 마땅한 형상, 조롱받고 증오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시 그 공간을, 공백에 가득 들어찬 가짜 같은 당신의 모습을 허물고 진짜 ‘당신들’에게 가 닿아야 한다. 떨어진 공간을 넘어 다시 당신의 눈빛을 보고, 당신이 웃으며 튀기는 침을 얼굴에 맞고, 당신과 나누는 악수가 거리낌 없는 바로 그 거리에서 다시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과 함께 살아갈 삶을 지어나가야 할 것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해는 나와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다. 당신과 내가 만날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서 비로소 나도 다시 이해받고, 나도 당신을 다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화평론가 정지우

 
 

MIND #가스라이팅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라는 말이 있다. 이 사람이 결혼할 상대인지 신중하게 판단 후 결정하고, 만약 결혼생활이 내 삶이 무너질 정도로 힘들다면 신속하게 이혼하라는 것. 불행히도 나는 이별에 신중한 케이스였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쉽게 헤어지지 못했다.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스라이팅은 의도적으로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특히 그 말에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다면 이를 신뢰하지 않기란 대단히 어렵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믿지 못하고 가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나를 가스라이팅한 ‘그’는 내가 자기중심적으로 굴기 때문에 우리가 다투는 거라고 주장했다. 내가 이를 인정할 때까지 화를 풀지 않았고, 먼저 사과해야 싸움이 끝나곤 했다. 물론 참기만 한 건 아니었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말다툼도 해봤지만, 어느 순간 ‘나도 문제가 있겠지’ 하며 그의 말을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현실은 내 경우와 마찬가지로 만남은 신속하게, 이별은 신중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보통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몇 번의 데이트 후 가볍게 연애를 시작하고, 상대의 이상한 점을 발견해도 단순히 ‘성격 차이’ 정도로 여기며 넘기곤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큰 다툼이 벌어지거나 심각한 결점을 목도하지만 정 때문에, 쌓아온 시간 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이별을 결정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이게 옳은 결정인지 끝없이 자문한다. 그러나 자신을 잃을 정도로 만남이 파국으로 치달을 땐 뒤돌아보지 말고 이별해야 한다. 억울한 점이 있어도 항상 연인에게 사과하는가? 연인에 대해 설명하거나 변명하기 싫어 친구들과 가족에게 연인과 있었던 일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에겐 신속하게 ‘안녕’을 고하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만든 심리전문가가 제시한 유일한 해결책은 가해자와의 분리다. 새해에는 나를 행복하게 하며, 내 자존감을 살려주는 이와 함께하길.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저자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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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GETTYIMAGESKOREA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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