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톰 포드스러운' 스킨케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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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포장된 크림 용기에 이름만 갖다 붙이는, 난 그런 일 따위는 하지 않는 디자이너예요.” 지난 5월, <엘르>가 LA로 향한 건 그가 남긴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 ‘톰 포드 뷰티에서 새롭게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사실만 전달받았을 뿐, 기능이나 제형은커녕 용기 디자인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상황. 하지만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단호한 자신감과 열정, 그리고 톰 포드가 소규모 프라이빗 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제품을 설명할 예정이라는 짜릿한 소식은 ‘와이 낫~’ 바쁜 일정도 제쳐두고 당장 LA행을 결정하게 했다. 톰 포드가 스킨케어 제품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건 자신의 취향과 니즈에 부합하는 고성능 화장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애써 찾을 바에야 차라리 내 손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그를 보면 ‘역시 까다로운 완벽주의자 톰 포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콧속으로 훅 치고 들어와 후각 신경을 거쳐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톰 포드스러운’ 향, 과감한 컬러와 펄감으로 야릇한 감정을 자아내는 ‘톰 포드스러운’ 메이크업 룩…, 미스터 포드가 손을 대면 늘 뭔가가 달랐다. 출시 4개월여를 앞두고 LA에서 미리 만난 첫 번째 스킨케어 컬렉션, 톰 포드 리서치 역시 결론부터 말하면 남과는 다른 ‘톰 포드스러움’ 그 자체였다. 자그마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톰 포드가 직접 들려준 3년간의 개발 및 제품에 대한 스토리는 마치 친구가 들려주는 것처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미스터 포드와의 ‘초근접’ 대화 현장.   (왼쪽) 카페인과 화이트 포슬린 카카오, 폴리페놀, 글리콜산과 젖산이 들어 있어 피부 생기 부스팅 효과를 극대화한다. 세련된 무광 화이트 패키지에 마그네틱 뚜껑이라 사용 시 만족감을 더하는 톰 포드 리서치 세럼 컨센트레이트, 41만원대. (오른쪽) 톰 포드의 원 픽 아이템! 카페인과 알개 추출물, 히알루론산을 더해 피부 개선은 물론 진정과 보습까지 책임지는 톰 포드 리서치 크림 컨센트레이트, 51만원대, 모두 Tom Ford Beauty. 에디터보다 피부가 더 매끈했던 톰 포드. 지극히 ‘프라이빗’했던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에디터와 미스터 포드가 마주 앉아 있던 모습을 떠올리니, 지금도 심장이 두근두근! - ‘톰 포드’ 하면 으레 브라운 톤의 반짝이는 용기 디자인을 떠올리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화이트 컬러의 무광 패키지에 놀랐어요 ‘피부과학’에 기반을 둔 제품임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스킨 사이언스’라는 키워드를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하자는 생각에 심미적인 측면에서도 타협하지 않았죠. 패키지 역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하나이니까요. 기존에도 페이스 오일이나 멘즈 라인의 모이스처라이저, 아이 트리트먼트 등은 있었잖아요. 아예 새로운 라인을 만든 특별한 계기는 백화점에 입점돼 있는 수많은 브랜드의 제품들, 아니 몇몇 제품이라고 해두죠. 솔직히 거의 믿지 않아요. 과학적 측면에서 내 피부에 뭔가를 기여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30대 초반부터 피부과를 즐겨 찾았고, 그만큼 피부 고민에 적합한 시술을 많이 경험해 봤어요. 이를 바탕으로 피부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철저히 피부 과학을 기반으로 한, 피부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3년간 연구·개발해 온 제품이라고 들었어요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에스티 로더 그룹에 톰 포드 뷰티 브랜드를 위한 R&D 센터를 LA에 설립하자고 제안했죠. 이것이 이번 신제품의 이름이기도 한 톰 포드 리서치, 말 그대로 톰 포드 연구소입니다. 50여 명의 피부 전문가들과 3년에 걸쳐 끊임없는 테스트를 진행해 왔고, 75회의 실험 끝에 마침내 가장 적확한 제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 모든 연구 과정을 집대성해서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피부과 학회인 AAD(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에서 논문도 발표했습니다(실제 현장에는 수백 쪽에 달하는 두꺼운 논문 자료가 준비돼 있었고, 톰 포드는 논문 커버를 탁탁 두드리거나 책장을 넘겨 내용을 보여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엄청난 두께의 책이네요! 톰 포드 리서치 제품에 든 핵심 성분에 대해 알려주세요 15년 전, LA에서 만난 한 피부 전문가가 저에게 해준 조언이 있어요. ‘눈가가 부었을 때 찬물에 적신 티백을 올려놓고 그냥 누워 있는 게 최고’라는 거죠. 그 안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바로 카페인. 