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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며 윤박도 바뀐다

묘하게 바뀐 공기. 데뷔 10년 차에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윤박과 나눈 진짜 이야기.

BY류가영2021.10.03
 
 
쉴 틈이 없네요. 〈너는 나의 봄〉 끝나고 휴식 없이 내년 방영 예정인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촬영에 들어갔어요
전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아요. 잘 쉬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그런 능력은 없나 봐요. 세금도 내야지, 이사도 가야지, 틈틈이 강아지 사료도 챙겨야지, 쉼 없이 돈 벌어야 할 이유가 참 많아요. 
얼마 전 종영한 〈너는 나의 봄〉은 로맨스에 스릴러를 품은 드라마였죠. 스릴러 중심에서 극 전반의 분위기를 흔드는 쌍둥이 형제를 연기했는데, 배우로서 욕심나는 동시에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소시오패스인 이안 체이스와 로맨티스트 채준. 전혀 다른 성향의 1인 2역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정말 하고 싶었고, 잘해내고 싶었죠. 캐릭터에 대한 부담보다 서현진, 김동욱 선배처럼 함께한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그 안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부족해 보이지는 않을지가 더 걱정이었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그런 고민은 싹 사라졌지만요. 현장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오버핏 수트와 시스루 톱은 모두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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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패턴의 니트와 블랙 팬츠는 모두 Valentino.

다이아몬드 패턴의 니트와 블랙 팬츠는 모두 Valentino.

메이킹 영상을 보니 분위기 메이커더군요. 성향 자체가 긍정적이려나 싶었어요
옛날엔 더 천방지축이었어요. 긍정적인 성격이 제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두운 면이 생기더라고요. 큰 고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로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내가 배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처럼 뚜렷한 답이 없는 고민이 계속됐죠. 그게 불과 3~4년 전 일이에요. 
지금은 과도기를 잘 넘겼나요 
밝은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에요. 작품 때문에 힘들었는데, 작품으로 또 극복이 되더라고요. 특히 제 연기를 좋게 봐주는 분들의 말이 큰 힘이 돼요. ‘그래도 아직은 쓸모 있는 배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너는 나의 봄〉 속 인물처럼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 
중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편부 가정에서 자랐는데 ‘엄마 없는 애’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잘 안 했어요.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려 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그게 제 성격이 됐더라고요. 트라우마까지는 아닌데, 성격에 영향을 미친 면이 없지 않아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어린 윤박’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줄지
잘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한테 더 고마워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한눈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건 전부 아버지 덕분이에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인데도 늘 넘치는 응원과 지원을 해주셨어요. 
예명으로 오해받기도 하는 ‘윤박’은 본명이죠.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다스릴 윤(尹)에 넓을 박(博)이에요. 큰어머니가 ‘큰사람 되라’는 뜻으로 지어주셨는데, 알고 보니 ‘박’ 자가 도박할 때 ‘박’과 같더라고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는데… 잘못 살면 딴 데로 빠지기 쉽겠다 싶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요(웃음). 
데뷔 10년 차예요. 10년 동안 연기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을지
어떻게’보다 ‘왜’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저는 ‘어떻게’가 표현의 영역이라고 느껴요. 옛날에는 ‘왜’라는 본질적인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해 보일지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면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왜’를 조금 더 생각해요. 내가 이 작품을 왜 해야 되는지, 이 역할에 왜 욕심이 나는지 등등. 그게 변화라면 변화예요.
되도록 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꾸준히 말해 왔어요.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관계요. 아무리 힘든 현장이라도 함께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관계가 좋으면 서로 이해해 주는 지점이 생겨요. 그리고 이 일을 하는 한 만난 분들을 계속 만나게 될 텐데, 소문이 좋지 않게 나면 저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서 다음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죠. 반대로 관계를 잘 맺어두면 많은 면에서 선순환이 일어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건강!
 
관계엔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사람마다 그 선이 다르다는 건데 친할수록 그 선에 대해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친하다는 이유로 그 기준에 무심해지곤 하니까요.
 
