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한숨 쉬며) 채채랑 놀아주느라고요. 채채랑 가족이 어제 서울에 왔거든요.
요즘 채채는 큰아빠랑 뭐 하며 노는 걸 좋아해요
‘나 잡아봐라’ 놀이 하고 ‘아기 상어’ 노래도 하고요. 유아용 스마트 패드가 있어요. 그거 틀고 또 노래 부르며 놀아요.
사이먼 도미닉이 착용한 재킷과 팬츠,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Dolce & Gabbana. 셔츠는 alentino. 조카 채온이 입은 드레스는 Burberry. 재킷은 에디터 소장품.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Dior Men. 손가락에 낀 반지는 Buccellati.
‘아기 상어’라… 조카의 탄생으로 변한 것이 많죠
제 자식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전 언제 결혼할지 모르니까. 채채가 크면 큰아빠가 어떤 음악을 했던 사람인지 알게 될 때가 오겠죠. 그때 제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후회할 일 만들지 말아야죠. 조금 더 긴장한 채 살고 있어요.
요즘 ‘부캐’ 아닌 ‘부캐’로 사랑받고 있어요. ‘MSG워너비(정상동기)’의 발라더 정기석으로 노래하면서요
처음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올 게 왔구나’ 했고(웃음). 무대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고. 원래 노래방을 좋아해요. 노래 부르면서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준코’ 같은 스타일 있잖아요. 제가 딱 좋아하는 바이브예요. 노래 실컷 부를 수 있겠구나 싶어서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노래방 가면 발라드만 불러요. 랩 안 해요.
래퍼가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 ‘서태지와 아이들’ 보고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고등학생 때 밴드부였는데, 노래가 아닌 랩을 해서 유명해졌어요. ‘림프 비즈킷’이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같은 밴드 음악을 했거든요. 관객에겐 좀 충격이었겠죠. 다들 ‘너바나’ ‘메탈리카’ 같은 노래 부를 때였으니까. 1학년 때 공연을 그렇게 했더니 다음 해 축제에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저를 보겠다고.
당신 노래는 지금도 화제죠. 나얼 같은 보컬리스트에게 인정도 받았고요. 그런데 노래로 칭찬받으면 어김없이 수줍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기본기가 있지도 않고, 노래를 배운 사람도 아니잖아요. 랩은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노래는 좀 부끄러워요. ‘정상동기’로 노래 부를 때 간만에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오랜만에 느껴본 긴장감과 설렘이었죠.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네크리스는 Fred. 볼 캡과 벨트는 모두 개인 소장품.
셔츠는 Gucci. 니트 풀오버와 팬츠는 모두 Valentino. 로퍼는 Dolce & Gabbana.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새로 마련한 작업실이 공개됐죠. 집에서 앨범 만들 수 있을 만큼 완벽해 보이던데요
제가 ‘클럽하우스’를 하잖아요. 거기서 가끔 노래 부를 때가 있어요. 랜선 노래방을 여는 거죠. 주로 ‘팔로’하는 사람끼리만 들을 수 있는 소셜 방에서 해요. 하루는 새벽 3시쯤 노래 녹음을 하는데 옆집 주민분이 찾아오신 거예요.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그래서 바로 방음 부스를 만들었어요.
집에서 작업하는 건 잘 맞나요? 작업실과 주거 공간이 분리되길 바라는 뮤지션도 있잖아요
사실 집에서 나가 횡단보도 두 개만 건너면 작업실이거든요. 그런데 가끔 그것도 건너기 귀찮더라고요. 게다가 집에 있을 때 뭔가 떠오르면 그냥 팬티 바람으로 들어가서 녹음할 수도 있잖아요. 시설 면에서도 지금은 집 안의 방음 부스가 더 좋아요. 최신 설비라 집에서 앨범 퀄리티의 녹음도 할 수 있어요.
〈놀면 뭐하니?〉 〈환승 연애〉 〈나 혼자 산다〉 〈고등 래퍼4〉까지. 다양한 포맷의 방송에 출연해 왔어요. 어디에든 유연하게 잘 섞이고 여유를 잃지 않는 게 쌈디만의 바이브가 된 것 같아요
20대 때는 방송에서 꼭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멘트나 보여줄 것도 미리 준비했죠. 사이먼 도미닉, 쌈디 그리고 정기석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나름 노력하며 살아왔기에 더 이상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욕심이 사라지니까 어디든 잘 섞이는 성격이 됐어요.
유연해졌죠. 처음 만난 사람과도 대화도 잘하고요. 타블로 형이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쌈디랑 대화 안 통하면 이상한 거’라고. 20대 때는 말수가 적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말하는 것도,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도 무척 좋아요. 공감도 잘하고요.
어깨에 짊어진 모든 부담과 책임, 압박 같은 거 다 내려놨으니까요. 여유롭게 보일 수밖에 없죠.
