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차별화된 디자인을 완성하는 주얼리 디자이너의 조건은?

각자의 내밀한 세계를 구축해온 주얼리 브랜드 아스테리스크, 홀슨부, 마리아 닐스도터, 스피넬리 킬콜린 그 중심에 선 수장들과 조우했다.

프로필 by 박소은 2025.11.02
아스테리스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잔향.

아스테리스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잔향.

ASTERISK

대자연의 형상과 잠재의식이 빚어낸 내면세계를 탐구하다.


‘1 오브 1’ 링.

‘1 오브 1’ 링.


스톤을 품은 청키한 장식의 링.

스톤을 품은 청키한 장식의 링.


‘오묘’ 네크리스.

‘오묘’ 네크리스.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고대의 매력과 미래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방향성으로 독창성을 드러내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전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나 가치는요?

아스테리스크의 비전, 소비자의 니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동시에 브랜드의 가치에 충실하는 것 또한 중요하죠. 진정성이야말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믿기도 하고요.


디자인을 구상할 때 오감 중 특히 중점을 두는 감각이 있나요?

시각. 모든 감각이 중요하지만 시각이 가장 핵심적인 것 같아요. ‘좋은 눈’을 가졌다는 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어떤 느낌’을 표현해낼 수 있는 취향과 직관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창착의 과정은 어떤가요?

저는 영감을 얻으려고 따로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아요. 되레 끊임없이 창작과 실패, 그리고 물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편이죠.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데 시간을 쓸 때도 있고, 뚜렷한 아이디어 없이 흘러가는 대로 작업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종국에는 무언가를 꼭 만들어내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마다 어려움도 따르겠죠.

새로운 디자인 자체가 어려웠던 적은 없어요. 원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발전이 필요했던 순간은 있었지만, 그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늘 그 흐름에 저를 맡겼고, 제 작업도 그런 방식으로 성장했으니까요.


포토그래퍼 줄라이카 뮐러가 남긴 ‘오묘’ 캠페인.

포토그래퍼 줄라이카 뮐러가 남긴 ‘오묘’ 캠페인.


소재의 산화 과정을 기록한 장면.

소재의 산화 과정을 기록한 장면.


구조적인 형태의 ‘볼트’ 라인 링.

구조적인 형태의 ‘볼트’ 라인 링.


그럼 기술적인 성장 중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는?

3D 프로그램과 프린팅에 발을 들였을 때가 큰 도전이었어요. 프로그램을 익히고 실험하던 초기 단계가 꽤나 지난했어요. 사실 인내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당시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거든요. 새로운 기술을 배워나가는 과정은 시행착오와 그로 인한 멘털 붕괴의 연속이었지만, 그 과정을 지나니 작업이 조화를 이루더라고요. 그때의 만족감과 행복감 덕분에 인내의 진정한 의미를 배울 수 있었죠.


유독 애정이 가는 컬렉션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오묘(Omyo) 컬렉션, 그중에서도 특히 오묘 네크리스에 애착이 많이 가요. 혼란과 방황의 시기를 지나며 작업에 몰두하던 중, 이 컬렉션에서 ‘거속의 부드러움’이란 감각을 발견했고, 그 경험이 내면의 평화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브랜드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요?

아마도 진정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주얼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두려움 없이 스스로를 표현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작업은 점점 정제되지만 제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거친 면이나 솔직함은 감출 수 없더라고요.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진정성을 대중이 느끼고 주목해주는 것 같아요. 진짜 솔직함을 갈망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디자이너 시각에서 본 한국 시장의 트렌드와 동향, 흐름은 어떤가요?

한국의 미적 감각과 트렌드는 대체로 깔끔하고 세련되며 완벽함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어요. 최근에는 보다 거칠고 덜 다듬어진 분위기에도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나라에 비해 변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고요.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소재나 물성이 있나요?

후각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향은 상상력을 자극해 기억을 불러내고, 제 내면에서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도록 이끌더라고요.


‘오묘 2.0’ 컬렉션의 이어피스.

‘오묘 2.0’ 컬렉션의 이어피스.


‘암모나이트’ 이어 피스와 ‘트월’ 이어 피스를 착용한 모델 자이디 방즈.

‘암모나이트’ 이어 피스와 ‘트월’ 이어 피스를 착용한 모델 자이디 방즈.


