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크루엘라〉가 개봉과 함께 뜨거운 반응을 모으고 있습니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비호감 악녀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끄집어낸 작품. 극장에 달려가 본 영화는 한마디로 짜릿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조커〉를 섞은 듯한 영화”라는 설명은 꽤 잘 맞아 떨어집니다. 70년대 런던과 패션계를 배경으로, 강렬한 록 음악이 울려 퍼지며, 귀여운 강아지들의 활약(한 마리도 다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을 즐길 수 있는 영화. 무엇보다 ‘크루엘라’라는 완전히 새롭게 해석된 이 시대의 빌런을 마주하는 짜릿함이란! 비범했기에 어쩔 수 없이 싸움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억눌렀던 정체성을 드러내며 폭발하는 스토리는 우리에게 기대 이상의 쾌감을 선사합니다. 2021년의 크루엘라가 특별한 이유들.
#크루엘라의 재해석
」
1996년작 〈101마리 달마시안〉 포스터.
과거 대중문화 속 악녀들은 다분히 여성 혐오적인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가부장제 시스템이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벗어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에 대한 공포. 원조 크루엘라 역시 이런 혐오와 편견이 묻어 있는 캐릭터였죠.
2021년에 찾아온 영화는 ‘악녀를 정의하는’ 구시대의 관점을 시원하게 날려보냅니다. 극 속에서 어린 시절의 크루엘라는 이렇게 외칩니다. “I am woman, Hear me roar!(나는 여자, 내 포효를 들어- 헬렌 레디의 노래 ‘I am woman’ 中)”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크루엘라는 틀 안에 가둬지지 않는 도드라진 본성을 지닌 여성이자 ‘독해질 수밖에 없는’ 서사를 지닌, 강하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녀 스스로 에스텔라라는 본명을 버리고 크루엘라로 다시 태어날 때, 짜릿한 해방감이 스크린 너머 우리의 심장까지 진동하게 만듭니다.


#엠마 VS 엠마
」악독한 남작부인을 연기한 엠마 톰슨의 변신도 박수 갈채를 부릅니다. 존재만으로 신마다 긴장감을 일으키며 대 배우의 진가를 확인시켜주죠. 남작부인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의 고통은 조금은 신경 쓰지 않는 냉혈한이지만 이 말을 할 때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죠. “내가 다른 여자들처럼 딴 사람을 신경 썼으면 벌써 죽었어.”


#패션, 패션, 패션!
」크루엘라의 스타일은 보다 젊고 파격적입니다. 70년대 런던 거리를 물들였던 자유분방한 펑크 록 무드를 반영한 스타일. 극 속에서 ‘패션의 미래’로 떠오른 크루엘라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의상들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등 독창적인 디자이너들의 룩을 연상시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엘르〉 패션팀의 멋진 칼럼을 기대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내 옷장에서 가장 요란한 옷을 입고 어깨를 흔들며 거리를 휘젓고 싶어 졌어요. 타고난 본성 그대로, 조금 모나고 튀는 그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볼까 하는 용기를 주는 영화. 기억하세요.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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