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매력적인 배우 에밀리 블런트 @Getty images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소리에 반응하는 괴생명체의 공격을 피해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2018년작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색다른 감각의 공포를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 기대 속에 공개된 2편은 전작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더욱 확장된 스케일과 이야기로 다시 한번 관객을 숨죽이게 합니다. 세 아이를 데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 밖으로 전진하는 엄마 ‘에블린’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감정적인 스릴러이자 가족 드라마로 느끼게 하는 건 바로 에블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 공이 큽니다. 전편에서도 많은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력(특히 ‘입틀막’을 부르는 화제의 출산 장면!)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죠.
1983년생, 영국 출신의 에밀리 블런트는 세계 영화 팬들이 가장 신뢰하는 주연급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우아하고 지적인 분위기에 탄탄한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배우. 작품에 따라 억양까지 바꾸는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대극부터 멜로, 액션, 스릴러,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는 어린 시절 말더듬 증세가 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연극에 참여하며 “다른 사람이 되는”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하게 되었다고 하죠. 이후에도 연극 활동을 꾸준히 하다가 에든버러 연극제에 참석해 에이전트의 눈에 들었으니, 치명적인 약점이 그녀를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한 것이죠(에밀리 블런트는 말더듬증 환자를 돕는 비영리 단체 AIS의 이사회 중 한 명으로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연극 무대와 TV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던 에밀리 블런트의 전환점이 된 시기는 바로 2006년. 화제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 편집장의 얄미운 비서 ‘에밀리’ 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하며(모두 기억하죠?) 대중과 영화계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 에밀리’가 이렇게 크나큰 배우로 성장할 줄은 많은 이들이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에밀리 블런트는 쉼 없이 다채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젊은 시절의 빅토리아 여왕을 훌륭하게 그려낸 〈영 빅토리아〉, 총을 든 터프한 모습으로 미국 남부 억양을 구사했던 〈루퍼〉, 톰 크루즈에 밀리지 않는 강렬한 여전사로 변신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 고뇌에 빠진 FBI 요원 역을 맡아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우아한 기품을 지닌 새로운 메리 포핀스로 분한 〈메리 포핀스 리턴즈〉 등…
그 중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에밀리 블런트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자 사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배우 겸 감독 존 크래신스키(미드 〈오피스〉로 잘 알려진)와 실제 부부 사이인 것. 2010년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뉴욕 브루클린에 정착해 두 딸을 키우며 삶과 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담긴 끈끈한 가족애는 바로 두 사람의 스토리이기도 하겠죠.
존 크래신스키는 아내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당연한 걸까요?), 이번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에서도 아내의 공헌을 언급하는 걸 잊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배우일 뿐만 아니라 촬영장의 모든 일에 있어서 파트너 역할을 해줬어요. 내가 뭔가를 생각해내면 아내가 10배쯤 더 멋지게 만들어줬죠. 마치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 부부 @Getty Images
에밀리 블런트에 관한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게 ‘마블을 두 번이나 찬’ 배우라는 겁니다. 블랙 위도우, 페기 카더 역을 제안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죠(블랙 위도우를 거절하고 〈걸리버 여행기〉에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되었으나, 이후에 20세기 폭스와의 계약 문제 때문인 게 전해졌죠). 캡틴 마블 역을 두고도 팬들 사이에서 ‘혹시?’하는 소문이 돌았으나, 마블에서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본인이 직접 밝히기도. “슈퍼히어로 영화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하지만, 어떤 역할이든 ‘Super’하게 소화하는 에밀리 블런트에게 불가능한 역할은 없을 듯. 얼른 또 다른 영화로 스크린에서 완전히 새로운 그녀를 만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