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중식마녀' 이문정 셰프의 유튜브 비하인드
불과 칼이 지배하는 주방에서, 이문정은 자신을 연마해 온 시간으로 요리를 한다. 그의 중식 요리는 기술보다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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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에 참여한 '중식마녀' 이문정 셰프 인터뷰
- 만약 식당을 연다면 가장 내세우고 싶은 메뉴는?
- 이문정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와 그 이유
- 중식 세계에서 25년 동안 달려올 수 있었던 생존 기술
랩 형태의 레더 재킷은 Darkpak. 데님 팬츠는 Rick Owens.
중국 요리를 마스터한다는 개념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셰프들도 항상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바로 중국 요리라고요
사실 중식은 제가 원했던 요리는 아니었어요. 손재주가 있어서 일식이나 양식처럼 섬세하게 꾸민 요리를 원했죠. 그런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빈자리가 있는 중식당에 들어갔고 ‘일단 가고 나중에 옮기자’는 마음이었어요. 막상 가보니 너무 아닌 거죠! 빨리 도망가려고 했지만, 계약직의 현실도 고려해야 했고 정직원이 될 때까지 버티다가, 그 안에서 중식의 매력을 발견해 버렸습니다. 칼을 다루는 기술과 불을 다루는 기술에 완전히 매료돼 ‘한 번 해보자’며 중식을 쭉 이어왔어요.
셰프님의 손재주와 센스는 <흑백요리사2>에서 요리한 ‘은밀한 금란’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었죠. 그런 센스는 타고난 겁니까? 아니면 좇는 우상이 있나요
여경래 셰프님을 존경합니다. 석· 박사 동기는 여경옥 선생님이지만(웃음). 본인의 삶을 즐기면서 후배들을 다 끌어주는 분이죠. 저도 처음 국제대회에 나갈 때 그분 손잡고 나갔어요. 아이를 낳고 10년 공백을 지나 지난해 11월, 홍콩에 불러준 분이기도 합니다. 그때 나도 빨리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싹텄어요.
어향소스 옥돔구이.
10년 공백에도 블로그와 유튜브를 꾸준히 운영해 왔습니다. 일반인도 집에서 중식을 따라 만들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한 중식 요리 레서피를 비롯해 ‘수박, 토마토 예쁘게 자르기’처럼 소소한 팁까지도요
초반에는 욕심도 있었지만, 제일 컸던 건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중식은 서적도 부족하고, 이론적으로 다뤄주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저는 원래 강의를 다니면서 ‘최소한 알고는 먹자’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그걸 못하게 되면서 무대가 없어진 거예요. 그래서 찾은 비상구가 유튜브였습니다. ‘내가 이걸 할 수 없는 현실이면, 내 무대를 직접 만들면 되잖아. 유튜브에서 꿈을 펼치자!’ 그렇게 해서 시작됐죠.
‘웍으로 마술을 부리는!’ 마녀 셰프 유튜브는 꼭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편집 기술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팬이 많습니다
6년 동안 열심히만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제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구독자가 7000명에서 갑자기 4만 명이 되니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스스로 고생 많았다고 토닥토닥 해줬습니다. 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잖아요.
중화 요리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화력과 소스, 타이밍 중에서요
저는 타이밍입니다. 타이밍은 결국 불을 다루는 능력이거든요. 학생들에게 늘 “손은 눈보다 빠르다”고 해요. 화력이 세면 10초 만에 수분이 증발해서 염도가 확 올라가니까. 중식은 레서피대로 일반화하기 어렵고 그게 실력인 거죠. 칼질도 중요합니다. 크기가 제각각이면 뜨거운 불에서 기준을 잡을 수 없으니까요.