카페인이 함유된 포뮬러가 피부 본연의 에너지와 수분 충전에 도움을 준다는 걸 발견한 거죠. 톰 포드 리서치에서도 카페인에 주목했습니다. 우수한 효능을 지닌 희귀 녹차 품종 ‘교쿠로’에서 얻은 카페인과 합성 카페인 성분을 함께 배합해 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세럼과 크림, 단 두 종류의 제품만 선보이는 것도 의외입니다. 보통 스킨케어 론칭이라면 풀 라인업을 내놓기 마련이니까요 딱히 많은 제품이 필요한 것 같진 않아요. 스킨케어는 메이크업이 아니잖아요. 스킨케어는 최상의 캔버스를 준비하고, 메이크업은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컬러와 스타일, 질감은 다양해질 수 있죠. 하지만 캔버스에는 최대의 기능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이면 충분해요. 좀 더 가벼운 질감을 원한다면 세럼을, 묵직하고 딥(Deep)한 질감을 원한다면 크림을 바르세요. 두 제품을 같이 발라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도 좋겠죠. 아침과 저녁, 각각 세럼과 크림을 바르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한국 여성은 ‘다단계’ 스킨케어를 하기로 유명해요. 그래서 딱 두 개의 제품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어요 우리 좀 ‘리얼’해집시다! 결국 모두 마케팅 아닌가요? 세럼과 크림만 발라도 충분히 피부가 개선될 수 있는데 왜 굳이 별도의 제품을 만드는 거죠? 피부과에 가서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어느 피부 전문가가 토너에, 프라이머에… 단계별로 알려줄까요? 아뇨. 그냥 원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 크림 하나를 추천해 줄 뿐이에요. 제가 톰 포드 리서치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거예요. 소위 ‘19금’ 작명 센스와 광고 비주얼로 유명한 톰 포드 뷰티. 그에 반해 톰 포드 리서치는 이름부터 패키지까지 미니멀해 보입니다. 심지어 향조차 없네요 네, 무향(Fragrance-free)입니다. 저는 무향의 스킨케어 제품을 선호합니다. 성분 자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굉장히 많은 향수를 판매하고 있지만요. 혹시 ‘보이즈 앤 걸즈’ 컬렉션처럼 섹시한 광고 영상을 기대했나요? 흠, 스킨케어 제품은 립스틱처럼 맛있지는 않답니다, 하하! 오늘 아침에 바른 제품 역시 톰 포드 리서치겠죠? 당신의 젊음의 비결이 뭔가요? 화장품이나 피부과를 제외하고요 하루에 적어도 세 번, 반신욕을 즐깁니다.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들기 직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엄청난 양의 아메리카노와 반신욕이 없다면 절대 하루를 시작할 수 없어요. 저에겐 이게 명상이자 힐링입니다. 그러고 나서 톰 포드 포 맨 퓨리파잉 페이스 클렌저로 세수하고, 톰 포드 리서치 크림 컨센트레이트를 바른 뒤, 톰 포드 트레이스레스 파운데이션 스틱 7호와 톰 포드 포 맨 브론징 젤로 잡티와 잔주름만 가려줍니다. 컬렉션이나 레드 카펫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집에 돌아와 큰 대야에 얼음물을 가득 채운 후 그대로 얼굴을 푹 담가요. 정신이 확 들고 피부에 긴장감을 주거든요. 톰 포드 리서치를 개발하면서 머릿속에 그린 뮤즈가 있다면 ‘패션’ 하면 전 언제나 카린 로이펠드를 떠올립니다(카린 로이펠드는 “패션의 역사는 톰 포드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톰 포드 리서치의 뮤즈는 바로 ‘나 자신’이에요. 제 ‘베스트 버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이 세럼과 크림이니까요. 물론 남자와 여자 피부가 다르고, 전 수염이 있고 당신은 없지만, 하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당신의 피부가 이미 보여주고 있으니 이 제품을 안 쓰려야 안 쓸 수 없겠네요. 한국 여성들도 충분히 좋아할 거라 믿어요 참, 주변 사람들이 한국에 가게 되면 반드시 피부과부터 가라던데. 대체 미국에 있는 피부과와 뭐가 다른 거죠? 제발 좀 알려줘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가요? 하하! 글쎄요. 한국 뷰티 소비자들이 워낙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보니 그런 거겠죠 안타깝게도 아직 서울에 못 가봤는데, 피부과에 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방문해야겠어요. 이러다 서른 살 외모로 미국에 돌아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농담입니다. 전 서른 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제 나이에 맞는 최상의 모습으로 보이고 싶을 뿐. 해외에서 한국 여성의 스킨케어가 10단계를 넘나들기로 유명해요 대체 뭘 그렇게 바르는데요?   토너는 기본. 에센스는 보습, 항산화, 탄력…… 다 따로따로 챙겨 바르다 보면 10개를 훌쩍 넘죠 그 모든 기능이 이 세럼과 크림, 두 제품 안에 다 들어 있어요.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미국적 사고방식으로 만든 제품이 톰 포드 리서치입니다. 더 이상의 제품은 필요 없어요. 마지막으로 곧 톰 포드 리서치를 접하게 될, 피부 관리에 열정적인 한국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스킨케어 단계는 확 줄이고, 남는 시간은 그저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한 힐링, 명상을 하는 게 훨씬 피부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 세럼과 크림, 두 개를 내놨으니 10단계 스킨케어를 하는 여러분을 위해 저는 8개의 제품을 더 만들어볼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