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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90년대 미국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파이어족이 주목받은 건2008년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졌다. 이 위기를 목격한 젊은 사람들은 언제든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상이 무너질 수 있음을 무섭게 체감했다.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인 자유를 이뤄야겠다고 다짐했다.
파이어 트렌드는 대한민국에도 상륙했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재테크에 눈을 뜬 MZ세대는 월급만 받아서는 답이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받아들였다. ‘회사가 세상의 전부는 아냐’라는 생각은 코로나 이전부터 했겠지만, 이젠 회사 바깥 삶에 대해 진지하게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물론 파이어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험난한 길이다.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은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한 번쯤 냉정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 ‘나는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가?’ 이 질문은 꼭 파이어라는 꿈이 없어도 중요하다. 정년까지 꽉꽉 채워 수십 년을 일했는데도, 막상 은퇴 후에 경제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은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그렇기에 조기 은퇴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파이어족의 경제관에 대해서는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절약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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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런 절약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티끌 모아 티끌 아닌가요?” 정말 그럴까. 하루에 커피를 2잔 마시는 사람이 1잔만 줄여도 하루에 4000원은 아낀다. 요즘엔 저가 커피도 많이 나왔으니 3000원이라고 치자. 한 달이면 반올림해서 10만원이다. 1년이면 120만원, 10년이면 1200만원이다. 물론 여전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에이, 그래도 커피 정도는 괜찮지 않아?’ 물론, 괜찮다. 커피 한잔 마신다고 가세가 기울진 않는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건 파이어족이다. 남들보다 20년 이상 빠르게 은퇴하는 사람들은 매우 희소한 사람들이며, 그들은 희소한 노력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 정도는 써도 돼, 괜찮아’라고 말하는 지출을 그들은 괜찮지 않게 여긴다.
자본소득에 대한 이해
」물론 노동소득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 왜냐면 이 소득은 언젠간 0이 되기 때문이다. 연봉을 5천만원을 받든 1억원을 받은 언젠가는 은퇴를 하고, 노동소득은 0이 된다. 하지만 자본소득은 어떤가. 이 소득에는 정년이 없다. 대표적인 자본소득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이 자본을 들고 있으면 내가 일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월세와 배당금이 들어온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잔인하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내가 노동소득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절약 해서 이 돈을 꾸준히 자본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 자본들은 내가 잠자는 사이에도 계속 일을 한다. 마치 손오공이 자신을 대신해서 적과 싸워줄 분신들을 만들어내듯, 파이어족 역시 본인이 쉬는 시간에도 열심히 일해줄 자본을 수집한다. 주식 한 주를 사더라도 ‘자본을 모은다’라는 마음을 갖고 매수하는 사람들은 부화뇌동하지 않고 오래 투자 한다.
시간을 산다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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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은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상위에 두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시간을 사기 위해서 돈을 벌고 절약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기를 쓰고 남들보다 일찍 은퇴하려는 이유도 결국 시간 때문이다. 내 인생을 내 의지대로 통제하고 조율하면서 살기 위해선 시간의 주인이 돼야 한다. 이런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본소득이 필요하다. 내가 일하지 않더라도 내 일상을 지탱해줄 자본이 있어야만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상상
」누구나 파이어가 될 필요는 없고, 될 수도 없다. 개인의 선택이다. 여러 형태의 삶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꼭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자본소득의 중요함과 회사 바깥의 삶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어차피 조기 은퇴를 하든 정년퇴직을 하든 우리는 언젠간 회사를 그만두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