디자이너 잔향의 주얼리 벤치.

디자이너 잔향의 주얼리 벤치.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도 있죠? 실제로 자연과 굉장히 가까이 지낸다고요.

시간이 될 때면 등산을 해요.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지라 가끔 티롤의 산을 오르기 위해 여섯 시간이나 운전을 하기도 하죠. 도시와 자연, 이 두 세계를 오가며 느끼는 대비 속에서 오히려 평온함을 얻어요. 대립 속의 긴장과 조화가 제게는 큰 행복의 원천이 되거든요. 하이킹은 겉보기엔 휴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육체적인 피로가 오히려 정신적인 자유를 선사해요. 산속에 있으면 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고, 지금의 고민은 실제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끼며 안도감을 얻죠. 덕분에 육체와 정신의 영역이 확장되는 듯한 해방감을 경험하며 숨통이 트여요.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두 영역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두 삶의 방식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은 개인의 삶 속에서도 함께해야 해요. 2년 전에는 그 무게가 크게 다가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창작 외의 또 다른 ‘나’를 찾아가고 있고, 그 무게를 균형 있게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마음을 다잡을 때 떠올리는 신념이 있을까요?

‘이것이 나의 부족함 때문인지 세상의 불공평함 때문인지 오래 고민하지 말고, 만들어내며 해내자’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잔향처럼 기억되길 바라요. 향을 맡았을 때, 그 뒤로 잔잔하게 혹은 강렬하게 떠오르는 기억처럼요.




스피넬리 킬콜린의 디자이너 듀오 드와이어 킬콜린과 이브 스피넬리.

스피넬리 킬콜린의 디자이너 듀오 드와이어 킬콜린과 이브 스피넬리.

SPINELLI KILCOLLIN

겹겹이 쌓인 구조에 원형 고리로 연결의 미학을 빚어낸다.


이채로운 소재와 오브제가 결합한 매장 전경.

이채로운 소재와 오브제가 결합한 매장 전경.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요?

대담하고 구조적인 미학을 지닌 맞춤형 파인 주얼리 브랜드.


브랜드 전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나 가치는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예요. 우주의 항성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갤럭시 링처럼 디자인으로 ‘연결’을 기리고 표현해내고자 하죠. 재료와 장인, 고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그 가치가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해요.


디자인을 구상할 때 오감 중 특히 중점을 두는 감각이 있나요?

전 매우 시각적인 사람이고 공간적 사고에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사물이 공간 속에서 차지하는 부피와 그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느껴지는지에 민감하죠.


그 감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매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존재하길 원했어요. 공간의 중심에는 알루미늄 소재가 자리하고, 유리와 재활용 플라스틱이 그 주위를 에워싸며 조화를 이뤄요. 미래적인 느낌을 자아내죠. 주얼리를 보관하는 진열장은 그 자체로 조각적이고, 벽면에는 제 동료 톰 윅소와 함께 만든 대형 부조 작품 2점이 전시되어 있기도 해요.


특히 더 큰 의미를 지닌 공간이 있다면요?

메자닌(mezzanine)이라고 하는 중층 공간이 특히 의미 있어요. 그곳에서는 고객들과 소통하며 맞춤형 주얼리를 디자인하기도 해요.


이 공간에서 대중이 어떤 경험을 하길 기대하나요?

‘하나의 여정’처럼 다가가길 바라요. 이를 위해 매장 동선을 설계할 때 전통적 구조를 따르지 않도록 했죠. 자신만의 흐름으로 자유롭게 거닐며 주얼리를 발견하도록 유도했어요.


브랜드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요?

갤럭시 링 덕분인 것 같아요. 처음 그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그런 스타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아이코닉한 갤럭시 링은 움직임이 역동적이고, 겹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입체적인 조각 작품처럼 느껴지죠. 여기에 간결한 선으로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어요. 출시 당시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어요.


한국 소비자들에게 느껴지는 특징이 있나요?

한국 고객들은 장인 정신과 디테일에 관련해 놀라울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죠. 한국의 주얼리 컬렉터가 스피넬리 킬콜린의 주얼리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만족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에는 어려움도 따르겠죠?