네이비 니트는 Boss Men.

네이비 니트는 Boss Men.

 
컷아웃 디테일의 화이트 티셔츠와 레더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스니커즈는 Vans. 볼드한 실버 브레이슬렛은 Verutum.

컷아웃 디테일의 화이트 티셔츠와 레더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스니커즈는 Vans. 볼드한 실버 브레이슬렛은 Verutum.

건강을 위해 실천하는 게 있다면
영양제를 잘 챙겨 먹어요. 유산균, 비타민 C, 오메가 3, 커큐민….  많다고요? 이전에는 스피룰리나, 클로렐라, 아마씨유도 챙겨 먹었는걸요. 지금은 많이 줄였어요. 또 건강 때문은 아니지만 ‘1일 1팩’도 생활화하고 있어요. 나이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주름은 배우의 다양한 결을 나타내는 나이테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가꿔진 모습을 조금 더 오래 보여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요. 요즘은 술에 취해도 팩은 꼭 하고 자요. 
MBC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이력도 흥미로워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06학번’ 동기들과 결성한 밴드 ‘못 노는 애들’은 이름부터 인상적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저희 학교는 과제부터 연습까지 해야 할 게 정말 많았거든요. 그래서 놀고 싶어도 못 논다는 뜻 하나. 또 하나는 다들 실제로 못 놀았어요. 놀아봤자 학교 근처 술집에서 술 마시는 정도? 그래서 그런 이름을 붙였죠.
지금 ‘잘 어울려 노는 친구’는 곽동연, 연우진 씨죠? 한쪽은 열 살 어린 동생, 한쪽은 세 살 많은 형이네요. 동생을 대할 때와 형을 대할 때 다른가요
똑같아요. 나이 차를 의식했다면 지금처럼 친해지지 못했을 거예요. 둘 다 장난기가 많지만,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한 사람이라는 것도 서로 잘 맞는 이유죠. 두 사람을 제외한다면… 윗사람과 있을 때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제가 형들에게 잘 ‘앵기’거든요(웃음).
관계와 소통에서 중요한 건 뭘까요
관계엔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문제는 사람마다 그 선이 다르다는 건데 친할수록 그 선에 대해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친하다는 이유로 그 기준에 무심해지곤 하니까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서 보여준 ‘엉망진창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가 많은 웃음을 자아냈어요 
제 인생이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열심히는 하는데, 마음처럼 잘 안 돼요. 게임 하는 거 좋아하는데, 잘 못하고요. 운동도 수영 · 야구 · 테니스 등 되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데 잘은 못해요. 요리도 마찬가지고요. 이젠 그러죠. 내가 좋아하면 됐지, 뭐(웃음).  
좋아하는데 잘하기도 하는 것은 
음… 소비? 
하하하. 지출 목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뭔가요  
요즘은 야구 글러브요. LG 트윈스 오지환 선수가 쓰는 것과 동일한 스펙의 글러브를 주문해서 두 달 만에 받았어요. 제 이름을 자수로 새겨서요. 글러브 중에도 1루미트라는 게 또 따로 있는데, 그것도 최근에 해외 직구로 구매했어요. 아, 이놈의 장비 욕심….
 
 
레더 블루종과 스웨터는 모두 Berluti. 실버 네크리스는 Attica.

레더 블루종과 스웨터는 모두 Berluti. 실버 네크리스는 Attica.

다섯 마리 반려견을 키우는 ‘개아빠’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틈틈이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봉사 활동도 하고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뭐랄까, 사실 천사의 마음으로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유기견 봉사도 그렇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자체가 저에겐 힘이 돼요. 제가 반려견을 돕는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반려견을 통해 제가 얻는 것이 훨씬 많아요.
참,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혹은 여름에서 가을 넘어가는 아주 짧은 그 타이밍을 좋아해요. 특히 계절이 바뀔 때 나는 냄새가 저는 참 좋더라고요. 이제 환절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