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집이야? 휴양지야?

제주 스테이 '부에나 두모' 대표가 지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집'.

프로필 by 이경진 2025.09.24
넓은 수영장과 이국적인 식물로 둘러싸인 부에나 홈.

넓은 수영장과 이국적인 식물로 둘러싸인 부에나 홈.

제주시 한경면의 조용한 마을, 붉은 테니스 코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채의 건물이 있다. 하나는 부부가 거주하는 집 ‘부에나 홈’, 다른 하나는 그들이 운영하는 스테이 ‘부에나 두모’다. 먼저 지어진 집은 하얀 외관에 3층 규모, 내부엔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수직의 리듬이 흐른다. 계단실은 전부 통창으로 열려 있어 빛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정원 한편엔 깊이감 있는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가, 수영장에서 연결되는 1층 공간에는 육중한 존재감을 지닌 운동 기기로 채운 홈 짐이 자리한다. 이처럼 조금 낯선 요소들이 어우러진 이 집은 정해진 공식을 따르기보다 부부의 솔직한 감각을 좇아 만들어졌다. “모르기에 더 용감할 수 있었고, 좋아하니까 밀고 나갈 수 있었어요.” 집을 짓겠다는 결정은 언제나 낯설다. 특히 처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 낯섦은 오히려 자유였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는 만큼 확실히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하고 싶은 방향으로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부부의 집은 단단한 형태를 갖춰갔다. 직감을 따라 지어진 이 집은 부부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됐다.


집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나선형 계단. 부부와 함께 사는 고양이 ‘먹구’. 다이닝 테이블 주변으로는 조지 넬슨의 펜던트 램프와 베르판의 팬톤 체어를 배치했다. 붉은 색감의 바닥재는 유행과 무관하게 부부의 취향으로 고른 것.

이 집에는 벽이 별로 없다. 안방조차 단단히 닫힌 공간이 아니라 집 전체를 잇는 동선에 걸쳐져 있는 듯하다. 벽보다 흐름을 선택한 집이다. 이런 구조는 이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쪼개진 공간은 성에 차지 않았어요. 디귿 자, 미음 자처럼 열린 구조를 좋아했고, 벽을 세우기보다 시선을 열어두고 싶었죠.”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해외 주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찾아보며 감각을 쌓았다. 좋은 집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구조와 요소를 살피고, 특히 시드니에 있는 한 주택에서 주요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루바 천장이나 유리 블록 같은 디테일은 그 집에서 가져온 영감들이다. 공간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선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다. 큰 구조나 방향은 남편이 주도하고, 가구나 조명은 아내가 적극적으로 끌고 갔다. 1층은 아내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 반대로 3층은 남편의 컬러 실험으로 이뤄진 곳이다. 녹색 기반의 아름다운 대리석을 메인으로 한 뒤엔 비앤비 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소파를 두 가지 톤의 녹색으로 들였고, 그 조합에 맞춰 균형을 잡아줄 블랙 컬러를 곳곳에 배치했다. 손님이 오면 바비큐를 굽고, 둘만 있을 땐 3층 바에서 커피를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도 이곳이다. 음악을 틀고, 창밖으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그러한 일상이 이 집을 완성한다.


아킬레 &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오디오 시스템 ‘브리온베가’ 역시 묵직한 우드 컬러로 선택했다.

아킬레 &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인한 오디오 시스템 ‘브리온베가’ 역시 묵직한 우드 컬러로 선택했다.

안방 욕실에서 보이는 제주 서쪽 바다 전경이 아름답다.

안방 욕실에서 보이는 제주 서쪽 바다 전경이 아름답다.

부부는 처음부터 바다가 보이는 집을 꿈꿨다. 풍차가 돌아가는 언덕을 전망 삼아 매일 그 풍경을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지금의 3층은 그런 바람이 구체화된 공간이다.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분명한 철칙이 있었다. “이 레이아웃은 무조건 가져가야 해, 여기는 무조건 빨간색이어야 해, 이런 면이 분명히 있었고 그것을 대부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어요.” 고집은 모든 선택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는 지난 유행으로 여겨 꺼리는 붉은 기 많은 마루 등 마감재를 과감히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완강한 추천으로 원치 않던 천장의 매립형 조명을 시공했다는 이들은 거주하는 내내 그 조명을 한 번도 켠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처음 가졌던 두 사람의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바 공간 벽면에 적용한 녹색 대리석을 시작으로 하나씩 채워나간 3층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선명한 그린 컬러의 카멜레온다 소파다.  테니스 코트를 품은 스테이의 내부 벽면을 멋스러운 빈티지 테니스 라켓으로 장식했다. 부에나 홈과 스테이 부에나 두모 사이에 자리한 붉은 테니스 코트. 부부가 운영하는 스테이 부에나 두모는 한층 더 풍부하고 따뜻한 색채로 채웠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막상 하려면 겁을 내요. 그런데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후회가 없어요.” 집을 짓고 난 뒤 마주 선 곳에 지은 스테이 부에나 두모는 살림집보다 조금 더 유연한 색채와 디테일을 담은 곳이다. 스페인풍의 타일과 색채, 자연스럽고 러스틱한 분위기의 소품으로 가득하다. “5년 뒤에 지금보다 조금 작은 집을 다시 지어보고 싶어요. 그땐 이 집에서 시도하지 않은 패턴과 색채, 공간 분할 등을 마음껏 구현하고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어느새 이들에게 집짓기는 하나의 표현이자 놀이가 됐다. 처음엔 큰 욕심 없이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원하는 생활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하나씩 익히는 중이다. 집에 어떤 삶을 담고 싶은지도 한층 분명해졌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 맹민화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