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작아도 충분해! 7평, 11평 아파트의 인테리어 혁명

작기 때문에 더 영리해진 공간. 이 작은 아파트들은 일상 속 작은 휴식이 되는 법을 보여준다.

프로필 by 이경진 2025.11.29

작지만 기발한 디테일

단출한 투 룸 아파트는 디자이너 마리안 에브누(Marianne Evennou)의 손끝에서 네 식구가 주말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기적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열린 구조와 자유롭게 흐르는 컬러, 지나치지 않는 장난기. 마리안 에브누의 시그너처 디자인 언어가 오롯이 반영된 프로젝트다. 의뢰인의 주문은 단순하고 명확했고 그만큼 도전적이었다. “아이 둘, 어른 둘이 편안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약간의 대담함을 품은 공간을 원해요.” 부부와 두 아이가 주말에 잠시 머물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인 이 집에는 단 28㎡ 안에 네 명이 잘 수 있는 구조와 색감의 즐거움, 조금의 유머와 기발함까지 담아야 했다.

주방과 독서 코너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주방과 독서 코너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의뢰인의 세 가지 요건을 실제 공간으로 번역하는 과정은 구조를 다시 짜는 일에서 시작됐다. 먼저 에브누는 공간을 재조정했다. “옛 주방과 욕실을 가르던 내력 벽 덕분에 방향이 잡혔어요. 한쪽에는 세탁기를 갖춘 ‘제대로 된 욕실’을 구성하고, 그 반대편에는 기존보다 거의 사용되지 않던 주방을 거실로 옮겼죠. 침실 벽은 이동시키고, 실내 창처럼 보이는 유리 파티션으로 대체했습니다. 덕분에 공간의 깊이와 볼륨이 생겼고, 부모를 위한 작은 코너까지 생겼어요.” 수납이 중요하다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침실의 옷장은 책장과 이어지는 연장선처럼 보이도록 설계해 불필요한 덩어리감을 덜어내 시각적 압박감을 줄였다.

28㎡의 면적을 영리하게 활용한 집의 도면.

28㎡의 면적을 영리하게 활용한 집의 도면.


집 전체의 컬러 팔레트는 녹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거실의 바탕색에서 주방의 디테일, 침실 벽과 몰딩까지 각기 다른 그린이 퍼져 나가며 전체 공간을 하나로 묶는 중심축이 된다. 그렇다고 에브누가 단조로움을 허락한 건 아니다. 밝고 즐거운 분위기가 담긴 현관의 플로럴 패턴, 복도를 채운 선홍색 등은 공간의 긴장을 풀고 리듬을 만든다. “패턴 속에 갇히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주는 장치죠. 동선이 되는 곳에서는 조금 장난스러운 여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유쾌하며, 기능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채워진 집. 에브누가 그려낸 이 공간은 주말을 보내기에 더없이 충만하다. 완벽히 의도대로다!

침대 양쪽 작은 서가의 하부장은 협탁 역할을 한다. 주방과 식당, 거실, 침실이 이어지는 구조. 벤치형 소파는 엑스트라 베드로 변신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화장실도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다. 현관문을 통과하자마자 강렬하고 시크한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다. 이 집에서 가장 독단적인 정체성을 가진 플라워 패턴의 벽지.


곡선으로 재구성한 아파트

1970년대 시간에 멈춰 있는 파리 아파트. 욕실과 화장실도 없던 이 공간의 잠재력을 처음부터 다시 열어보는 것이 디자이너 사라 샤예브(Sarah Chayeb)와 폴린 파라디스(Pauline Paradis)의 과제였다. 상상해 보자. 36㎡ 규모의 아파트가 1970년대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바닥은 카펫, 천장엔 태피스트리,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두 개의 벽난로, 다섯 개의 창이 있음에도 어둡고 조각난 구조의 집. 게다가 욕실과 화장실은 모두 해당 층의 ‘복도’에 있다.

둥근 곡선에 안긴 집.

둥근 곡선에 안긴 집.


둥근 창을 통해 살짝 보이는 건 오묘한 보랏빛 실크 월페이퍼. 수면 공간의 정체성을 부드럽게 드러내는 장치 역할을 한다. 거실 쪽에는 볼륨감 있는 쿠션을 얹은 벤치를 거친 질감의 벽에 붙여 두었다. 맞은편 벽에는 대형 월넛 패널 두 장을 걸어 수납장과 접이식 책상을 감춘다. 컴퓨터 화면이 사라지며 벽 자체가 하나의 그래픽적 눈속임이 되는 순간이다. 반면 브러시드 스테인리스스틸로 완성한 주방은 이 공간의 또 다른 개성을 드러내며 자연광을 은은히 반사한다. 마지막으로 놓치지 않은 실용적 디테일은 바로 복도 끝, 과거 화장실 자리에 새롭게 구성한 세탁실이다. 이로서 스타일과 기능, 유동성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의 모든 체크리스트가 충족됐다.

기다란 현관이 눈에 띄는 도면.

기다란 현관이 눈에 띄는 도면.