그럼요, 모든 디자인에는 그에 걸맞은 도전이 따르기 마련이죠. 저희가 작년에 선보인 테니스 컬렉션 역시 무려 5년에 걸친 개발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고요. 진정성 있는 주얼리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제작을 넘어 완전히 새롭게 쌓아 올리는 작업이기도 해요. 각 조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어떤 흐름과 움직임을 보여주는지, 또 각각의 요소 간의 균형이 전체 컬렉션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끊임없이 재고해야 하니까요.


게이지 밴드와 커넥터가 특징인 ‘라네스 블루’ 링.

게이지 밴드와 커넥터가 특징인 ‘라네스 블루’ 링.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마이크로 파베 세팅한 ‘쏘니’ 링.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마이크로 파베 세팅한 ‘쏘니’ 링.


그동안 선보인 주얼리 중에서 유독 애정이 가는 컬렉션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아크(Arc) 컬렉션을 선호해요. 이 컬렉션은 브랜드 초창기부터 저희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에요. 핵심 아이디어는 원의 일부인 아크 형태가 어떻게 새로운 주얼리로 변주되는지를 탐구하는 데 있어요. 스케일 전환이 주는 신선함도 매력적이죠.


매일 착용하는 주얼리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 제품인가요?

이브 스피넬리 아쿠아리우스(Aquarius) 링. 이 반지가 없으면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은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드와이어 킬콜린 저는 스텔라(Stella) 링이요. 볼드하고 강렬하죠.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지만 실버 소재 비율이 높아서 젠더리스한 느낌을 자아내요. 저 자신과 닮은 것 같아요.


주얼리가 특히 잘 어울린다고 느끼는 신체 부위가 있나요?

링은 여러 의미가 담긴 표식이 되기도 하고, 손은 가장 쉽게 시선이 닿는 부분이죠. 그래서 저는 손에 레이어링과 스태킹, 그리고 다양한 금속을 믹스해 스타일링하는 걸 즐깁니다. 핵심은 언제나 균형이에요. 개성과 다양성이 있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두 손에 표현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주얼리는 착용법을 규정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몸의 움직임과 어우러질 때, 그 자체로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요즘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이 있나요?

요즘 개인적인 성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을 투자하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영역이 있을 테고요.

이브 스피넬리 30년 넘게 레코드를 수집했어요. 음악을 통해 역사, 문화, 예술을 배웠죠. 지금도 여전히 레코드 수집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요.

드와이어 킬콜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려고 해요. 하이킹, 스키, 암벽등반 등 자연과 연결되는 것에 관심을 두죠. 자연이 선사하는 평화가 있어요. 때로 어떤 통찰력도 생기고요.


휴식이 필요할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이브 스피넬리 드와이어와 두 아이랑 함께 전기 자전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단순하고 재밌죠.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요.

드와이어 킬콜린 가족과 함께 떠나는 모험을 계획하죠.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두 영역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드와이어 킬콜린 일과 삶의 경계가 거의 없어요. 가족과 브랜드를 위해 늘 생각하고 무언가를 창조하니까요. 그 과정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브 스피넬리 같은 생각이에요.


마음을 다잡을 땐 어떻게 해요?

작업 중 억지로 창의성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아요. 대신 영감이 떠오를 때는 반드시 시간을 내어 그것을 좇죠. 또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규정할지는 걱정하지 말자고 늘 다짐해요. 어차피 제 머릿속에 있는 걸 그들이 알 순 없으니까요.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일상의 노이즈로부터 벗어나 본능에 귀 기울이려고 해요.


대중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타임리스 주얼리’로 기억되길 바라요. 일상에 늘 스피넬리 킬콜린이 함께하며, 착용하는 사람과 함께 성장하길요.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마리아 닐스도터.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마리아 닐스도터.

MARIA NILSDOTTER

고대의 사유와 표상을 길어 올려 신성한 이야기를 새긴다.


18K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인챈티드 테일’ 링.

18K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인챈티드 테일’ 링.


아이코닉한 발톱 모티프 링.

아이코닉한 발톱 모티프 링.


마리아 닐스도터가 스케치한 자연의 만물을 담은 드로잉.

마리아 닐스도터가 스케치한 자연의 만물을 담은 드로잉.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요?

신비로운 민속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환상 속의 주얼리 브랜드.


특히 관심을 가진 신화가 있나요?

