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왼쪽부터) 김현숙, 이태원, 홍지민, 양희경. 네 배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엉뚱하고 즐거운 하모니는 뮤지컬 <넌센세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아요. 삶이나 무대나 치열한 건 똑같지만, 그걸 평등하게 해내는 건 천재라도 불가능해요. 가정이 화목하려면 일을 줄여야 하고, 내 일을 위해선 가정이, 남편과 자식이 희생해야 해요. 방법은 없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온 대한민국이 기억하는 배우로 평생을 무대와 가정을 오간 50대 배우의 소회. 촬영장을 압도하던 큰언니의 충고에 같은 무대를 서는 후배들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양희경, 이태원, 홍지민, 김현숙. 기 세기로, 목소리 크기로, 존재감 넘치기로 어디서든 밀리지 않는 배우들이 넷이나 모인 자리. “산전 수전 공중전 하다못해 지하전까지 겪고 나니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야, 감히. 인생은 순리대로 사는 거지.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에요.” 카랑카랑한 양희경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진 건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왔을 때였다. ”즐거움 지상주의, 그게 바로 난데 딱 맞는 작품이 <넌센스>였어요. 사실은 너무 힘들어서 6년간 뮤지컬을 안 하다가 지난여름 <피맛골 연가>로 돌아왔는데 새삼 다시 알게 된 거예요. 아, 뮤지컬이라는 게 나에게 이런 기쁨을 줬었지.” 뮤지컬 배우 이태원의 별명은 잡초다. 15년 동안 계속해온 뮤지컬 <명성황후>의 헤로인으로 ‘여왕 전문 배우’라고 불리는 그의 무대 밖 진짜 얼굴. “밟아도 밟아도 계속 나니까 잡초라는 거죠. 그런 게 있어요. 두고 보자 마음먹고 일어서는 오뚝이 정신.” 그는 항상 새로운 무엇을 배우는 쪽을 택한다. 후배 김현숙이 그를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이유기도 하다. “부족한 게 생기면 완전히 엎드리고 배워요. 무대가 좋으니까, 더 잘하고 싶으니까요.” 신장이 안 좋다가도 무대에서 내려올 때 부기가 빠져서 내려오는 배우, 무대 위에서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내는 배우가 이태원이다. “나는 경험이 과학이라고 생각해요.” <막돼먹은 영애씨> <미녀는 괴로워>로 기억되는 김현숙은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독신주의자였다. 무대는 충분히 즐거웠고, 일 욕심도 많았고,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30대로 접어드니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희한하게도.’ 배우로서 결혼도 해보고 아이도 낳아 보고 하는 직접 경험을 따라갈 수 없겠구나. 아, 이래서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다 때가 있다고 하는구나, 라는 깨달음. 뭐든, 겪을 수 있는 것, 겪어야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라는 마음. 쉼 없이 달려오긴 매한가지인 홍지민 역시 요즘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에 머물러 있다. 신경 쓰지 못했던 가족과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며 여전히 자신만의 ‘꿈의 노트’를 쓴다. 꿈은 분명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2 때부터 연극을 시작했는데 그때 꿈꿨던 모습대로 지금을 살고 있거든요.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저는 여전히 꿈이 잔뜩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워요. 꿈을 그리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원하는 삶이 어떤 건지 알아야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잖아요.” 아름다운 네 배우의 하모니가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굳어진 어깨의 힘을 빼고 인생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가슴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진짜 소리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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