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많은 '삐딱한 천재' 이찬양 셰프와의 삐딱한 인터뷰
이찬양은 호기심이 많은 용맹한 요리사다. 엉뚱한 상상을 음식으로 실현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연구하는 것이 이찬양이 요리하는 방식이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참여한 '삐딱한 천재' 이찬양 셰프 인터뷰
- '흑백요리사2'에서 선보인 창의적인 요리 비하인드
- '삐딱한 천재'는 재료 앞에서 어떤 것부터 생각하나요
- 지금 시점에서 제일 호기심이 가는 건 무엇인지
데님 세트업은 Marni.
화제를 모았던 대구 대가리 요리를 비롯해 비주얼 충격을 안겼던 메추리 요리까지. <흑백요리사2>에서 시종일관 삐딱한 시선으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였죠
진심으로 재미있게 임했어요. 평소에 만들어보고 싶었던 걸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요리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심사위원 두 분을 위한 것이니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오리지널 넘버스의 헤드 셰프인 지금이 있기 전, 요리사의 꿈은 고등학교 때 예상치 못한 계기로 생겼다고요
이 이야기는 말할 때마다 명확합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친구가 요리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말해 준 적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제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는 겁니다. 무언가에 대해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한 번도 뚜렷하게 목표나 꿈을 가진 적 없었거든요. 당시 저는 요리를 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길로 지금까지 계속 요리만 하고 있어요.
친구의 영향이 컸군요
저는 깊게 생각하는 성향이 아니에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생각 하나로 임했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전통 프렌치 테크닉을 익혔던 유학 기간 동안 셰프님의 입맛은 어땠습니까
일단 학생이라 돈이 부족했어요. 학비도 비쌌고요. 프랑스는 돼지고기가 저렴해요. 목살을 조금 사서 스테이크처럼 구워 쌈장에 먹었어요. 신라면도 자주 먹었습니다. 홍합이나 콩나물, 고춧가루를 넣어 감칠맛 나게 끓이는 법을 알지만 순정파라 늘 오리지널로 먹었습니다.
새우 카바텔리.
당시 배웠던 기술과 교훈 중 지금도 써먹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교훈은 요리가 정말 어렵다는 것. 다양한 기술이나 재료가 있지만 모든 걸 떠나 내가 생각하는 게 실현이 안 돼요. 알고 있는 지식이 적기도 하고, 방법도 모르고,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니까 어떻게 해도 실현이 안 됐죠. 상당히 답답하지만 요리는 정말 어렵다는 걸 배웠고, 끝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끝없는 탐구 여정은 이제 시작일까요
그럼요. 엄청 어려워요.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저 아직 나름 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얼마나 행복할까요? 행복한 순간을 연 첫 요리가 완성된 순간을 기억하나요
생생하게 기억해요. 파리에서 한창 요리를 연습하고 배울 때, 친구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었던 적 있어요. 친구한테 내어주기 전에 제가 슬쩍 맛봤는데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스스로 만족이 안 돼서 친구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다 버렸습니다. 대신 다른 식사를 사줬죠. 그때 엄청 부끄러워서 다시는 그때처럼 쪽팔린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죠.
뮤지컬 ‘넘버’처럼 스토리텔링이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는 의미의 '오리지널 넘버스'. 이곳을 담당하는 셰프님의 오리지널리티가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아닐까요? 오리지널 넘버스의 플레이팅은 심플합니다. 요리를 예쁘고 화려하게 담아낼 수도 있지만, 딱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담는 게 솔직한 것 같아서요. 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은 모조리 빼고, 내가 생각할 때 필요한 익힘과 요소만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데 집중합니다. 결국 제 요리는 솔직함으로 좁혀지는 것 같네요.
크리스털 디테일의 팬츠는 Ernest W. Baker. 셔츠는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주방에는 그런 오리지널리티가 어떤 모습으로 담겼습니까
제 주방은 깔끔해요.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님한테 배운 것처럼 각이 잡혀 있고, ‘테이블 포 포’의 김성운 셰프님에게 배웠듯이 물기를 싹 치우는 버릇도 있죠. 깔끔한 것에 집착하는 편이고, 제 특성이 제일 드러나는 포인트는 통일성입니다. 모든 기물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스 버너의 부탄 가스는 가죽을 씌워 가려놓고요. 후추를 가는 통마저 스테인리스로 맞췄죠.
코스 요리의 모든 요리가 명료하고 단순하게 담기지만, 그 속은 다채로운 식재료들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가장 인기 많은 생선 디시의 겉모습은 노란색 소스 위에 생선, 볶은 채소를 올린 단순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그 소스를 만드는 데만 5시간 이상 걸리죠. 거기에 생선뼈로 육수를 내 진하게 졸이고, 시트러스를 짜서 만든 주스를 졸이고, 화이트 와인으로 시럽을 만들어 또 졸입니다. 이 세 가지를 넣고 버터로 만든 소스가 노란색 소스죠. 그만큼 복합적인 풍미가 담깁니다.