셰프님의 요리를 먹어 보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SK그룹 임원 전용 라운지 주방을 지키고 계셔서 불가능합니다. 셰프님의 성격을 닮은 요리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알고 싶다. 그것 참 알고 싶다(웃음). 저는 제철 짬뽕이죠. 제철 식재료를 얹어서 먹는 거예요. 대구도 되고, 고니도 넣고요. 고니를 튀겨서 고명으로 올리면 상상이 안 되지 않습니까? 짬뽕의 매콤함을 먹고, 고니 튀김 한 입 베어 물고, 또 얼큰한 국물로 정리하고. 배고프네요. 그리고 볶음밥도 좋아합니다. 볶음밥은 불을 다루는 기술이 그대로 드러나는 음식이거든요.
만약 식당을 연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메뉴를 내세우고 싶나요
튀김이죠. 튀김은 어려워요. 칼로리나 건강 때문에 기피하지만, 저는 오히려 호불호가 제일 적은 조리 방식이 튀김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튀김이든 자신 있어요. 특히 굴튀김 같은 제철 식재료 튀김, 가지튀김처럼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재료에 한계를 두지 않는 셰프님이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무엇입니까
뭐든 다 요리로 풀어낼 수 있지만 역시나 생선입니다. 고기보다 맛있는 것 같아요. 제철 감각을 깨울 수 있고 조림이나 찌개, 찜, 어떤 형태로든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해산물도 마찬가지죠. 봄이라고 탕수육이 달라지진 않지만, 봄에 나는 생선과 해산물은 구분이 뚜렷하고 기억도 되지 않습니까? 굴튀김을 먹을 수 있는 시기, 굴짬뽕을 먹을 수 있는 시기처럼요. 그래서 저는 장사를 하게 된다면, 24절기를 이용해 거기에 맞는 스토리로 음식을 하고 싶어요. 24절기는 1년에 24개니까, 말 그대로 2주에 한 번씩 메뉴를 바꾸면서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내 것도 표현할 수 있죠. 저는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가지고 가는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문정 셰프가 자주 요리하는 한식. 고기찜, 잡채, 나물.
한식도 좋아하신다고요
집에서 제일 많이 해먹는 건, 솔직히 쉽고 맛있는 것들이에요. 요즘은 에어프라이어가 다 해주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등갈비구이를 자주 요리해요. 등갈비는 그냥 마늘과 소금, 후추, 다시다 조금, 이게 전부예요. 근데 너무 맛있죠. 쇼츠로도 소개한 적 있습니다. 고기 요리를 좋아해서 닭볶음탕, 제육볶음도 자주 해먹어요. 또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순두부찌개입니다. 예전에 유튜브 <옥사부TV>에서 선보인 적 있는데, 순두부찌개에 쫄면을 넣는 거예요. 학교 다닐 때 분식집에서 많이 먹던 그 조합 있지 않습니까? 그때는 위에 머랭을 쳐서 올리고, 마지막에 가는 모차렐라 치즈를 싹 뿌려 눈 내리는 느낌을 만들었어요.
“단순한 중국 요리가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건강한 ‘K중식’의 유리천장을 깨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셰프님에게 K중식이란 무엇입니까
쉽게 말하면, 우리가 먹는 게 다 K중식이에요. 짜장면, 짬뽕, 탕수육, 깐풍기, 라조기 같은 음식이요. 중국에 가면 그런 음식을 접하기 어렵잖아요.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이고, 그게 ‘K’죠. 그래서 저는 기존 한국의 중식에서 나아가 한식 스타일과 식재료를 얹어 메뉴를 구축해 나가는 게 숙제이자 목표예요. 한옥에서 짜장면을 팔 수도 있고, 짜장면도 우리가 먹는 건 결국 우리 고유의 음식이 된 거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된장을 섞은 면처럼, 거부감은 줄이고 새로운 음식을 구축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중국에 알리는 거죠. 한국의 중식이 이런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식 요리인 베이징 요리나 산둥 요리, 사천 요리와 쓰촨 요리, 다양하지만 어느 문화권에서나 그러하듯 입맛에 맞게 현지화됩니다. 요리 과정에서 셰프님이 절대 타협 못하는 한 가지는
저는 웬만하면 타협하는 스타일이긴 한데요. 좋지 않은 재료를 쓰는 건 못합니다. 대량 조리를 했던 때가 있어요. 뷔페에서 일할 때는 양이 많으니까 볶음밥도 볶지 않고 ‘비비는’ 식이 되기도 했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일하면서 저는 더 단단해지기는 했지만 몸도 축났어요. 그럼에도 타협하는 못한 건 결국 이거였어요. ‘내가 만드는 음식은 내 새끼가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와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절대 대충 못하거든요. 바쁘다고 대충대충 하는 건 저는 진짜 못합니다.
