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술빚는 윤주모가 추천하는 전통주 페어링
윤나라는 오랜 과거로부터 요리하는 여성, 그 다채로운 솜씨의 ‘주모’라는 직업을 내면으로 불러들였다. 직접 빚은 전통 술과 함께 호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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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에 참여한 '술빚는 윤주모' 윤나라 인터뷰
- '흑백요리사2'에서 선보인 밤생떡국, 황태국, 무생채 요리의 비하인드
- 최고로 애정하는 한 상 차림은?
- '윤나라의 요리'를 세상에 한 문장으로 남긴다면
스스로 ‘윤주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셰프님의 정체성을 담은 표현이기도 한데 이 이름으로 널리 불리는 기분은 어떤가요
올해로 8년째 윤주모로 살고 있습니다. 해방촌 ‘윤주당’은 제 모든 재주가 들어간 곳이에요. 술을 빚고 요리를 하니까 그 이름으로 스스로를 정의했고, 주모의 모습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죠. 명함 또한 사장도, 셰프도 아닌 ‘윤주모’로 팠습니다(웃음). 오랜 역사 속에서 요리하는 직업을 지닌 여성, 업장의 호스피털리티를 담당하는 존재가 아주 멋져 보였거든요. 정말 사랑하는 제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주모의 요리에는 술이 곁들여지겠죠
술을 공부하고 배운 지 10년이 넘었어요. <흑백요리사2>에 나와 전통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죠. 주막과 주모, 모두 익숙하고 가까이 있는 존재인데 먼 것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술뿐 아니라 <흑백요리사2>에서 보여드린 음식도 늘 먹어온 것이지만,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황태국도, 밤생떡국도 그런 이유에서 선보였습니다. 황태국은 배워본 적 없지만 감으로 상상해 가며, 할머니 한 분 한 분 찾아가 어떻게 해드시는지 묻고 다녔어요. 밤생떡국도 밤이라는 식재료에 관해 파고 들어가다가 밤 백설기를 만들어본 것에서 시작했죠. 흔하게 볼 수 있는 식재료지만, 제 손맛과 보는 관점을 바꿔 새롭고 고급스러운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전공하고, 공연문화기획 분야에서 일하며 처음부터 요리사의 길을 가려던 것은 아니었죠. 익숙하지만 새로운 한 끗이 있는 요리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시작했나요
제가 요리를 잘하는 줄 몰랐는데, 술에 맞춰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해 먹이다 보니 재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웃음).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고요. 용감하게 창업하다 보니 그 사정에 맞춰 손님들에게 매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식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좋은 재료를 찾으러 발품을 팔다가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술이나 음식은 하면 할수록 무르익어요. 나름대로 제 입맛도 까다로운 편인데 저랑 같은 입맛을 지닌 분들이 가게에 모이는 것 같아요. 제 음식과 술을 좋아해 주시는 보람으로 살아왔어요.
<흑백요리사2>에서 많이 떠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코 떨리지 않는, 아주 차분하고 단단한 요리들을 꺼내놓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나요
농담 반 진단 반이지만, 제작진이 저를 모르시더라고요. 많은 사장님들이 섭외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말이죠(웃음). 전통주와 한식의 다양한 장르를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1라운드만 참여해도 의의가 있겠다 싶었어요. 저, 아홉 평에서 장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그맣게 영업하는 분들은 가게만의 차별점도 중요하고, 자기만의 것을 엄청 연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저도 오랫동안 열심히 해왔으니 한번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떨어져도 되니까, 소주 내리는 장면은 꼭 나가길 바랐습니다(웃음). 한국에 이런 식문화와 전통주가 존재한다는 걸 눈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쩌다 보니 서울에 업장 있는 분들 중 저만 마지막까지 남았더라고요. 너무 놀랐죠.
‘윤주당’의 시그니처 메뉴 묵참말이.
그 힘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한국인의 90%가 아는 음식을 변주해 승부를 본다는 게 말이죠
제 맛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그걸 쭉 밀고 나아갔고요. 저는 간장도 제 기준에 특별한 것들을 써요. 요리에 따라 미세하게 5년 묵은 간장을 쓸 때도 있고, 오래 묵지 않은 청장을 쓰기도 해요. 황태국을 끓일 때는 임지호 선생님의 10년 묵은 간장을 썼어요. 같은 간장이라도 제가 느낀 감각대로 선택하고, 저만의 감도나 디테일이 녹아 있거든요. 배우거나 주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판단한 결과죠. 그만큼 많이 먹어 보고 연구했고요. 어쩌면 전문적인 요리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것에서부터 자유로움이 생겨난 것 같기도 합니다.
밤생떡국, 황태국, 박포갈비와 무생채, 분식과 소주까지. 일부만 방송에서 소개되긴 했지만, 그 너머에 있는 셰프님의 요리 스타일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무엇이라 표현하고 싶나요? 말 그대로 ‘감각’이 빛나는 것 같긴 합니다
감각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술을 빚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 술이 어디로 흘러갈지 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요리와 교감해야 하죠. 기본은 충분히 공부합니다. 한식 선생님들이 쌓아온 방식도 연구하고 <한국인의 밥상>이나 <한식대첩> 같은 콘텐츠도 흡수하죠. 다만 제 걸 만들 때는 누군가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제게는 중요했던 것 같아요. 대중적으로 먹힐지 안 먹힐지 몰라도, 제가 좋아하는 맛을 내는 것. 그게 세월이 만들어낸 맛이고 제가 살아온 시간의 맛인 것 같아요.
