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로 전 세계에 'K-좀비물'을 각인시킨 김은희 작가는 '장르물의 대가'로 불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 장항준 감독과 함께 쓴 SBS 〈싸인〉 이후로 〈유령〉, 〈쓰리 데이즈〉, tvN 〈시그널〉 모두 장르물이었으니까요. 그가 집필한 유일한 멜로는 영화 〈그해 여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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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김은희 작가의 작품에는 키스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5일 SBS 〈집사부일체〉에서 김은희 작가가 직접 그 배경을 전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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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만화를 정말 좋아해서,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만화만 보다가 쓰러져서 119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고백한 그는 잘 생긴 남자가 나오는 순정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었다고 밝혔어요. 키스신이 나와야 하는 부분이 찢어져 있으면 화가 나기도 했다는데요. 정작 자신의 작품에는 키스신이 거의 없는 것에 대해 "대본을 쓰다가 키스신이 나오는 감정까지 가야 하는데 그걸 잘 못 쓰겠다. 애매하다"라고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로맨스를 보는 관점도 남달랐는데요. 그는 장르물 작가로서의 직업병이 있냐는 질문에 "특별한 건 없지만,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작품을 보다가 갑자기 '아깝다, 저기서 살인이 일어났어야 하는데, 죽이기 딱 좋은 상황이었는데'라는 생각을 하긴 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어요.
이날 김은희 작가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대본은 머리보다 발로 뛰며 쓴다', '대본은 엉덩이로 쓴다'라는 문장을 내놨습니다. 대본을 쓰기 전 철저하게 취재를 하고, 이후에 대본을 쓰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앉아서 자리를 지킨다는 거예요. 남편 장항준 역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라며 "먹고, 자고, 쓰고의 반복이다. 취미도 없다"라고 존경심을 표할 정도였습니다. 김은희 작가의 재미있는 대본은 이런 열정과 집념, 인내 위에서 완성된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