이 공간의 잠재력을 드러내기 위해, 두 디자이너는 우선 기존 마루를 화이트 페인트로 칠했다. 오래된 공간의 매력을 살리면서 밝고 중립적인 배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들이 택한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었고, 덕분에 스테인리스스틸과 타일, 월넛 등 서로 다른 재료가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었다. 기다란 복도라는 구조적 제약은 입구와 이어지는 작은 곡선형 타일 파티션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이 둥근 벽은 공간의 볼륨을 다시 정의하는 동시에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욕실의 시작을 알린다. 대신 세면대는 욕실 밖으로 꺼내 조형적 오브제이자 일종의 웰컴 콘솔처럼 기능하게 했다. “지금은 서로 관통하는 구조가 된 거실에서는 공간을 은근히 열어주고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사라와 폴린은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둥글게 휘어진 파티션에 둥근 오큘러스가 뚫린 형태가 됐고, 뒤편에는 최소한의 요소만 남긴 침실이 자리한다.

침실은 푸른색 벽지와 화려한 패턴의 벨벳 이불, 자수 쿠션으로 장식했다. 이케아에서 브러시드 스테인리스 스틸 가구를 선택해 설치한 주방. 맞춤 제작된 호두나무 옷장을 천장 높이로 구성한 코너. 기능적 역할도 수행하는 곡선형 세라믹 벽. 그 뒤에는 스테인리스 세면대와 샤워실을 설치했다.


작은 상자 속에 담아낸 집

인테리어 디자이너 켈리사 카르티에(Ke′lissa Cartier)와 그녀의 어머니이자 데커레이터인 클로드 카르티에(Claude Cartier)가 완성한 이 프로젝트는 기존 아파트의 구성을 존중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매만진 집이다. 공간을 겹치듯 얹은 목조 구조, 그 위에 얹은 대담한 색감과 적확한 가구 선택이 이 작은 아파트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42㎡라는 작은 면적에도 이 집을 보고 단번에 반했어요. 동네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거실을 구성하는 목조 구조물이 공간을 부드럽게 나눠주는 방식, 실용적인 동선, 슬라이딩 패널까지…. 공간 전체가 매력적이었어요.” 켈리사는 집의 첫인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가장 잘 이해해 줄 어머니 클로드에게 도움을 청했고, 두 사람은 기존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기로 했다.

다이닝 룸에는 보완적인 색상인 그린 & 버건디 듀오가 리듬을 만든다. 침실 공간 앞에는 대리석과 옻칠한 나무로 만든 테이블을 두었는데 잔디 컬러의 커튼과 올리브색 USM 가구와 대조된다.

다이닝 룸에는 보완적인 색상인 그린 & 버건디 듀오가 리듬을 만든다. 침실 공간 앞에는 대리석과 옻칠한 나무로 만든 테이블을 두었는데 잔디 컬러의 커튼과 올리브색 USM 가구와 대조된다.

분홍색으로 칠한 거실 공간.

분홍색으로 칠한 거실 공간.


벨벳 커튼으로 가려지는 침실, 상부에 보조 침대를 숨길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 수납장은 모두 기존 구조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다. 문과 벽체가 거의 없는 이 집에서, 모녀는 색을 새로운 구획선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먼저 현관에 들어서면 패턴과 색이 겹겹이 쌓인 장면이 펼쳐진다. 인디아 마다비의 다이아몬드 패브릭으로 제작된 커튼은 우크로니아(Uchronia)의 ‘피넛(Peanut)’ 미러와 톤을 맞춰 집 안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열어준다. 사탕빛 핑크로 칠한 거실은 이 집의 리듬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푹신한 XXL 소파와 그래픽한 러그, 우크로니아의 커피 테이블과 스툴, 빈티지 책장까지. 기존의 슬라이딩 패널 뒤에는 두 개의 알코브가 숨겨져 있는데, 위쪽은 보조 침대가 되고 아래쪽은 넉넉한 수납을 해결한다. 거실의 슈거드 핑크는 부엌과 식당의 그린 워터로, 침실을 채우는 카키 컬러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색채가 완만하게 이어지며 공간 흐름을 만든다.

구조적이면서도 장식적인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42㎡의 집.

구조적이면서도 장식적인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42㎡의 집.


가구 선택에서도 두 사람은 과감했다. 패턴이 가득한 러그는 오래전부터 가족의 사랑이자 수집품이었고, 거실과 식당뿐 아니라 침대 헤드보드에도 개성 넘치는 패턴이 사용됐다. 여기에 수년간 모아온 디자이너 오브제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인디아 마다비의 ‘비숍(Bishop)’ 사이드 테이블은 켈리사의 18번째 생일 선물로 지금까지 그녀가 거친 모든 집에 함께한 물건.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계승된 셈이다.

목재 책장보다 살짝 높게 자리한 침실은 무거운 카키색 벨벳 커튼을 열고 닫아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패턴과 색상이 겹쳐지는 일명 ‘핑크 파라다이스’ 컨셉트의 코너. 소파는 피에르 폴랭이 구비를 위해 디자인한 ‘Pacha’. 실용적이지만 별다른 매력이 없는 욕실 가구를 꾸미는 법은 화려한 스커트를 만들어 입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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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AUDREY SCHNEUWLY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