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6 봄 여름 패션쇼의 진짜 재미는 무대에 있었다

공간이 곧 서사가 된 이번 시즌 패션쇼 무대들.

프로필 by 김동휘 2025.10.08

이번 시즌, 패션쇼의 무대는 더 이상 단순한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옷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죠. 조명과 세트 역시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각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성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의 데뷔 쇼가 잇따라 열리며, 패션계의 흐름을 새롭게 쓰는 장면들이 이어졌는데요. 그들이 설계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작업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패션쇼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공간과 이야기를 통해 감각을 확장하는 예술의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라 모드 앙 이미지
이세이 미야케 26SS

@lamodeen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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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eymiyakeofficial

@isseymiyakeofficial

26 봄 여름 파리 패션위크에서 라 모드 앙 이미지가 기획한 이세이 미야케의 컬렉션은 마치 미술관에 들어선 듯한 세트 속에서 펼쳐졌습니다. 파리 퐁피두 센터의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가 공간의 일부로 녹아들며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죠. 달을 연상시키는 오브제들이 공간을 채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각 오브제는 룩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작품 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조형적인 스피커와 디제잉은 공간 전체를 음악으로 감싸며, 시각과 청각이 완벽히 어우러진 예술적 퍼포먼스를 완성했습니다. 오브제와 사운드가 교차하는 미야케의 무대에서, 미니멀하면서도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느껴보세요.



빌라 유제니
스키아파렐리 26SS

@villaeugenie

@villaeugenie

@schiaparelli

@schiaparelli

스키아파렐리의 컬렉션은 ‘Dancer in the Dark’라는 주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둠 속 바닥에 깔린 조명이 모델들의 발걸음을 따라 빛의 선을 만들어내며, 마치 어둠 속에서 홀로 춤을 추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죠. 바닥에서 위로 퍼지는 낮은 조명은 그림자와 반사를 통해 의상의 질감과 구조를 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특히 우아하게 흐르는 튤 소재, 그리고 6,000개의 황동 브러시로 수놓은 카디건과 펜슬 스커트는 미니멀하면서도 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한 무대 안에서 빛을 섬세하게 연주한 이번 컬렉션은 로맨틱하면서도 은은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빌라 유제니
미우미우 26SS

미우미우의 무대는 화려한 장식 대신, 일상의 소재와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파리 팔레 디에나의 기하학적인 공간은 빌라 유제니의 손끝에서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죠. 묵직한 기둥 사이에 모던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쇼장은, 사무실과 교실을 닮았지만 어딘가 낯설게 비튼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상 위에 앉아 컬렉션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마치 교실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냈죠.

핑크빛 바닥과 노란 비닐 커튼으로 채워진 쇼장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선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은은한 색감과 반사되는 소재들이 곳곳에서 빛을 머금으며, 미우미우만의 환상적인 세계를 완성했습니다.



스튜디오 데니스 반더브룩
디젤 26SS

@studiodennisvanderbroeck

@studiodennisvanderbroeck

이번 시즌 디젤의 26 SS 컬렉션은 런웨이를 넘어, 밀라노 거리로 직접 나왔습니다. ‘Diesel Egg Hun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기존 패션쇼 형식을 완전히 뒤집은, 혁신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시도였습니다. 밀라노 전역에서 열린 이 이벤트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고, 거리 속에서 패션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죠.

벨기에 디자이너의 설치 미술 작품 'Girls in Eggs'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달걀 모양의 캡슐 안에는 엑스레이 데님을 포함한 55가지 룩이 담겼습니다. 디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런웨이를 벗어난 패션이 도시와 사람 속에서 호흡하며, 자유롭고 즐거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뷰로 베탁
크리스찬 루부탱 26SS

@christianlouboutin

@christianlouboutin

@christianlouboutin

@christianlouboutin

크리스찬 루부탱은 이번 시즌, 시선을 압도하는 극적인 연출로 단숨에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습니다. 그 뒤에는 뷰로 베탁의 감각적인 무대 설계와 데이비드 라셔펠의 예술적 비전이 있었죠. 거대한 풋볼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쇼장에서는 힐을 신은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열정적인 치어리더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브랜드의 상징인 붉은 밑창을 기념하는 케이크 조각, 그리고 하이힐 구조로 재탄생한 골대는 루부탱만의 유머러스하면서도 관능적인 세계를 드러냈죠.

시크한 캣워크 대신 경기와 퍼레이드가 어우러진 이번 쇼장은, 패션과 스포츠, 예술이 교차하는 새로운 무대로 완성되었습니다. 루부탱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대담하고 감각적인 순간이었습니다.

Credit

  • 글 손영우(오브젝트 에디티드)
  • 사진 각 인스타그램 ∙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