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의 짜릿한 재탄생_요주의 여성 #16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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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엘라의 짜릿한 재탄생_요주의 여성 #16

비범해서 독해져야만 했던 모든 여성들을 위하여.

김초혜 BY 김초혜 2021.05.28
크루엘라로 변신해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엠마 스톤.크루엘라로 변신해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엠마 스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갈 수 있지.”
여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이 명언에는 감춰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쁜 여자가 ‘어디든’ 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싸우고 부딪히고 분투해야 하는지 말이죠.
 
영화 〈크루엘라〉가 개봉과 함께 뜨거운 반응을 모으고 있습니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비호감 악녀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끄집어낸 작품. 극장에 달려가 본 영화는 한마디로 짜릿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조커〉를 섞은 듯한 영화”라는 설명은 꽤 잘 맞아 떨어집니다. 70년대 런던과 패션계를 배경으로, 강렬한 록 음악이 울려 퍼지며, 귀여운 강아지들의 활약(한 마리도 다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을 즐길 수 있는 영화. 무엇보다 ‘크루엘라’라는 완전히 새롭게 해석된 이 시대의 빌런을 마주하는 짜릿함이란! 비범했기에 어쩔 수 없이 싸움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억눌렀던 정체성을 드러내며 폭발하는 스토리는 우리에게 기대 이상의 쾌감을 선사합니다. 2021년의 크루엘라가 특별한 이유들.
 

#크루엘라의 재해석

이름에서부터 악한 기운이 팍팍 느껴지는 ‘크루엘라 드 빌’은 1961년에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악녀 캐릭터. 반쪽은 검고, 반쪽은 흰 독특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모피에 집착하는 이 광기 어린 캐릭터는 1996년작 실사판 영화에 출연한 글렌 클로즈의 명연기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튀는 옷차림을 하고 줄담배를 피며 “여자의 재능을 가장 많이 사장시키는 건 결혼이야”라고 말하는 크루엘라는 지금 시각에서 보면 꽤 진취적인 여성이라 할 수도 있겠죠.  
1996년작 〈101마리 달마시안〉 포스터.

1996년작 〈101마리 달마시안〉 포스터.

 
과거 대중문화 속 악녀들은 다분히 여성 혐오적인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가부장제 시스템이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벗어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에 대한 공포. 원조 크루엘라 역시 이런 혐오와 편견이 묻어 있는 캐릭터였죠.  
 
2021년에 찾아온 영화는 ‘악녀를 정의하는’ 구시대의 관점을 시원하게 날려보냅니다. 극 속에서 어린 시절의 크루엘라는 이렇게 외칩니다. “I am woman, Hear me roar!(나는 여자, 내 포효를 들어- 헬렌 레디의 노래 ‘I am woman’ 中)”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크루엘라는 틀 안에 가둬지지 않는 도드라진 본성을 지닌 여성이자 ‘독해질 수밖에 없는’ 서사를 지닌, 강하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녀 스스로 에스텔라라는 본명을 버리고 크루엘라로 다시 태어날 때, 짜릿한 해방감이 스크린 너머 우리의 심장까지 진동하게 만듭니다.
 
크루엘라의 강적, 바로네스 역의 엠마 톰슨.크루엘라의 강적, 바로네스 역의 엠마 톰슨.

#엠마 VS 엠마

이번 영화가 흥미로운 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거장과 신성, 구시대와 신세대, 악녀와 악녀의 대결을 그린다는 점. 각각의 역할을 맡은 두 엠마의 ‘선을 넘는’ 연기는 그야말로 황홀합니다. 엠마 스톤을 말할 때 이제 〈라라랜드〉는 접어두길. 독하고 슬프고 강렬한 크루엘라 그 자체로 변신한 엠마 스톤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악독한 남작부인을 연기한 엠마 톰슨의 변신도 박수 갈채를 부릅니다. 존재만으로 신마다 긴장감을 일으키며 대 배우의 진가를 확인시켜주죠. 남작부인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의 고통은 조금은 신경 쓰지 않는 냉혈한이지만 이 말을 할 때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죠. “내가 다른 여자들처럼 딴 사람을 신경 썼으면 벌써 죽었어.”
 
패션쇼의 한 장면 같은 영화의 스틸.패션쇼의 한 장면 같은 영화의 스틸.

#패션, 패션, 패션!

〈크루엘라〉는 두 눈이 즐거운 패션 영화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패션쇼, 파티 장면이 쉴 새 없이 이어지죠. ‘하우스 오브 바로네스’의 수장으로 나오는 남작부인은 매 의상이 마치 오트쿠튀르 컬렉션의 한 장면 같은데, 구조적인 디자인의 우아하면서도 파워풀한 드레스가 포인트. 극 속 아틀리에 세트 제작을 위해서는 디올을 비롯해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들의 아카이브 사진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죠.  
크루엘라의 스타일은 보다 젊고 파격적입니다. 70년대 런던 거리를 물들였던 자유분방한 펑크 록 무드를 반영한 스타일. 극 속에서 ‘패션의 미래’로 떠오른 크루엘라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의상들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등 독창적인 디자이너들의 룩을 연상시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엘르〉 패션팀의 멋진 칼럼을 기대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내 옷장에서 가장 요란한 옷을 입고 어깨를 흔들며 거리를 휘젓고 싶어 졌어요. 타고난 본성 그대로, 조금 모나고 튀는 그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볼까 하는 용기를 주는 영화. 기억하세요.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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