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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보다 직선이 어울리는 #김태리 가 단단한 눈빛 안에 담은 것들.

김태리는 옆에 놓인 의자를 내어줄 용의가 있는 사람이다. 느낌표와 물음표를 잔뜩 던지고 와르르 웃다가 이내 시큰둥할 수 도 있지만.

BY이마루2021.11.26
 
 
여러 의자에 앉아봤습니다.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인가요
거실에 있던 커다란 소파를 얼마 전 처분하면서 꽤 넓은 공간이 생겼는데요. 마침 그 자리에 친구의 연극에 소품으로 쓰였던 의자를 가져다 뒀어요. 등장인물에게 각각 상징적인 의자가 등장하는 극이었거든요. 라탄 소재라 쿠션을 올려두니 꽤 편해요. 멍 때리며 있기 좋죠. 
멋진 이야기인데요. 프라다와 함께한 〈엘르〉와의 만남은 올봄 이후 두 번째입니다 
오늘 새로운 저의 취향을 알았습니다. ‘반짝이’를 좋아하네요, 제가(웃음).
 
블랙 니트 드레스와 슬리브리스 톱,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블랙 니트 드레스와 슬리브리스 톱,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크롭트 재킷과 팬츠, 그레이 카디건, 화이트 셔츠, 펌프스, 크리스털 로고 드롭 이어링은 모두 Prada.

크롭트 재킷과 팬츠, 그레이 카디건, 화이트 셔츠, 펌프스, 크리스털 로고 드롭 이어링은 모두 Prada.

 
비즈 장식의 크롭트 톱과 와이드 팬츠, 삼각 로고 이어링, 헤어밴드는 모두 Prada.

비즈 장식의 크롭트 톱과 와이드 팬츠, 삼각 로고 이어링, 헤어밴드는 모두 Prada.

〈승리호〉 공개가 올해 2월이었으니 2021년은 김태리 팬에게 ‘떡밥’이 좀 부족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근황은 
나희도가 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을 정말 ‘미친 듯이’ 하고 있습니다. 펜싱 선수 역할이라 펜싱도 ‘미친 듯이’ 배웠고요. 가끔 새를 보러 가는 것만 제외하면 촬영과 관련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버드 워칭(Bird Watching)’이 새로운 취미가 됐군요 
원래 잘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뜨며 일상의 작은 행복이 늘어난다는 것이 취미의 유용함 같아요. 요즘은 새소리가 나면 ‘어?’ 하고 일단 돌아봐요. 그게 제가 아는 새라면 정말 반갑고 행복하거든요. 물까치를 아세요? 예쁘게 생긴 파란색 새인데 한번 인식하고 나면 ‘서울에 이렇게 물까치가 많다고?’ 하며 놀랄 거예요. 
펜싱 선수라면 짐작하건대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서 가장 몸을 많이 쓰는 캐릭터가 아닐지 
〈외계+인〉을 촬영하면서 기계체조를 배웠어요. 저와 잘 맞는 운동이더라고요. 약간 사랑에 빠졌다고 느꼈을 정도라 과연 펜싱은 어떨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금세 ‘폴 인 러브!’ 해버렸죠. 
오늘도 틈틈이 스트레칭과 맨손운동을 자연스럽게 하더군요
몸 쓰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확실하게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에요. 죽어도 안 될 것 같던 것도 그 동작에 필요한 근육이 쌓이면 어느 순간 되거든요. 그 성취감이 엄청나죠. 올여름 도쿄올림픽 펜싱 경기를 보면서 울고 웃고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종목에 대해 알고 나서 보니까 선수들이 더 멋지고 자랑스럽더라고요.
베일에 싸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2부를 함께 촬영했다고 하더군요. 1년이 넘는 긴 촬영 기간은 배우 입장에서 어떤가요. 그 시간 동안 사람들과 어우러져야 하고, 캐릭터를 떠나보내기도 해야 하는데
돌아보니 제가 1년짜리 프로젝트를 꽤 많이 했더라고요. 〈리틀 포레스트〉도 따지고 보면 1년 농사였고요. 그러다 보니 촬영 기간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긴 시간 촬영하며 캐릭터에 동화되는 좋은 경험도 해봤고요. 특히 〈외계+인〉은 촬영현장이 워낙 사랑스러워서요. 일상에서 잃은 에너지를 현장에서 충전했죠.
 
