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코로나를 뚫고 영국과 한국에 입국해보았다 #레알후기_라파엘의 한국살이 #49

팬데믹 시대라고 다 같은 방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BY김초혜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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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인 사정으로 영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이 엄혹한 시국에 어쩔 수 없이 비행기 표를 사자마자 바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게 됐다. 이 여정에서 너무나 형편없는 해외의 코로나 대응 현실을 목격하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난관에 봉착했다. 우울하고 참혹한 상황이었다. 이를 간단히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경유 티켓이라 두바이 공항 안에서 잠시 대기했다. 공항 내 마스크 사용은 필수였지만 이용객이 대부분 ‘턱스크’였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열 체크 기계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아찔한 상황이 계속됐다. 혹시라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 될까 이동하는 내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2 비행기 안에서 숙소와 며칠 동안 머물 건지 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막상 공항에 도착했더니 그 양식을 확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3 히스로 공항은 발열 체크, 건강 상태 확인,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으며, 검사 확인서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4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5 히드로 공항 근처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심지어 공항 직원들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스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 짐을 찾는 과정 또한 여전히 혼잡했고,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묻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7 영국 입국 과정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주 짧게 느껴졌다.
 
위험천만한 사례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여행 기간 내내 직간접적인 위협을 느껴야 했고,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로 붐비는 런던 도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는 사실 역시 더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은 정 반대다. 입국 과정과 시간이 아주 짧았던 영국과 달리 한국에서 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24시간 이상이 걸렸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격리 양식 및 격리 주소와 같은 여러 종류의 정보를 제출했다.
 
2 발열 체크는 기본, 쓰고 있었던 KF94 보다 더 좋고 딱 달라붙는 새 마스크를 받았다.
 
3 영국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었음에도 입국 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코로나 검사는 활주로 바로 옆에 임시 부스 안에서 이뤄졌다.  
 
4 추가 양식을 작성했고, 자가 격리 앱을 다운받았다. 공항직원들은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자가 격리 앱에 전화번호를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까지 했다.
 
5 공항 내 격리시설에서 코로나 테스트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검사 결과는 몇 시간이 걸렸고 새벽에야 알 수 있었다.
 
6 새벽 2시경에 격리 시설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음성 검사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어쩐 영문인지 내 결과는 재검사가 필요했고 나는 코로나 음압 시설로 옮겨졌다.
 
7 코로나 양성 구역에서 10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8 코로나 음성이 나온 사람들은 공항으로 옮겨졌고, 경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 혹시나 빠진 인원이 없는지 체크했다.
 
9 그리고 택시기사의 코로나 감염 보호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10 설명 들은 절차에 따라 지역 보건소에 전화해서 집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음을 알렸다.
 
앱 화면 캡처앱 화면 캡처
11 현재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매일 연락해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내가 직접 보고 느낀 한국과 영국의 입국 절차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인천공항을 빠져나오기까지 24시간이 걸렸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190만 명의 목숨을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앗아간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별한 대응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천공항 입국 경험을 개인 트위터에 공유했더니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한국의 철저한 입국 시스템에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자기들 나라의 허술한 코로나 방역 시스템에 분노했다. 정치인, 의사, 연예인까지 해당 트윗을 리트윗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계속 한국에 사는 내게는 인천공항 입국 경험이 대단히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입국 절차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낸다. 이는 아직도 많은 나라와 정부들이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이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국가 시스템도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지만 한국에도 여전히 코로나 감염자들이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에 관해 나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들의 노고에 대해 항상 감사하며 영국 BBC 라디오, TV 등에서 한국의 뛰어난 방역 성과에 대해 알리고 있다.
 
우리 모두 이 악몽 같은 바이러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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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10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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