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시작 5분 전, 고요한 긴장감이 맴도는 스튜디오. 음악의 볼륨을 한껏 높이자 몸에 밴 듯 자연스러운 리듬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린다. 표정이니 동작이니 주문도 많았는데, 에디터가 한 발짝 다가서면 두 발짝 먼저 다가와 귀를 쫑긋 세우며 “아, 네, 알아요. 네, 할 수 있어요” 하는 게 첫 등교날 상기된 아이처럼 반짝거렸다. 서투른 한국어를 애써 머릿속에서 거르고 다듬어, 마침내 조심스레 열리는 조그만 입술이 꽃다발을 만드는 부드러운 손길처럼 어여뻤다. 그녀에게 몇 개의 질문을 던지고, 답이 되돌아오길 기다리는 매 순간이 정답고 유쾌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스물한 살 그녀의 인생을 가로지르는 원칙은 ‘Never give up’, 혀끝에 녹아드는 생크림처럼 웃다가도 턱을 당기며 “괜찮아요, 재밌어요,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니까.
EG 이름이 특이해요. 무슨 뜻이에요?
한자로 ‘세’ 자가 ‘세계 세’ 자예요. 아빠가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셨어요.
EG ‘위대한 탄생’ 오디션 동영상에서 긴 생머리에 교복 입은 모습을 봤어요. ‘예쁘고 얌전한 모범생’ 같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랬나요?
(웃음) 아니에요. 까불고, 친구들끼리 몰려 다니고 그랬어요. 시골이라 학생 수가 적었거든요. 그래서 다들 잘 어울리고 그랬죠.
EG 일본에서의 학업과 삶 그리고 한국에서의 성공. 갈림길에 서 있는 건가요?
3년 전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한국에 왔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부터는 꿈을 포기하고 학업에 전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슴속엔 늘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가 저한테 더 큰 의미로 다가와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EG 얼마 전 ‘세바퀴’에 출연해 한국 무용을 선보였잖아요.
‘할머니도, 엄마도 무용을 했으니까 나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건가 보다’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런데 할수록 너무 좋아서 계속하게 됐어요. ‘세바퀴’ 보시고 많은 분들이 “너 진짜 열심히 한다”, “이런 면도 있었구나”라며 응원해주셨어요.
EG 미스코리아 출전 경험은 있지만 본격적인 방송 출연은 ‘위대한 탄생’이 처음이었어요. 몇 개월 동안 진행된 빡빡한 스케줄과 고된 훈련은 무엇을 남겼나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미션을 수행하고, 도전해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두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끼리 항상 얘기했거든요. 언제 이런 경험을 또 해보겠냐고요.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G ‘위대한 탄생’에서 부른 노래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예요?
기타 치면서 부른 ‘헤이 헤이 헤이’요. 무대에 섰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EG ‘위대한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요?
(웃음) 진짜 많아요! 새벽 2시에 숙소에서 다 같이 일어나야 하는 날이었을 거예요. 늦게까지 촬영하고 들어왔는데 누우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혼자 밤중에 요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한참 하다 보니 시끄러워서 그랬는지 지환(황지환)이랑 셰인이 깨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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