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한 잡지 '오보이!'를 아시나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트렌드를 선도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진가이자 환경을 지키고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하는 잡지 <오보이!>를 만드는 남자. 경계를 오가며 김현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하여.::김현성,공효진,오보이,엘르,elle.co.kr:: | ::김현성,공효진,오보이,엘르,elle.co.kr::

2009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던 해였다. 11년 동안 자식 같이 키우던 밤식이(갈색 푸들)가 2008년에 하늘로 가고 2009년 1월에 먹물이(검정 푸들)마저 심장이 안 좋아 내 곁을 영원히 떠났다. 몇 달 동안 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겨우 제자리로 돌아와 4개월 동안 꿍꿍이를 하다가 11월에 를 창간했다. 힘들고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12년 동안 패션 사진작가로 살면서 자신만을 위해 살던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밤식이와 먹물이가 줬고 난 그 결정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수십 마리의 유기견과 고양이들을 거두며 사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좋아하고 동물들과 가까이서 자란 난 동물들과 어린이, 노인, 장애를 가진 이들 등 사회의 약자들이 고통받는 모습들이 싫었다. 그들을 위해 잡지를 만드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어찌어찌 책은 12권이 나왔고 막 다음 호 마감을 했지만 아직도 ‘어떻게 내가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독자들과 광고주, 배우, 뮤지션들의 반응도 정말 좋고 배포를 원하는 매장과 업소들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더 기분 좋은 일은 를 보고 동물 복지와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블로그 댓글과 메일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는 조금 이상한 잡지다. 연예인의 인터뷰가 나오고 상업 광고를 유치함으로써 예산을 마련하지만 물건을 많이 사지 말고 환경을 생각하라고 얘기한다. 패션 광고가 있고 화보가 나오지만 모피 사진은 싣지 않는다. 지극히 상업적인 잡지지만 자본주의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자연과 동물, 사람을 안타까워한다. 잡지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으로 가득 찬 잡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패션계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패션 화보를 찍으며 12년 넘게 살아왔고 모피 광고까지 찍었던 내가 동물을 사랑하고 모피를 입지 말라고 한다. 어머니가 해준 햄버거 스테이크와 돈가스를 먹고 자란 내가 육식하지 말고 자연을 보호하라고 한다. 펄프로 만든 종이 잡지를 만들면서 환경을 생각하고 재활용하라고 말한다. 착한 소비, 친환경 마케팅이 유행이지만 유행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완벽한 잡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를 보고 마음이 조금만 선해지고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자신 하나 돌보기 어려운 세상에 타인과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난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 난 8개월 동안 육식을 금하고 있지만 배부르고 만족한다. 난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불편하지도 번거롭지도 않다. 난 3년 넘게 새 옷을 사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불만도 없다. 오늘도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 강아지 한 마리라도 좋은 주인을 만나 따뜻한 가정으로 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파트 단지 구석에서 배를 곯고 있을 고양이 가족들이 맛있는 저녁 거리를 구해서 주린 배를 채웠으면 좋겠다.1 동물자유연대에서 만난 어느 유기견의 모습.2 공효진이 표지 모델로 나선 제3호.3 ‘슬로 라이프’를 제안하는 의 기사*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