메탈릭 소재의 크롭트 카디건과 톱, 플리츠스커트,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메탈릭 소재의 크롭트 카디건과 톱, 플리츠스커트,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블랙 스팽글 장식의 수트와 화이트 셔츠,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블랙 스팽글 장식의 수트와 화이트 셔츠,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시어한 엠브로이더리 카디건과 블라우스, 스팽글 장식의 헤어밴드, 도트 크리놀린 토트백, 펌프스, 스트라이프 스타킹은 모두 Prada.

시어한 엠브로이더리 카디건과 블라우스, 스팽글 장식의 헤어밴드, 도트 크리놀린 토트백, 펌프스, 스트라이프 스타킹은 모두 Prada.

당신이 2021년 한국에 착륙한 외계인이라면 어디서 뭘 할 것 같나요 
우선 외모 변신 능력은 필수겠죠? 일단은 지나가는 사람 중 괜찮아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될래요. 맛있는 것도 먹고, 우주의 비밀을 알려주면서 인간들이 만든 SF영화나 UFO 다큐멘터리를 보며 낄낄대기도 하고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에게 말을 걸지
저같이 생긴 애요. 왜냐하면 전 외계인 친구가 생긴다면 진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재미있게 놀 거거든요.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궁금해요. 사람들과 갈등을 해결하는 김태리만의 방식이 있나요 
일을 떠나 인간관계에서 따져보면 꽤 고난의 시기도 있었어요. 요즘은 어떻게 하냐면요, 일단 갈등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대화로 해결될 문제라면 대화로 해결해 보려고 해요. 바로 관계를 끊지는 않아요. 최선을 다하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 먼저 다가가는 것. 저는 그걸 좀 해요.
김태리는 어떨 때 긴장하나요
누구를 만나면 긴장할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떤다, 이런 건 없어요. 항상 내 상태가 제일 중요해요. 지금 내가 당당하고 스스로 정립된 상태라면 나를 보여주는 것에 거리낌이 없죠.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여유도 생기고요. 다만 그렇지 못하다면 솟아나는 작은 불안감들이 저를 긴장 상태로 만들죠.
JTBC 〈뉴스룸〉 문화 초대석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당신이 직접 인터뷰하고 싶은 대상은
사실 평소에도 누군가를 만나면 인터뷰하듯 질문을 던지는 편이에요. 재미있거든요. 다만 제법 집요한 편이라 당황하는 사람도 있죠.
그 과정에서 발견한 효과적인 질문도 있나요
지금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이 두 가지를 곧잘 묻곤 해요.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이 많아요.  
당신은 그 두 가지가 일치하는 사람이잖아요. 어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많던가요
그게 그렇지 않더라고요. 지금 영화 일을 한다고 해서 ‘꼭 연출을 할 거야!’가 아니라 “이건 지금 잠깐 하는 거예요” “나중에는 이런 걸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그게 또 위로가 된달까? 사람들이 원대하고 거창한 소명의식을 갖고 살지만은 않는다는 점에서요.
 
비즈 장식의 크롭트 톱과 삼각 로고 이어링, 헤어밴드는 모두 Prada.

비즈 장식의 크롭트 톱과 삼각 로고 이어링, 헤어밴드는 모두 Prada.

 
메탈릭 소재의 카디건과 크롭트 톱, 크리스털 장식의 스커트는 모두 Prada.

메탈릭 소재의 카디건과 크롭트 톱, 크리스털 장식의 스커트는 모두 Prada.

