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옥동식 셰프의 드라마 같은 돼지곰탕 외길 인생
한 그릇의 국물에 담긴 집요함, 한 가지 메뉴를 끝까지 믿는 용기. 옥동식이 끝내 붙잡은 것은 먹고 난 뒤의 평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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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요리사2'에 참여한 '뉴욕에 간 돼지곰탕' 옥동식 셰프 인터뷰
- 돼지곰탕 하나로 세계를 제패 중인 옥동식 셰프가 느낀 한식의 현주소
- 생소했던 맑은 국물의 돼지곰탕을 만들게 된 비하인드
- 직업 군인이었던 옥동식 셰프가 요리사가 된 사연
옥동식의 돼지곰탕이 뉴욕에 이어 낭만의 도시, 파리까지 갔습니다. 론칭과 함께 파리에 머무는 동안 감지한 ‘옥동식’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1년 반 전, 이곳에 팝업을 열었을 때 반응이 괜찮았어요. 1월 둘째 주인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습니다. <흑백요리사2> 화력을 느끼기도 하고요. 한국인을 비롯해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독일, 런던 등 다양한 국가의 방문자들이 방송을 언급하더군요. ‘옥동식’이 파리에 문을 연 이유는 제 꿈 때문이에요. 2025년이 가기 전에 전 세계 미식 도시에 ‘옥동식’을 열고 싶었는데 파리가 마지막 도시죠. 이 꿈을 오랫동안 계획하고 설계했어요.
지금까지 ‘옥동식’이 터를 잡은 미식 도시는 서울, 뉴욕, 하와이, 도쿄, 파리입니다. 각 지점을 설계할 때 각기 다른 식사 문화를 고려했을 것 같아요
‘옥동식’은 메뉴가 돼지곰탕 하나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돼지곰탕을 합니다. 다만 각 도시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사이드 메뉴를 보강했어요. 하와이나 도쿄 지점은 한 접시 형태의 사이드 메뉴가 네 가지 정도 추가됐습니다. 도쿄, 파리, 하와이 세 곳에 공통으로 추가된 메뉴는 새우를 이용한 ‘완자전’인데요. 새우를 적절히 갈아 양념한 뒤, 기름에 자글자글 구워 냅니다. 최근 냉제육도 추가했어요. 물론 ‘옥동식’ 서울에는 없는 메뉴입니다. 하와이 지점은 현지인들이 튀김류를 좋아해서 돈가스를 메인 메뉴로 판매 중이고요. 이런 식으로 환경에 맞게 약간 변주를 줬죠.
돼지곰탕 하나로 세계를 제패 중입니다. 이토록 치열하게 승부하는 과정에서 한식의 현주소를 절감할 것 같은데요
국내 언론에서 말하는 한식의 위상과 인기를 따라갈 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현실에서 보면 조금 다릅니다. 물론 잘 되는 곳도 많겠지만 그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아요. 그래도 예전보다 확실히 외국인들이 한식을 쉽게 알아보고, 본인의 한식 경험을 말하기도 해요. 그럴 때 한식의 위치를 조금 느낍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돼지곰탕과 곁들이는 김치만두와 고추지, 완자전.
어떤 문제일까요
파리, 런던 등지에서 토종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한국 음식의 질이 부정적으로 인식될 것 같은 우려감이 생겨요. 실제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의 음식은 맛이 없거든요. 흉내만 냈을 뿐이죠. 특히 타지에서는 한국인이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요리사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약간 사명감을 느낍니다.
오랫동안 연구해 온 ‘옥동식’의 돼지곰탕이 이처럼 널리 세상에 알려지기 전, 돼지곰탕이라는 개념은 아주 생소했습니다. 돼지국밥도 아닌 맑은 국물의 돼지곰탕이니까요
호텔에서 헤드 셰프로 일하던 시절, 주방에서 이런저런 메뉴를 손질하다 보면 자투리 고기가 남아요. 어느 날, 지리산 남원에서 키우는 버크셔K 고기의 자투리가 조금 남아 스태프 밀로 무를 넣고 같이 끓여봤어요. 맛을 보고 “이거 뭐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놀라웠어요. 너무 좋은 거죠. 그로부터 약 5개월간 투명한 국물 형태를 유지한 메뉴 레서피를 발전시켰습니다. 돼지국밥이라고 칭하지 않은 건 차별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담음새도 다르고, 육수의 색깔도 달랐기 때문에 이름도 바꿨죠. 소곰탕, 닭곰탕도 있는데 돼지곰탕이 없을 이유가 없잖아요?
‘옥동식’의 돼지곰탕에는 버크셔K 돼지고기의 앞다리 살, 뒷다리 살이 사용됩니다. 이 부위의 살은 육수 용도 외에 달리 응용해도 정말 맛있습니까
앞다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부위로, 상당히 맛있어요. 미디엄 레어 정도로 구워 먹으면 육즙이 상당히 폭발적입니다. 사람들이 모를 뿐이죠. 대부분의 식당은 수육을 삶을 때 삼겹살을 사용하는데 앞다리를 삶으면 훨씬 맛이 좋습니다. 덜 느끼하거든요. 버크셔K의 앞다리는 약간 쇠고기 맛도 납니다. 뒷다리는 닭고기 같은 맛도 있죠. 매력적인 두 부위의 특성을 섞어 육수를 내면 돼지 맛도 느껴지면서 쇠고기와 닭고기의 풍미도 겹쳐질 것 같았어요. 너무 훌륭한 궁합이었죠.
국물을 24시간 푹 고아서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닙니다(웃음). 다들 잘못 알고 계세요. 고기를 24시간 동안 삶으면 고기가 없어져요.
