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좋게 확장하는 프랜차이즈 간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궁금해진다. 과연 이 도시에 고요한 장소가 몇이나 있을까? 8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6월에 개관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역과 충정로 사이, 수년간 공사장 천막에 가려져 있던 공간은 본디 시장이었으나, 조선 후기 사상가와 종교인이 희생된 형장으로서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 세 건축회사가 함께 설계한 박물관 건물은 장소의 기억을 소환한다. 붉은 벽돌로 낮고 정직하게 쌓아 올린 건물로 들어가면 마주하게 되는 것은 흰색과 곡선을 활용한 내부와 하늘을 향해 뻥 뚫린 공간이다. 마침 개관을 기념해 7월 25일까지 <한국 현대조각의 단면>전이 열린다. 195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이르는 근현대 조각을 망라한 전시에서 김복진, 백남준, 이불, 서도호 등 61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고요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