특히 한식은 ‘한 상’에 매우 익숙하죠. 각각의 개성 강한 디시가 모여 탄생한 한 상 차림은 왜 매력적일까요? 다른 식문화에서 보편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방식은 아니잖아요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골고루’ ‘건강하게’ ‘식성에 맞춘’ 것에 의미가 있겠죠. 보통 코스 요리가 나오면 거르지 못하고 다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냥 취향에 맞춰 어떤 조합을 해서 입에 넣을지 자유롭잖아요. 아주 골고루 원하는 대로 풍족하게 먹는 사람을 배려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버리는 것도 없고요. 그런 부분에서 파인 다이닝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주모의 한 상은 무엇이 다를까요
손님들이 전통주 페어링이라면 꽤 낯설게 느껴요. 개인적으로 음식의 완성은 술이고, 또 술의 완성도 음식이라 늘 함께 먹어야 맛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제 요리에는 술이 빠질 수 없죠.
최고로 애정하는 한 상 차림은
청국장을 좋아합니다. 거기에 김만 몇 장 있어도 좋겠네요. 아니, 계란 요리는 하나 더 있어야겠습니다(웃음).
와인과 위스키 등 페어링에 관해서는 전문가도 많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 술과 페어링은 ‘소주와 곱창’ ‘막걸리와 전’ 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한국 술은 크게 탁주와 약주, 증류주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질감과 향, 도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어요. 탁주는 묵직한 편이지만 막걸리처럼 도수가 낮은 술은 훨씬 라이트해요. 질감으로도 구분할 수 있어요. 약주는 화이트 와인처럼 섬세하고 맑은 결을 지녔어요. 증류주는 그 자체로 힘이 있으니 그에 맞는 음식이 따로 있고요. 무엇보다 한국 술은 단순히 달기만 한 술이 아닙니다. 산미가 도드라지는 술도 있고, 드라이하게 떨어지는 술도 있고, 곡물 향이 강하게 터지는 술도 있어요. 저는 오히려 와인보다 한국 술 페어링을 맞추는 것이 더 재밌다고 생각해요. 덜 알려진 이유는, 결국 편견이 쌓여왔기 때문이죠. 지난 100년간 식량난 같은 현실 속에서 술 문화도 획일화될 수밖에 없었고, 다양성이 보장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우리는 엄청 맛있는 술을 만들고 마셔온 나라예요. 이제 그 다양성이 다시 살아날 때라고 봅니다.
요리사님이 저서 <윤주당의 사계절 막거리 레시피>에도 꾹꾹 애정을 담아 소개했듯이 ‘술을 빚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일을 넘어 우리에게 훨씬 더 고차원적인 기쁨을 안겨줍니다.’ 사계절과 그에 맞는 술과 음식을 먹는 건 왜 기쁜 일일까요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들죠. 먹고 마시는 일이 산다는 감각을 깨워주고 보다 고차원적인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혀나 목으로 느끼면, 단순한 미식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계절에 가장 좋아하는 전통주 페어링을 꼽아본다면요? 요즘 한국의 ‘발효’가 전 세계적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들깨 가루를 넣은 따뜻한 두부전골에 맑은 술을 곁들여 보세요. 지금 전 세계적 발효 트렌드는 속도보다 세월이 축적돼 쌓이는 발효와 시간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고 있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습니다. 화려한 기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진정성 있는 맛을 찾아서 말이죠. 한국의 발효는 그 역사가 깊고 늘 자연을 존중하며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지금에 이르러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주로 한식을 하지만, 전 세계 요리나 현대 요리에 대한 지식이나 솜씨가 뛰어나 보입니다. 언젠가 지금 음식과 과감하게 방향성을 섞어본다면 어떤 장르의 음식을 더 깊이 연구하고 싶나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요리를 배워 제 요리에 접목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식재료를 본연의 맛 그대로 살려낸다는 점에서 한식과 닮아 있는 것 같거든요.
오버사이즈 재킷은 Mugler.
7년이 넘은 해방촌의 윤주당. 지금의 존재감이 있기까지 고된 길이었을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가장 고민되거나 난관이었던 지점은
아무래도 첫 번째 창업이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픈하자마자 팬데믹을 겪었죠. 장사는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늘 성실해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서 메뉴 개발, 전문 분야에 대한 공부, 손님과 소통도 게을리하면 안되니까요.
주방에서 버텨온 이 모든 시간은 셰프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만들면서도 눈물 쏙 뺐던 시간들이죠. 주방은 앞으로도 나를 단련시켜 나가야 할 장소입니다.
‘윤나라의 요리’를 세상에 한 문장으로 남긴다면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요리.
잠시 휴업 중인 윤주당은 다시 곧 문을 열 예정입니다. 셰프님의 음식처럼 근본과 새로움을 가장 멋지게 결합한 윤주당은 어떤 미식 철학을 계속 이어갈까요
늘 전통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전통주와 안주, 지역 음식처럼 보석 같은 한식 장르를 새롭게 해석하고, 흔히 보이고 익숙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들을 가장 귀하게 다뤄 새롭게 보여드리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사진가 곽기곤 · Christophe Coënon
- 스타일리스트 이정현
-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 이현정 · 최경민 · 정지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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