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홀스턴〉을 선보였다. 뒤로 말끔하게 넘긴 머리와 도도한 표정, 끈적한 말투, 빈틈없는 스타일을 유지한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드라마 속 홀스턴은 이완 맥그리거라는 대배우의 이름을 걷어내면 가히 환생처럼 느껴진다. 드라마에서 재조명된 것처럼 홀스턴은 70년대 패션을 사로잡았던 디자이너로 프랑스에 이브 생 로랑이 존재한다면, 미국에는 홀스턴이 있다고 할 만큼 우아하고 도전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했다. 그는 자신만의 미학을 정립하기 위해 고뇌하는 아티스트였다. 이런 그를 대중이 기억하도록 만든 건 재클린 케네디가 홀스턴의 필박스 햇을 착용한 순간부터. 여자들은 그가 만든 모자를 흠모했으며 그가 선보인 우아한 드레시 룩은 아메리칸 라이프를 즐길 줄 아는 여인들이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스튜디오 54를 설립한 스티브 루벨과 앤디 워홀과 함께 스튜디오 54를 방문한 홀스턴.
스타일 창조뿐 아니라 스튜디오 54에서 비앙카 재거와 앤디 워홀과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과 교류하며 사교계의 중심에 있던 디자이너이자 스타. 특히 라이자 미넬리는 할스턴의 오랜 뮤즈로서 〈피플〉 커버에 함께 등장할 만큼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라이자뿐 아니라 티파니 디자이너로 유명한 엘사 페레티 역시 그의 조력자로서 홀스턴 초창기 시절부터 디자이너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준 인물이었다. 엘사가 디자인한 곡선미를 강조한 홀스턴 향수 보틀이 샤넬 넘버°5 다음으로 많이 팔린 향수로 등극하도록 만들어냈으니까. 신디 크로퍼드가 누드로 등장한 향수 광고 캠페인 속 이미지처럼 섹슈얼한 홀스턴의 색은 대중에게 향기로 기억되고 널리 퍼져나갔다. 이름이 브랜드가 된 그는 캘빈 클라인의 데님 팬츠에 밀려나고 JC 페니와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대중화되면서 하이패션의 그늘로 사라지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은 여정을 보내기까지 홀스턴은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싶어 했다. 홀스턴으로 불리지만 홀스턴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없었던 디자이너의 공허한 현실 속에 제국의 몰락은 곧 자신의 몰락이었을 테니.
영혼의 단짝 라이자 미넬리와 비앙카 재거와 함께 스튜디오 5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