레서피를 개발할 때 내 취향과 욕심을 풀어내고 싶은 욕망에 휩싸일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당연하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손님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제가 의도한 걸 손님이 전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럼 아무 소용없잖아요. 나는 생각하고 했지만 상대방이 못 느낀다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털 디테일의 팬츠는 Ernest W. Baker. 셔츠는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셰프님 레서피 중에서 가장 아낌을 받는 건 어떤 메뉴인가요
<흑백요리사2>에 잠깐 나왔던 생선 대가리 요리가 많이 아까워요. 그 요리에 정말 많은 의도가 담겨 있는데 그냥 실패한 요리로 나와서. 이 요리는 ‘맛 vs 식욕 감퇴’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요. 진짜 먹기 싫은 비주얼인데, 진짜 맛있으면 너는 먹을 거야? 이거 되게 궁금하지 않아요? 그래서 대구 대가리에 이리를 뇌처럼 연출해서 ‘네가 좋아하는 식재료인데 안 먹을 거야?’라는 물음표를 던진 거예요. ‘뇌처럼 보이는 게 이리라는 사실을 말해 줘도 안 먹을 거야?’ 이런 질문을 마구 던지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그 요리에 대한 요리사의 관점과 일반 대중의 관점은 조금 달라요.
대구 대가리 요리 앞에서 요리사는 어떤 것부터 생각합니까
일부러 대구의 눈알을 빼고 요리해 보기도 했어요. 눈알이 약간 혐오스러운 것 같아서요. 근데 요리사들은 생선 눈알로 신선도를 판단한단 말이죠. 생선 눈알이 맑으면 진짜 신선한 거거든요. 이 요리를 1차 경연 때 선보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습니다(웃음). 신선한 이리를 구해야 하는데 계절상, 대구의 정소(精巢)라는 특성상 구하기 어려웠고, 냉동된 걸 쓰면 내가 의도한 바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그리고 또 하나는 먹을 때마다 계속 대구 이빨에 걸리는 거예요. 테스트할 때 입을 더 찢어보고, 양치질도 시켜줬는데 이빨에 묻은 끈적한 성분 때문에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언젠가는 대구 대가리 레서피를 구현해 보고 싶어요. 정확히 말하겠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징그럽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바를 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만우절이나 핼러윈데이 때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호기심 많은 셰프님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미래에 본인이 이끄는 업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갑니다
저도 궁금해요. 궁금하지만 겁나는 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인데요(웃음). 생각보다 제 요리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나는 스스로 삐딱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사람들은 나를 진짜 이상하게 보네? 이거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습니다. 제 스승인 ‘이준' 셰프님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셰프님이 적당선이었어요. 만일 오리지널 넘버스의 이준 체제가 해제되면 과연 사람들은 내 요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요.
<엘르> 릴스 촬영할 때 “저는 제가 삐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걸 봤습니다. 스스로 어떤 요리사라고 생각합니까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에요. 진짜 궁금한 게 많아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아까 ‘맛 vs 식욕 감퇴’라는 주제도 비슷한 맥락이죠. 그리고 릴스 촬영할 때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삐딱하게 만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두리안 쫀득 쿠키’로 만들 거라고 대답했는데요. 이것도 ‘냄새가 너무 심한데도 너, 먹을 거야?’라는 질문에서 파생된 겁니다. 두리안이 비인기 과일인 이유는 냄새 때문인데, 막상 먹어보면 정말 맛있거든요? 그걸 마시멜로로 감싸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닭간 브리오슈.
지금 시점에서 제일 호기심이 가는 건 무엇인가요
두리안 쫀득 쿠키입니다. 진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리안 페이스트를 카다이프에 섞어 마시멜로로 감싸면 냄새가 안 날까?’ 피스타치오보다 두리안의 단맛이 더 세기 때문에 충분히 맛있을 것 같은데요. 마침 최근 화양동에서 구운 두리안을 먹었는데 정말 미묘한 맛이었어요. 군고구마랑 비슷한데 두리안보다 구운 풍미가 더 많이 담기더라고요. 다만 구우니까 두리안 냄새가 식당 내부를 꽉 채웠죠.
찬양 표 두리안 쫀득 쿠키라…. 굉장히 흥미로운 표현인데요. 셰프님은 어떤 요리를 먹었을 때 ‘맛있다’고 느낍니까
바다 위에서 갓 잡은 생선을 회 떠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어요. 신나게 스키 타고 나서 먹는 라면은 또 얼마나 맛있고요. ‘맛있다’를 정의하는 건 경험인 것 같아요. 아무리 잘 요리해도 위에 언급했듯이 추억이 담긴 회랑 라면을 따라 만들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맛이라는 건 추상적인 겁니다.
이름을 널리 알렸고 오리지널 넘버스의 터를 다지기 시작한 지금, 셰프님은 어떤 꿈을 꿉니까
저는 꿈이 없습니다. 대단한 생각으로 살고 있지 않아요(웃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당장 손님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고 <흑백요리사2>에 출연했을 땐 상황에 맞춰 재미있게 요리했죠. 방송이 끝나고 손님들이 알아봐주면 요리를 잘하는 데 집중하고요. 당장 주어진 상황만 고민하는 것 같아요. 장기 계획도 없습니다. 너무 생각이 없나요? 뭐, 그런 거죠. 앞으로도 닥치는 대로, 나답게 살고 싶습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사진가 곽기곤 · Christophe Coënon
- 스타일리스트 이정현
-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 이현정 · 최경민 · 정지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엘르 비디오
엘르와 만난 스타들의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