 
실버 크롭트 카디건과 톱, 플리츠스커트, 크리스털 장식의 클레오 백, 슬링백 슈즈, 스트라이프 패턴의 스타킹,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실버 크롭트 카디건과 톱, 플리츠스커트, 크리스털 장식의 클레오 백, 슬링백 슈즈, 스트라이프 패턴의 스타킹,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어떤 칭찬은 듣고 싶던 말처럼 ‘착’ 달라붙기도 하잖아요. 당신에게도 그런 말이 있을지  
최근 위로받은 칭찬이 있어요. 아는 친구가 다른 사람들한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늘 “아니, 난 항상 열심히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라고 했었는데, 요즘 저를 보면 자기가 했던 최선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예요. 마침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들은 말이라 위로가 됐어요.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고. 
김태리도 있나요?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특정 시기가 아닌, 누군가가 보고 싶어 돌아가고 싶던 적은 있어요. 지금 다 큰 머리와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때의 제가 놓쳤던 걸 이야기하고 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다고 과거를 바꾸고 싶은 건 아니에요. 차라리 아예 다시 태어나는 선택지는 괜찮아 보여요(웃음).  
김태리의 어떤 작품은 ‘정의’ ‘용기’ 같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해요. 대의나 역사적인 것들, 경험 이상의 감정을 소화하는 역할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저는 촌스러운 사람이에요. 곡선보다 직선에 가깝고, 덜 정돈돼 있죠. 제 그런 면이 ‘정의’ ‘용기’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게 제 무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다움을 유지하면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배역 안에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그 속에 담가졌다가 나오고요. 
‘촌스럽다’는 표현의 의미를 좀 더 설명한다면
솔직함이 제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이 솔직하면 어쩔 수 없이 좀 촌스러워져요. (나)희도를 연기하면서 진짜 저와 닮았다고 느끼는 지점도 그거예요. 무식하게 펜싱을 하거든요. 이 종목이 너무 좋고, 못해도 재미있으니까. 남이 뭐라고 해도 절대 주눅 들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깨뜨려 나가며, 이기고 지는 것도 오로지 나의 결과로 받아들이죠.  
그런 면이 둘 다 세련되지는 못한 거군요(웃음). 과대평가되는 것 같은,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적 있나요
내가 최선을 다한 게 기대치에 못 미쳤다면 ‘여기까지가 내 한계고, 언젠가는 이걸 넘어설 수 있겠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데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사람들과 내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그건 진짜 할 말이 없는 거거든요. 자기합리화도 능력이라지만 스스로 몰아붙여 최선을 다하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최선이라는 말을 진짜 많이 하는 것 같은데(웃음)…. 배우라는 직업을 만나면서 ‘대충대충’에서 ‘최선의 삶’으로 어느 순간 넘어왔어요. 어떻게 보면 인간성이 바뀐 것 같기도 해요.
 
 
메탈릭 니트 드레스와 슬리브리스 톱, 스트라이프 스타킹, 펌프스,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메탈릭 니트 드레스와 슬리브리스 톱, 스트라이프 스타킹, 펌프스, 삼각 로고 이어링은 모두 Prada.

 
라벤더 크롭트 카디건과 스팽글 장식의 스커트, 리본 블라우스, 퍼플 크리놀린 토트백, 슬링백 슈즈, 스트라이프 스타킹은 모두 Prada.

라벤더 크롭트 카디건과 스팽글 장식의 스커트, 리본 블라우스, 퍼플 크리놀린 토트백, 슬링백 슈즈, 스트라이프 스타킹은 모두 Prada.

 
크롭트 재킷과 팬츠, 그레이 카디건, 셔츠, 로고 드롭 이어링은 모두 Prada.

크롭트 재킷과 팬츠, 그레이 카디건, 셔츠, 로고 드롭 이어링은 모두 Prada.

〈아가씨〉 오디션 당시 박찬욱 감독에게 “나라는 인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지금의 김태리를 보면 더 납득이 됩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종종 생각해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닌데 이렇게 태어나서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진짜 큰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냥 존재하며 버티는 것. 그러다 보면 또 괜찮아질 때가 올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SF물에서 미래는 종종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지죠. 미래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나요 
기대하려고 해요. 때로는 인간 본성의 큰 부분인 이기심이 모여서 세상이 도무지 잘 굴러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그래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속에서 인간성이 어떤 희망을 일궈내고, 절대로 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벽에 균열을 내는 걸 보는 걸 좋아하나 봐요. 그런 것에 감동 받죠.
우리를 망치는 게 이기심이라면, 어떤 게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구원이라니 너무 거창해요, 그 말(웃음). 구원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내가 깨닫고 변화를 다짐하는 것에서 구원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좀 더 희망차게 말하자면 사랑일 거예요. 사람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속성이죠. 작게는 내 일과 내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것, 동식물을 사랑하고 이 땅을 사랑하는 것,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기꺼이 받는 것. 그런 마음이 구원이 되길 바라요.
소설가 황정은은 편지나 글 말미에 ‘건강하시기를(평안하시기를)’이라는 인사말을 덧붙인다고 해요. 김태리가 안부처럼 보내고 싶은 말은
좋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설레는 아침을 맞으세요. 저도 제가 그랬으면 좋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