쓰이는 재료는 물, 소금, 무, 대파, 양파, 마늘, 생강, 통후추 그리고 버크셔K죠. 조리 과정에서 핵심은 무엇입니까
팔팔 끓이지 않아야 합니다. 압력솥 같은 기계에 100℃를 설정해 2시간 30분 정도 쿠킹합니다. 중요한 건 그 이후에 3시간 동안 이어지는 래스팅인데요. 휴지라고도 하는 이 시간은 고기가 문드러지지 않고 적당히 탄력을 유지하도록 또 육수가 아주 맛있게 용출되는 시간이죠.
2025년 송파에 문을 연 ‘옥동식 그릴’은 올리브를 먹인 한우를 선보입니다. ‘옥동식’과 ‘옥동식 그릴’은 고기라는 교집합으로 뭉쳐지는데요
‘옥동식 그릴’은 대중적인 음식을 더 선보여야 된다는 생각이 담긴 가게입니다. 예전부터 고깃집을 하고 싶기도 했고요. 이제야 그 꿈을 송파에 펼치게 됐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재료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그냥 고깃집이 아닌, 정말 좋은 고깃집을 추구했거든요. 올리브를 먹인 한우는 제가 먹어본 한우 중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였습니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었죠.
‘옥동식 그릴’에서 선보이는 고추장찌개.
정반대 선상에 있는 채식에도 큰 뜻을 품은 것 같습니다. 6년 전, 경북 문경 대승사에서 맛본 사찰 음식 사진과 함께 뉴욕에서 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채식을 공부하겠다는 각오의 글을 최근 SNS에 게재했어요
채식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메뉴였습니다. 대학 시절 선재 스님이 계신 수원의 절에서 처음으로 사찰 음식을 접했는데 충격적이었습니다. 나중에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에 치여 채식을 탐구하지 못했거든요. 이제는 외국에서 제대로 된 한국 채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지난해부터 뉴욕에서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채식의 핵심은 장이거든요.
뉴욕에서 띄우는 메주라, 재료는 어디에서 오는 겁니까
뉴욕에서 구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서 장을 가져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은 다르거든요. 신토불이 개념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그 땅에서 나는 재료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나라 식재료를 먹어야 식사 후에 속이 편해요. 저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 재료를 쓰는 경우가 10%도 안 됩니다. 대부분 현지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죠. 돼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재료도 말이죠.
‘옥동식’의 시작은 2017년입니다. 건강 때문에 호텔을 그만두고 시작된 느린 삶은 욕심을 버리고 느긋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죠
요리사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저녁이 있는 삶이 그리웠습니다. 편안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50그릇 한정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옥동식’을 시작했지만 첫날부터 많은 분이 방문해서 100그릇으로 늘리고, 200그릇으로 늘렸다가 지금은 1만 그릇을 팔고 있습니다. 욕심을 냈다면 이미 한국에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을 세웠겠죠.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오히려 ‘옥동식’ 7년 차에 뉴욕으로 건너왔어요. 한 곳에서 진득하니 맛을 지키고, 단골손님을 지키는 게 제 바람이었습니다.
‘옥동식’의 돼지곰탕.
한 가지 메뉴만 선보여도 괜찮겠다는 용기를 심어준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메뉴에 대한 확신이죠. 처음 만들어 먹어 보고 레서피를 확정하고 ‘아, 이건 무조건 된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물론 주변에 많은 사람은 안 될 거라고 했어요. 대부분의 돼지국밥은 걸쭉하고 찐득한데, 제 돼지곰탕은 그렇지 않잖아요. 맛은 있지만, 이게 시장에 먹힐까? 하는 의문이 있었나 봐요. 초기 시험 버전의 돼지곰탕을 먹어본 90% 이상의 지인은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웃음).
지금은 느긋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과 사람들의 불확신이 무색할 만큼 셰프님은 지구를 돌며 바쁘고 빠르게 살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의 옥동식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직업 군인이었어요. 제대 후에 사회생활을 하다가 의대를 목표로 수능을 준비했죠. 제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거든요.그렇게 준비하다 결국 안 돼서 의대를 포기했고, 남보다 12년 늦게 경희대학교 조리과에 입학했습니다. 혼자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장학금을 받아야 학교를 다닐 수 있었거든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졸업 후 나이가 많아 취업도 잘 안 됐어요. 주변에 도움을 구할 곳도 없어 방황도 했습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길을 개척한 끝에 돼지곰탕이 만들어진 거라 이 메뉴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요리하면서 ‘요리사’라는 직업의 역할과 일에 대한 사명감,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태도,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 여러 부분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죠.
요리와 셰프님의 교집합은
파고들기에 좋은 지점이 많은 게 요리입니다.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결국 내가 해낸다는 성향이 비슷하죠. 지금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뉴욕에 돌아가면 또 새로운 것들을 탐구하려고 합니다. 미식 도시에 ‘옥동식’을 세운다는 꿈을 3년만에 이뤘듯이 새로운 꿈을 모색해야 하거든요.
새로운 꿈은 어떤 맛으로 탄생될지 궁금합니다. 셰프님이 생각하는 ‘맛’이란
직관적으로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있음을 요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조미료를 첨가하거나 어떻게 해서든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먹고 난 후 속이 편해야 하죠. 다음날까지도 속이 편해야 진짜 좋은, 맛있는 음식입니다. 저는 그런 음식을 원하고 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요리사를 하실 겁니까
그건 조금 고려해 볼게요(웃음). 지금의 ‘옥동식’이 있기까지 25년 동안 너무 힘들었거든요.
음식과 요리는 삶의 어떤 존재인가요
이제는 그냥 친구죠. 계속 함께하는 친구. 요리사지만 사업적으로도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끝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멈출 수가 없어요. 그냥 하는 겁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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