가고일이나 그로테스크 같은 존재가 중심이 되는 고딕한 신화에 늘 매료되어요. 날카로운 돌기와 화려한 용모를 지닌 낯선 존재들은 마치 우리를 지켜보는 영혼처럼, 수호자이자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하잖아요. 이런 소재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브랜드 전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나 가치는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주얼리를 만드는 것. 작품처럼 특별한 주얼리 한 점은 추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상징이 되니까요. 그리고 그런 피스들은 시간과 트렌드를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죠.


디자인을 구상할 때 오감 중 특히 중점을 두는 감각이 있나요?

전 촉각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얼리는 피부에 닿는 개인적이고 친밀한 아이템이기 때문에 착용자가 제품을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야 하죠. 그래서 착용했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꼭 체크해봐요.


콘셉트가 명확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또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시각적 환경과 특별한 향, 정교하게 설계한 공간의 구조와 비율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요.


그 공간에서 대중이 어떤 경험을 하길 기대하나요?

호기심과 영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자신의 성격과 꿈, 희망을 비추는 보석을 발견하길 원하고요.


브랜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거칠고 강렬한 요소들과 섬세함 사이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긴장감 때문인 것 같아요.


영성과 정체성의 주제를 담은 캠페인.

영성과 정체성의 주제를 담은 캠페인.


신화를 모티프로 한 오브제가 가득한 스톡홀름 매장.

신화를 모티프로 한 오브제가 가득한 스톡홀름 매장.


시그너처 진주 컬렉션의 캠페인.

시그너처 진주 컬렉션의 캠페인.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향한 깊은 관심이 느껴져요.

지난 6월, 오랫동안 꿈꿔왔던 서울을 처음으로 방문했어요. 기대한 만큼이나 깊은 영감을 얻은 여정이었죠. 인상 깊었던 것은 신화와 내러티브에 깊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뿐 아니라 디자인과 메티에 정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도 느꼈고요.


한국 대중이 특히 선호하는 디자인은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시장마다 선호하는 요소에 분명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한국의 경우는 세련된 실버 주얼리, 파인 주얼리, 그리고 진주에 강렬하고 날카로운 미학이 더해진 디자인에 특히 관심이 컸어요. 또한 레이어링과 스태킹 스타일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요.


디자인을 구상할 때에는 어려움도 따르겠죠?

물론이죠. 어떤 작품은 놀랄 만큼 빠르게 완성되지만 어떤 피스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해요. 대학 시절 제작한 첫 번째 드래곤 네크리스가 바로 그런 경우였어요. 척추 모티프의 물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주조한 뒤, 각 마디를 하나하나 절단하고 형태를 다듬은 후 줄질하고 구멍을 뚫고, 작은 부품은 납땜해서 다시 연결해야 했거든요.


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있어요?

‘이걸 통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 이야기의 진짜 서사는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묻곤 하죠.


유독 애정이 가는 컬렉션이나 아이템이 있다면요?

첫 번째 컬렉션을 가장 좋아해요. 그 작업을 통해 저만의 목소리를 찾았고,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클로(Claw) 링이 탄생했죠. 타로(Tarot) 컬렉션도 기억에 남아요.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었고, 동시에 깊은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거든요. 최근에는 내년에 공개할 새로운 컬렉션에 집중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해온 만큼 그 과정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거든요.


매일 착용하는 주얼리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 제품인가요?

저는 항상 여러 개의 링을 레이어링해 착용해요. 클로 링 2개와 엠프레스(Empress) 링, 드래곤 헤일로(Dragon Halo) 링은 매일 착용하는 아이템이에요. 이 주얼리는 마치 저를 지켜주는 갑옷처럼 느껴져요. 또 링의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손마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강인한 힘을 주기도 해요.


모잠비크 가닛을 세팅한 ‘하트’ 링.

모잠비크 가닛을 세팅한 ‘하트’ 링.


‘타로’ 컬렉션 캠페인.

‘타로’ 컬렉션 캠페인.


가고일, 그로테스크 같은 고딕한 민속 신화의 세계관을 담은 작업 스케치.

가고일, 그로테스크 같은 고딕한 민속 신화의 세계관을 담은 작업 스케치.


주얼리가 특히 잘 어울린다고 느끼는 신체 부위가 있나요?

사람마다 달라요. 누가 착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주얼리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죠.


