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최유강 셰프가 살면서 처음 느낀 요리의 손맛은
“기본이 탄탄해야 그 사람이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적당한 화력을 유지하며 완벽한 요리가 탄생할 때까지 앞만 보고 질주하는 최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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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참여한 최유강 셰프 인터뷰
- 중식과 일식의 융합 장르를 선보이는 까닭은?
- 요리의 역동성이 잘 발휘되는 메뉴는 짜장면
- '흑백요리사2'에 참여하며 스스로 발견한 새로운 면모
수트 세트업은 Y’s by MUE. 워커는 Dr. Martens.
중식과 일식의 융합 장르를 선보이는 ‘코자차’를 처음 방문했을 때 공간과 요리의 미적 요소가 인상적이었어요. 실내에는 다채로운 아트워크가 걸려 있고, 한 입 거리 요리인 냉채 소스를 뿌린 전복은 중국 왕실에서 사용했던 비누 곽에 얹혀 나오죠
저는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이고, 아티스틱한 걸 좋아해요. 중식이지만 담음새나 표현이 조금 섬세하고, 어떤 면에서는 일식과 닮아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골동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여행을 가도 일정에 골동품점을 꼭 넣을 만큼 시간만 나면 참새 방앗간처럼 들러요. 골동품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입니다. “어디서 나왔냐, 어떤 이야기가 있냐”를 집요하게 묻죠. 음식과 식자재도 골동품처럼 결국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벼룩시장에서 시급이 제일 센 소피아관광호텔에서 요리를 시작했죠. 본격적으로 요리의 쾌감을 느꼈던 때는 언제입니까
소피아관광호텔에서였어요. 설거지 업무로 취업하자마자 막내가 그만두는 바람에 이것저것 다 하게 됐죠. 그러다 어느 날 칼을 쥘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것도 그곳에서 제일 잘 드는 칼이었죠. 면장갑을 끼고 탕파를 썰었는데, 손에 감각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파 근처에 칼을 살짝 대는 순간 ‘싹’ 잘리는 느낌이 들어요. 그건 쾌감이라기보다 ‘도파민’에 가까웠죠. 파 한 덩어리를 싹싹 써는데 ‘이 손맛이 뭐지?’ 싶더라고요. 집에 가서 다른 칼로 해봐도 그 느낌이 아니었고, 요리사가 쓰는 식칼을 잘 갈아 써야 나오는 감각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요리 세계에 빠졌고, 본격적으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죠.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한식·양식·중식·일식까지 폭넓게 경험했는데, 그 동력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한식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몇 가지 단품을 만들며 한식 세계를 ‘맛만 본’ 정도였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다 보니 경제적·현실적으로 양식이 제일 적합하겠더라고요. 호텔의 기반은 양식이고, 총주방장도 양식에서 나오니까 용어와 시스템을 알아듣기 위해서라도 양식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박효남 명장이 계시는 ‘힐튼 호텔’로 향했습니다. ‘딱 10년만 배우고 내것을 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했어요.
청새리상어 꼬리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다양한 장르의 업장을 경험하며 좌절과 희열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긴 믿음과 철학은 저는 어떤 식으로든 ‘기본’이 잡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칼이든, 프라이팬 코팅이든, 위생이든요. 칼은 늘 잘 갈려 있어야 하고, 도구는 제자리에 정확히 놓여야 하며, 주방은 깨끗해야 합니다. 위생은 제 기준을 직원에게 기대하기보다 제가 직접 챙기는 편이에요. 특히 ‘딥 클린’은요.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기본으로 돌아가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중식을 한다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은 무조건 맛있어야 해요. 이유가 없습니다. 기본이 탄탄해야 그 사람이 드러나니까요.
코자차는 중식과 일식의 융합 장르를 선보입니다. 이 장르를 택할 때 마음속에 자리한 핵심가치는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로 중식을 아우르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실력 있는 중식 요리사가 너무 많잖아요. ‘내 영역은 뭘까?’ ‘내가 정말 잘하는 건 뭘까?’를 고민했고, 제 손을 거치면서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또 <미쉐린 가이드>든 <흑백요리사>든 ‘글로벌’이잖아요. 우리만 좋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외국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인 셰프가 표현하는 일식과 중식의 협업을 기본으로 하되, 결국 완성된 요리는 한식에 가까웠으면 했어요. 언젠가 “이걸 한식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가게에 건해삼이 진열돼 있는 걸 보고 셰프님이 해삼에 애착심이 있나 했어요
저는 해삼을 정말 사랑해요. 동해 삼척산 건해삼을 씁니다. 좋은 걸 잘 고르면 신라호텔에서 쓰는 급에 크게 뒤지지 않아요. 물론 비싼 식재료는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가거도산은 좋은 비율이 높지만 가격이 확 오릅니다. 저는 영세한 입장이라 더더욱 ‘가격 대비’가 중요해요. 그렇다고 고집이 없냐 하면 그건 아니고요. 나름의 철학과 고집은 있습니다.
삼선 동파육.
