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이를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사회적인 투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지만, 대표성을 갖게 된 게 부담스럽지 않나 일단은 알고 시작했다. ‘과잉 대표’가 될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게 얼마 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안다. 10년 뒤에는 나처럼 결혼하는 레즈비언이 훨씬 많을 테니까. 다른 많은 동성 커플이 내 얘기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든지, 결혼을 결심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악플쯤은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생활의 예상치 못한 장점이나 단점은 생각보다 나쁜 점이 별로 없어서 놀랐다. 서로 바이브가 잘 맞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이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결혼이 흔히 말하는 사회적 가족간의 결합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란 점에서 좀 더 유리한 부분도 있다. 양가가 의절해서 되게 비극적이지만, 한편 부부 사이는 긍정적이어서 참 아이러니하다는 말을 언니와 나누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레즈비언 부부로 사는 것, 희망적으로 보고 있나 그렇다. 나도, 와이프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여러 가지 지표를 봤을 때, 20대의 60%가 넘게 동성혼을 찬성한다면 당연히 장기적으로는 동성혼 법제화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때까지 다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면서 버티는 게 관건일 듯하다. 그래도 언젠가 당연히 될 거라 생각하면 좀 더 견디기 쉬운 거니까.
제도적으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제일 시급한 하나를 꼽자면 포괄적 차별금지법. 갑자기 동성혼이 법제화된다고 해서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나는 혐오할 권리가 있다’ ‘나는 이들을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런 식의 발언을 너무 당연하게 하더라. 누구도 차별하면 안 되고, 혐오 발언하면 안 된다고 법제화한다면 생각보다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얼마 전 고양이를 새 식구로 들였다고. 부부의 삶에 달라진 점이 있나 이제 2주 좀 넘었다. 나는 일단 동물이나 아기가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공동 육아를 하고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데서 오는 연대감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가족이 둘에서 셋이 되니까, 더 다양한 관계가 생기는 것도 재미있다. 고양이가 내가 만질 때는 ‘잉’ 그러더니, 와이프 무릎 위에 올라가 애교 부리는 걸 보니까 질투 나더라고!

김규진 부부의 제주도 웨딩 사진과 신간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