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퇴근 후 미술학원으로 가는 이유 #배움에진심

7년차 금융 직장인에게 퇴근 후 '그리기'는 단순한 취미 활동 이상의 것이었다.

BYELLE2021.06.09
 

그리기가 확장해 준 나의 자아 

이소진 · 7년 차 금융 직장인
매일 사람들을 응대하다 보면 차분하고 고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퇴근과 동시에 ‘오프 모드’가 되어야 하는데, 매일 그날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을 곱씹으며 스스로 괴롭히기를 반복했다. 3년 전, 미술 시간을 가장 좋아했던 언젠가의 내 모습이 떠올라 가까운 센터에 등록하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도구를 펼치고 이젤의 높이를 맞추고 그리던 그림을 올려놓으면 그때부터는 그리는 행위 외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멀티’가 필수인 회사생활을 어떻게든 해내려고 애쓰던 내가 딱 주파수를 하나에 맞추고, 스스로 집중하고 만족하는 시간. 그림을 주제로 서로 독려하고 칭찬하는 여러 세대 수강생들의 관계 또한 스스로 밉고 하찮게 여겨지는 날, 치유가 돼준다. SNS로 부계정을 만들어 작업 중간중간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종종 회사 동료나 친구들이 “그림도 그려?” 하고 놀라곤 한다. 그럴 때면 회사에서의 나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나도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나의 색을 맞추며 채워갈 수 있는, ‘그린다’는 답을 찾을 수 있어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