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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황순원문학상을 탄 뜻밖의 인물

이미 옥스퍼드 필수 도서로 선정된 책의 저자이기도 한 16년차 소설가 차인표.

프로필 by 라효진 2025.08.05

'작가' 차인표의 행보가 놀랍습니다. 2021년 발표한 장편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선정되는가 하면, 2025년에는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의 영예를 누리게 됐거든요.



황순원기념사업회는 4일 각 부문 수상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황순원작가상은 주수자 소설가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황순원시인상은 김구슬 시인의 <그림자의 섬>, 황순원양평문인상 대상은 강정례 시인의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에게 돌아갔습니다. 우수상은 노순희 시인과 김은희 수필가가 받았으며, 차인표는 2022년 내놓은 <인어사냥>으로 황순원신진상의 주인공이 됐어요.



수상이 확정된 후 차인표는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과분한데, 상까지 받게 되니 문학의 길을 걷고 계신 많은 분들께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상을 '잘 썼다'는 칭찬이 아니라, '이제부터 잘 써보라'는 격려로 여기고 정진하겠다"라고 덧붙였고요.


울림을 주는 건 그 다음 문장이었습니다. 차인표는 "42세에 첫 소설을 출간했는데 58세에 신진작가상을 받는다"라며 "인생은 끝까지 읽어봐야 결말을 아는 장편소설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소회를 밝혔어요. 평생 입어 온 '배우'라는 옷 대신 불혹이 넘어 '작가'라는 옷을 새로 걸친다는 건 그 자체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겁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고 없고는 나중 문제죠. 자신 안의 영감을 연기로, 또 글로 끝내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귀감이 됩니다.



차인표는 황순원문학상 측에도 "수상 소식은 제가 앞으로 계속 소설을 써도 된다는 조용한 허락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정말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감동을 남기는 소설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더 겸손히, 깊이 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아내 신애라는 "(차인표가) 글 쓴다고 매일 가방 메고 사라졌다가 오후 5시만 되면 배고프다고 들어오더니, 이런 분에 넘치는 상을 받았다"라며 "신인배우상을 서른 직전에 받았는데, 신진작가상을 육십 직전에 받게 될 줄이야. 꿈은 포기하면 안 되나 보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니까"라며 남편의 수상을 축하했고요.


차인표의 <인어사냥>은 1900년대 강원도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로, 먹으면 1000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근원적 욕망을 다뤘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1200년을 넘나드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인어'라는 낯선 존재를 매개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비추고 '한(恨)'의 정서를 녹여내려 했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분노를 보다 직접적이고 제대로 된 이야기로 승화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과는 또 다른 결의 소설입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차인표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