이제는 제가 즐겁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요. 물론 스트레스받고 벽에 부딪히는 순간도 있죠. 작업해 주기로 했는데 왜 안 나오지, 머리 터질 것 같다… 이런 ‘현타’는 계속 오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요. 앨범 〈Darkroom〉 준비할 때는 약간 ‘아티스트 병’에 걸려 있었던 것 같아요. 대중과 마니아 층을 모두 사로잡을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돈 안 되는 음악을 돈이 되게 하고 싶은 욕심. 그런데 이게 엄청난 욕심이잖아요.
수트는 Berluti. 커다란 원석이 장식된 링은 모두 Fred.
〈Darkroom〉은 음악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고비였다고 고백한 앨범이죠. 이를 넘어선 이후의 사이먼 도미닉은 나름 평화로운 시절을 보냈나요
〈Darkroom〉을 만들던 시기의 나 자신은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겪어봤기에 이제 뭔가 안 나오면 바로 집에 가요. 내가 나의 호랑이 선생님이었는데, 이젠 그 선생님이 안 계세요. 독학하는 중이에요. 여전히 일말의 엄격함은 남아 있어요. 하지만 ‘조금 더 신경 쓰자’ ‘이거보다 더 잘할 수 있잖아’ 하는 정도예요. 나에게 잘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잘 안 되지만.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자신을 칭찬한 순간이 있다면
글쎄요… 칭찬까진 안 해요. 사이먼 도미닉으로 사는 인간 정기석은 좀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행복하지만 고통스러울 때도 많으니까. 창작의 벽을 못 뚫었을 때라든지.
음악을 시작했던 중학생 정기석이 꿈꿨던 삶을 살고 있나요.
그렇죠. 이번에 발라드 가수도 해봤으니까. 잠깐 발라드 가수로 살았지만, 제 꿈은 계속 래퍼예요. 이 꿈은 아직 이루지 못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있어요. 저와 주변 사람들 기준에서는 나름 성공한 삶이죠. 부산 촌놈이 강남에서도 살아보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고. 나는 빨리 마흔이 되고 싶어요. 20대 초반, 활동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았거든요.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었어요. 예전보다 덜 치열하고, 덜 촌스러운 지금이 가장 좋아요. 마음가짐과 살아가는 태도, 외모, 성격까지도.
그렇다면 지금의 사이먼 도미닉, 쌈디, 정기석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릴 땐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빨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 인생사를 듣고 싶어요. 이런 여유가 생겨 좋네요.
니트 재킷과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셔츠는 Fendi. 네크리스와 양손에 낀 링은 모두 Boucheron.
재킷과 팬츠,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Dolce & Gabbana. 셔츠는 Valentino.
‘내 얘길 하고 싶다’는 욕망이 래퍼로서 사이먼 도미닉을 폭발시킨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은 사이먼 도미닉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건 다음 앨범을 통해 들려줄게요. 지금 다 말할 순 없어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음악으로, 트랙 위에서 할게요. 나는 음악으로 리스너들과 끊임없이 대화할 거니까.
사이먼 도미닉은 시작부터 루키였고, 머지않아 이름을 날렸죠. 그리고 지금껏 많은 걸 이뤘어요. 이제는 뭘 바라나요
대충 어느 정도 성공을 했죠. 자수성가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큰돈을 만져보기도 했고. 저는 이뤄봤으니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 주변 사람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돕고, 이끌어주고 싶어요. 진짜 이거 하나 바라고 있어요.
〈고등 래퍼4〉를 통해 힙합 신의 새싹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죠. 세대가 달라졌음을 체감한 순간이 있을지
뉴 제너레이션은 계속 생겨요. 그들이 잘되게끔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OG라 불리는 건 싫어요. 저 아직 OG 아니에요. 젊어요. 제 랩은 올드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어떻게 불리고 싶은가요? 언젠가 “평생 섹시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는데
여전히 섹시하고 싶은데(웃음). 랩 할 때 제일 섹시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Sexy 4 EVA’. 박재범 노래 중에도 있잖아요
성당 안 나간 지 20년이 넘었는데 자기 전에 기도는 하루도 빠짐없이 해요. 아이처럼 무릎 꿇고 앉아서 하거든요. 그 기도가 짧을 때 좋아요.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내일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며 끝낼 때.
내일 〈엘르〉 화보 채채랑 같이 찍는데 채채 컨디션이 좋았으면 좋겠다고요. 또 감사드린다고. 행복한 하루였거든요. 요즘 꽤 바빠서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는데, 어제 가족들 옆에 있으니 비로소 쉬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음의 안정과 평화가 있어야 쉰다고 느끼는군요
맞아요. 가족이라는 존재가 저에겐 최고의 쉼이죠.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것 말고 ‘비방용’이 궁금해요. 진짜 삶이 퍽퍽할 때, 자신을 위한 ‘플렉스’는
부산 가요. 부산 가서 가족들 보고 친구들 보고. 호텔에 며칠 머물면서 아무것도 안 해요. 나는 늘 그 순간만 기다려요. 부산 가는 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