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나만 알고 싶은 뉴욕의 주얼리 브랜드 AGMES

서울에서 AGMES의 주얼리 디자이너 모건 랭을 만났습니다.

프로필 by 강민지 2025.06.09
AGMES의 창립자이자 디렉터 모건 랭.

AGMES의 창립자이자 디렉터 모건 랭.


대담하고 조각적인 실루엣, 그리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사. 뉴욕 기반 주얼리 브랜드 AGMES는 주얼리를 넘어 감정의 형태를 디자인합니다. 최근 AGMES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모건 랭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작은 쇼케이스를 열고 지인과 프레스, 인플루언서를 초대했죠. 초여름의 한남동에서 모건 랭을 만났습니다. AGMES의 지난 여정부터 현재의 미학,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물었습니다.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블루밍데일즈에서 바잉 업무에 종사하셨죠. AGMES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주얼리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어요. 멕시코시티 출신인 할머니 덕분에 실버 마켓을 자주 접했고, 엄마는 인생을 담은 주얼리를 자주 들려주셨죠. 주얼리는 제게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이 담긴 매개체가 됐고요. 그러다 친구인 앤드류를 다시 만나면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그는 솔직해지라며 용기를 줬고, 저는 바로 그 다음 날 회사를 그만뒀어요. 얼마 후 앤드류는 세상을 떠났지만, 친구를 기리기 위해 우리의 이니셜을 합쳐 ‘AGMES’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됐어요.


조형적인 느낌의 프란체스카 이어링. 조형적인 느낌의 프란체스카 이어링. 모델 컷.


브랜드명 AGMES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G는 앤드류의 이니셜이고, MES는 제 결혼 전 성을 붙인 이니셜이에요. 이 이름 덕분에 앤드류가 늘 제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제 작업은 자연, 사랑, 연결 같은 본질적인 가치에서 출발하는데, 브랜드명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초기의 AGMES와 비교해 지금의 미학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기하학, 조각, 건축 등 공식적인 구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훨씬 더 직관적인 방식으로 작업해요. 유려하면서도 강인한 ‘부드러움 속의 힘’이 지금의 키워드죠. 형태가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고, 그 리듬을 따르는 게 저만의 방식이에요.


AGMES의 리지 커프와 조지아 커프를 착용한 모델.

AGMES의 리지 커프와 조지아 커프를 착용한 모델.


조각적인 형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요

바바라 햅워스, 자코메티, 노구치 이사무 등 여러 조각가에게서 영향을 받았어요. 하지만 결국 제게 중요한 건 세상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예요. 빛과 돌, 물의 흐름처럼 우연하고 유기적인 것에서 형태가 시작되죠. 여행 중 만난 자연이나 건축 속 디테일에서도 영감을 받고요.


창작의 출발점은 형태인가요, 소재인가요

대부분은 형태예요. 꿈속 이미지일 수도 있고, 여행 중 스친 곡선일 수도 있죠. 그게 점토나 CAD를 통해 구체화되면서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하는데, 그 변화의 순간이 가장 짜릿해요.


진주 장식이 달린 ILONA 컬렉션의 브로치.

진주 장식이 달린 ILONA 컬렉션의 브로치.


기술적으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직접 착용했을 때의 느낌. 아무리 조형적이라도 실제로 착용했을 때 편해야 하니까요. 무게와 핏의 균형이 가장 까다로운데, “보기보다 훨씬 가볍고 편해요”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뉴욕 수작업 방식은 고집이 느껴져요. 이유가 있나요

현지 장인들과 직접 작업하면 디테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요.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분명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AGMES의 철학이에요.


모건 랭이 가장 자주 착용하는 AGMES의 시너지 링.

모건 랭이 가장 자주 착용하는 AGMES의 시너지 링.


본인이 가장 자주 착용하는 아이템은요

‘Synergy Ring’을 가장 자주 착용해요. 손가락을 감싸는 형태가 따뜻한 포옹처럼 느껴지거든요. 단순하지만 파워풀한 균형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주얼리 스타일링 팁이 궁금합니다

한두 가지로 포인트를 주면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힘을 줄 수 있어요. 주얼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지, 다른 걸 압도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이번 서울 방문은 어떤 의미였나요

이번 쇼룸을 준비하면서는 이악 크래프트의 전현지 작가와 협업을 진행했는데 뜻깊었어요. 서울은 디자인, 음식, 예술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과 감수성이 살아 있는 도시라는 점을 느꼈어요. 한국의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오고 싶어요.


은과 원석 소재를 활용한 베아트리즈 커프.

은과 원석 소재를 활용한 베아트리즈 커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요

렉토라는 공간에서 강우림 작가의 가구를 봤는데, 명상할 때 느껴지는 차분한 기운과 고요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서울 곳곳에서 만난 이런 조용한 창의성이 앞으로의 작업에도 분명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앞으로 AGMES는 어떤 확장을 계획하고 있나요

처음부터 실버를 매개로 일상과 연결되는 오브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유리 제품, 홈웨어 등으로 확장 중입니다. 이제 브랜드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하지만 AGMES가 성장하더라도 장인정신, 지속 가능성, 그리고 정서의 연결이라는 본질은 지킬 거예요.


바바라 햅워스와 자코메티, 이사무 노구치, 엘스워스 켈리 등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AGMES의 주얼리.

바바라 햅워스와 자코메티, 이사무 노구치, 엘스워스 켈리 등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AGMES의 주얼리.


마지막으로, AGMES가 지켜가고 싶은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생각 많은 디자인보다 감정이 있는 디자인,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고 싶어요. AGMES의 주얼리를 착용하는 순간이 하나의 기억, 하나의 이야기로 남기를 바라요. 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브랜드의 정체성이에요.

Credit

  • 사진 AG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