퍼 재킷은 Isabel Marant.
중식 세계에서 25년의 세월을 달려왔습니다. 역동적인 웍질을 비롯해 거센 화력 때문인지 왠지 터프하고 어려운 신처럼 느껴지는데요. 당신만의 생존 기술이 있을까요
결국 자신과의 경쟁이에요.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보자는 각오죠. 저는 중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스스로 말했어요. “넌 여자가 아니야. 비교하지 말고, 똑같이 해. 아니, 그 이상을 해.”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는데 임신하고 출산하니 혼란이 찾아왔죠.
출산 이후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오랫동안 성별과 나이를 떠나 한 명의 요리사로서 버텼어요. 그냥 불 지르면 불 지르는 대로 저돌적으로 일했죠. 뭐든지 남보다 빨랐고 대학원 공부도, 외부 활동도, 자격증 취득도요. 그냥 계속 달려왔는데 출산과 유산을 겪고 나서는 더더욱 ‘나는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내 아이는 지켜야 한다’는 게 엄마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엄마로서 기쁨도 있지만, 뒤돌아서면 내 자아는 희생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니까요. 출산이 제 생각도, 살아온 방식도 바꿨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 아예 바뀐 겁니다. 그 전까지는 엄마로서 해야 할 자리가 무겁게 느껴졌어요.
여성 요리사가 적은 중식 신을 묵묵히 버텨온 시간 덕에 셰프님의 지금이 있네요
제가 기자회견 때 여자 셰프로서 유리천장을 깬다고 했잖아요. 그 말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근데 제가 말한 유리천장은 여자를 무시해서 안 키워준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나 스스로 출산처럼 남자와 다른 조건을 이겨내자는 뜻에서 한 말입니다. 불만을 표한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나아가자는 의미였어요.
요리사로서 두려운 것도 있습니까
몸, 체력입니다. 호텔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을 보면, 한 10년 넘기는 순간 허리와 팔이 고장나는 건 물론이고 다치는 등 별 일이 다 생깁니다. 저도 젊을 땐 천하무적 같았는데, 마흔을 넘기고 애를 낳으니까 이야기가 달라지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적은 나이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는 혀에 고질병이 있어요. 면역력이 떨어지면 혀가 싹 번지듯이 두드러기처럼 올라옵니다. 그러면 혹시 미각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와 자신감이 살짝 흔들리기도 하죠. 그런 순간에는 어떡하나 싶고 하다가 “그때는 유튜브를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합니다(웃음).
‘맛있다’는 말은 어떨 때 나옵니까
맛은 기분을 좋게 하는 요소예요. 맛있으면 함께 공유하고 싶고 “먹어 봐, 먹어 봐!” 하고 주고 싶잖아요. 그게 정을 나누는 방식이고, 결국 웃게 만듭니다. 저는 음식이란, 너와 나의 교집합, 우리가 좋아하고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요리 세계를 보여주는 ‘마녀’ 셰프님의 요리 스타일은 어떻게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좋고, 놀랍고, 경이로움이랄까요. 제 요리 스타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양장피입니다. 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1년에 한 번씩 무조건 요리해야 하거든요. 정갈한 칼질 기술, 적절한 볶음 향, 불을 다루는 기술, 조화로운 맛을 자랑하죠. 그러니 한 마디로 ‘퍼펙트’입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사진가 곽기곤 · Christophe Coënon
- 스타일리스트 이정현
-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 이현정 · 최경민 · 정지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2026 봄 필수템은 이겁니다
옷 얇아지기 전 미리 준비하세요,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