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AUTY #마스크
특히 팬데믹 기간과 맞물려 이직 면접을 보고, 새로운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들과 첫인사를 나누고, 취재원과 반쪽자리 얼굴로 인터뷰해 온 나로서는 이들이 내 진짜 얼굴을, 마스크라는 가면 뒤에서 개구쟁이처럼 웃고 가끔은 투덜대는 ‘날것의 나’를 결코 모를 거란 생각이 든다. 과장해서 언젠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이 오면 나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카페에서 이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 두렵다. 믿기지 않겠지만 91년생답지 않게 회식과 MT에 열광하는 나는 희망한다. 2022년의 우리는 커다란 술집에 모여 함께 고주망태가 될 수 있기를. 마스크와 완전한 안녕을 고할 순 없겠지만 내년에는 동료들의 활짝 웃는 입매를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엘르〉 피처 에디터 전혜진

SOCIETY #혐오
그렇게 나와 당신 사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편견과 혐오당해 마땅한 형상, 조롱받고 증오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시 그 공간을, 공백에 가득 들어찬 가짜 같은 당신의 모습을 허물고 진짜 ‘당신들’에게 가 닿아야 한다. 떨어진 공간을 넘어 다시 당신의 눈빛을 보고, 당신이 웃으며 튀기는 침을 얼굴에 맞고, 당신과 나누는 악수가 거리낌 없는 바로 그 거리에서 다시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과 함께 살아갈 삶을 지어나가야 할 것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해는 나와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다. 당신과 내가 만날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서 비로소 나도 다시 이해받고, 나도 당신을 다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화평론가 정지우

MIND #가스라이팅
현실은 내 경우와 마찬가지로 만남은 신속하게, 이별은 신중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보통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몇 번의 데이트 후 가볍게 연애를 시작하고, 상대의 이상한 점을 발견해도 단순히 ‘성격 차이’ 정도로 여기며 넘기곤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큰 다툼이 벌어지거나 심각한 결점을 목도하지만 정 때문에, 쌓아온 시간 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이별을 결정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이게 옳은 결정인지 끝없이 자문한다. 그러나 자신을 잃을 정도로 만남이 파국으로 치달을 땐 뒤돌아보지 말고 이별해야 한다. 억울한 점이 있어도 항상 연인에게 사과하는가? 연인에 대해 설명하거나 변명하기 싫어 친구들과 가족에게 연인과 있었던 일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에겐 신속하게 ‘안녕’을 고하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만든 심리전문가가 제시한 유일한 해결책은 가해자와의 분리다. 새해에는 나를 행복하게 하며, 내 자존감을 살려주는 이와 함께하길.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저자 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