건해삼은 어떻게 탄생합니까
해삼은 불리는 과정이 중요해요. 수분이 빠져 8분의 1로 줄어든 것을 일주일 동안 삶았다 식히고, 또 삶았다 식힙니다. 하루 두 번씩 반복하면 말리기 전 사이즈로 돌아오거든요. 그 과정을 ‘불린다’ 혹은 ‘군다’고 표현해요. 그리고 해삼은 기름이 한 방울만 튀어도 다 버려야 해요. 그냥 불어버리는 게 아니라 녹아버리거든요. 그만큼 연약합니다. 그런데 정말 잘 불렸을 때는 살아 있는 것 같고, 저도 스스로 칭찬하고 싶어져요. “와, 오늘도 해삼 잘 불렸네. 이게 얼마야!” 하면서요.
건해삼에 이토록 예민하게 다가가는 셰프님을 골몰하게 만드는 식재료는 무엇인가요
소금이요. 좋은 소금을 찾으러 다니는 여정이 제일 힘들어요. 천일염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천일염에도 등급이 있거든요. 제가 쓰는 건 신안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세 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신의도 쪽 소금이에요. 태평양 물이 들어와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탁!’ 때리는 곳이 신의도 바다거든요. 그 물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라 신선하죠. 천일염 중에도 장판염과 토판염이 있는데, 장판염은 대량생산이 쉬운 반면 토판염은 손으로 골라야 해서 결정이 크고, 수제의 수고가 담깁니다. 그런 차이까지 알고 고르는 편이에요. 소금은 그냥 짠맛만 있는 재료가 아닙니다. 정말 좋은 소금은 뒷맛에서 단맛이 느껴지죠.
패턴 셔츠는 Y’s by MUE. 부츠는 Vetements.
워크 질 때문인지 중식은 다소 터프한 느낌, 스몰 디시 위주의 일식은 섬세한 요리처럼 느껴지는데요. 셰프님이 가장 터프하거나 섬세해질 때 어떤 요리가 탄생합니까
일식에서는 튀김을 조금 더 터프하게 만들고 싶어요. 일식 튀김은 맛있지만, 가끔 너무 얌전한 것 같거든요. 저는 튀김을 좀 더 바삭하게, 중식의 감각을 더해 ‘끝판’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중식은 일식을 같이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더 섬세하게 임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반전 매력일 수도 있겠죠. ‘소도둑놈처럼 생겼는데 요리할 때는 핀셋으로 한다’는 느낌으로요(웃음). 그 반전이 특히 금사오룡에서 드러납니다. 담음새나 표현 방식에서 섬세함이 발휘되고, 결이 일식과도 닮아 있어요.
요리할 때 기름 온도가 올라오는 소리나 연기, 향… 중에 어떤 요소가 제일 좋습니까? 특히 어떤 메뉴에서 요리의 역동성이 잘 발휘되나요
짜장면이죠. 짜장은 불로 시작해서 불로 끝나는 음식이에요. 중간에 불을 줄이면 안 됩니다. 최고 화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스텝으로 질주해야 제대로 불 맛 나는 짜장이 돼요. 짜장이 잘 볶이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아, 나 중식 셰프였지’ 하는 감각이 딱 느껴집니다.
셰프님은 어떤 요리를 먹을 때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까
'맛있다’를 제 방식으로 풀면 결국 ‘간이 맞다’예요. 제가 원하는 간이 딱 있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염도가 0.8 이상이면 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치찌개가 대략 0.8 정도라 ‘호로록’ 먹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고요. 강된장은 밥이 없으면 짜잖아요. 된장찌개는 1.0 정도고요. 저는 간에 예민한 편이라 그 ‘딱 맞는 지점’에 도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치킨도 기본 염지를 0.8 정도로 잡고 시작하죠. 짬뽕 국물은 1.1 정도는 돼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간에 예민하고, 0.8이라는 염도를 유지하려고 해요. 요리를 인수분해해 보면 마지막에 남는 건 결국 소금과 장류더라고요. 그래서 소금부터 ‘제일 좋은 것’에서 시작하기로 한 거죠.
<흑백요리사2>에서 오래 못 봐서 아쉬웠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며 스스로 발견한 새로운 면모도 있나요
방송을 보면서 스스로 모니터할 수 있었다는 게 크게 다가왔어요. 저는 그냥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꽤 돌격적인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소프트’해질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퍼컷’ 장면, 처음 승리의 맛을 본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유강 생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셰프로서 요리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였어요.
요리 경력 33년 차, 이 세월을 함께한 음식과 요리는 어떤 존재입니까
그냥 저입니다. ‘최유강’ 그 자체죠. 코자차가 <미쉐린 가이드> 원 스타였을 때는 아는 사람만 아는 최유강이었다면, 지금은 제 얼굴은 몰라도 이름만 말하면 다들 요리사라는 걸 압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제가 한 말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고, 제가 한 요리에도 책임을 져야 해요. <흑백요리사2>를 본 사람이라면 제가 중식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맛있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 됐죠. “역시 최유강, 맛있네!”라는 말이 따라와야지, 그냥 방송에 나온 ‘누구’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결국 지금의 요리와 음식은 제 자신입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사진가 곽기곤 · Christophe Coënon
- 스타일리스트 이정현
-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 이현정 · 최경민 · 정지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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