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진경의 좌충우돌 공부 도전기를 담은 ‘공부왕찐천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일차함수를 익히고, 나경원 전 국회의원과 김춘수의 시 ‘꽃’에 대해 배우는 등 특별한 선생님을 내세운 (난이도를 확 낮춘) 수업 콘텐츠를 메인으로 내세우지만, 실상 이 프로그램의 볼거리는 ‘공부하는 홍진경’ 그 자체입니다. 준비물이 필요하다며 모닝글로리로 문구 쇼핑을 나가고, 충동적으로 서울대를 방문해 학생들을 인터뷰하고(서울대생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은!), 공부를 위해 제사상처럼 간식거리를 차려 놓는 등 콩트 같은 일상이 쉴 새 없이 ‘ㅋㅋㅋ’ 웃음을 유발합니다.
홍진경이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그러나 계속 깔깔대고 웃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스칩니다. 아니, 어쩌면 천재인 것 아닐까?
#천재인 척하는 바보인 척하는 천재(유튜브 ID 티비는***님 댓글)
」
베네통 글로벌 모델로 활동한 홍진경
홍진경의 ‘반전 매력’은 이미 야금야금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해는 정신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홍진경이 인스타그램 계정(@jinkyunghong)에 올린 ‘정신’이란 친구를 향한 아름다운 편지글 중 한 부분. 이외에도 과거 홍진경이 싸이월드에 쓴 글들이 인터넷에 퍼지며 남다른 감성과 글솜씨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최근 ‘공부왕찐천재’에 올라온 홍진경 어머니의 인터뷰 중에도 “문학반에서 매일 글을 쓰고 씨를 썼던” “표현력이 남다른 아이”였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배를 잘 깎는다고 박수치며 딸을 칭찬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홍진경의 밝은 성격과 높은 자존감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댓글도 이어졌지요).
엉뚱하다고만 여겼던 모습이 그녀만의 기발함과 창의성으로 다시 보이기도 합니다. 홍진경 레전드 영상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무한도전〉입니다. 2015년 〈무한도전〉의 새 멤버를 뽑는 ‘식스맨 특집’에 수염을 그리고 남장을 한 채 출연했던 홍진경. 당시는 그저 우스꽝스럽게 보였을지 몰라도, 성평등 이슈가 떠오른 지금 보면 한 편의 알싸한 풍자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6년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친환경을 주제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토론회를 했던 일화도 ‘시대를 앞서가는’ 홍진경의 면모를 확인시켜 줍니다.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 중에서.
#어쩌면 진경은 공부가 필요 없을지 모른다(‘공부왕찐천재’ 자막中)
」홍진경 외에도 장영란, 홍현희 등 여성 예능인들의 웹 예능 콘텐츠가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지금까지 TV에서 ‘모자란 척’ 구박받거나 보조 역할을 했던 그녀들이 주인공이 된 순간, 성실히 달려온 그들의 매력과 능력치가 폭발하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피로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오늘도 ‘공부왕찐천재’를 보며 깔깔대다가 잠들겠지요. 진경 언니는 정말 천재야, 라고 중얼거리며.
* 찬양하고 애정하고 소문 내고 싶은 별의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요주의 여성’은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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