스타일링 노하우도 궁금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즐기면서 자유롭게 실험해보는 거예요. 어떤 디자인이 나를 가장 나답게, 그리고 내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지 직접 찾아보세요. 그리고 다양한 주얼리를 겹쳐 착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주얼리 외에 늘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있나요?

스케치북이요. 제게 가장 중요한 도구죠. 작업 도구이면서 일기장 역할도 해요. 평소에는 연필을, 여행할 때는 작은 수채화 세트와 붓을 챙기고요.


휴식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아이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군도에 있는 시골집으로 훌쩍 떠나요. 흐르는 물, 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인, 마치 마법 같은 공간이죠. 그곳에 닿는 순간, 마음이 고요해지고 숨결마저 한결 가벼워져요.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두 영역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솔직히 말하면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개인적인 삶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어요. 열정을 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늘 감사한 일이라, 두 영역 사이에 어떤 경계를 둔 적이 거의 없죠. 아이들이 옆에 있는 주방에서 스케치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창작이 되고, 아이들 역시 저에게 늘 큰 영감을 줘요. 그 정도로 경계가 흐릿해요.


대중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감정을 자극하고, 그 감정이 일상 속 특별한 순간과 연결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죠. 이내 그 삶에 스며들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하길 바라요.




홀슨부의 설립자 로버트 키스.

홀슨부의 설립자 로버트 키스.

HOORSENBUHS

비정형의 미학과 거친 취향을 향한 견고한 신념을 고수하다.


트라이링크 루프와 토글 클로저가 특징인 브레이슬릿.

트라이링크 루프와 토글 클로저가 특징인 브레이슬릿.


‘데임’ 클래식 링크 링

‘데임’ 클래식 링크 링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파인 주얼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미국 최초의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라고 말하고 싶어요.


브랜드 전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나 가치는요?

아름다움, 힘 그리고 풍요를 상징하는 시그너처 ‘트라이링크’ 패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완벽에 가까운 메티에 정신과 디테일에 대한 집요한 태도를 늘 고수하죠.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제작하고요.


디자인을 구상할 때 오감 중 특히 중점을 두는 감각이 있나요?

시각적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손에 닿는 감촉에 있다고 생각해요. 또 촉각을 기반으로 한 무게감. 그 감촉과 무게감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짜 감각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마다 어려움도 따르겠죠?

새로운 아이템이나 작품을 만들 때마다 도전이 따르죠. 수많은 ‘아니, 안 돼’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진정한 ‘그래, 바로 이거야’에 도달할 수 있어요. 브랜드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요? 진정성. 진정성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으니까요.


유독 애정이 가는 컬렉션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첫 번째 컬렉션인 헤리티지 컬렉션은 언제나 각별해요. 초기의 영감이 깊게 연결되고,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데 기단이 되었기 때문이죠.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요.


매일 착용하는 주얼리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 제품인가요?

제가 처음 만든 링을 늘 착용해요. ‘처음’이란 의미를 지닌 주얼리는 제 일상에서 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오피스와 스튜디오 공간.

오피스와 스튜디오 공간.


‘팬텀 클리크’ 링.

‘팬텀 클리크’ 링.


주얼리가 특히 잘 어울린다고 느끼는 신체 부위가 있나요?

네크리스와 링이 신체를 가장 아름답게 빛내주는 주얼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외의 곳, 치아도 스타일링 캔버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영역이 있다면?

음악, 오토바이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요. 늘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들이죠.


그 호기심이 일상이나 취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나요?

전 수집가이기도 해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물건을 찾고 선별하고 모으는 일을 즐기죠.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는 놀라운 것들에 대해 늘 마음을 열어두고 있고요.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색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휴식이 필요할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집 뒤뜰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사우나, 냉탕, 스팀, 자쿠지 등을 즐기며 볕 아래에서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 제게 큰 위안을 주거든요.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두 영역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두 역할 사이에 뚜렷한 경계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개인적인 시간에는 보다 여유롭게, 또 느긋하게 쉬려고 하는 편이죠.


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머릿속에 새기는 원칙이나 다짐 같은 것이 있나요?

“우리의 신념은 물질과 에너지가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바닷속에서 그 유동성을 붙잡아 고정된 형태로 만들려는 뇌의 시도다. 즉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세계를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만들어내기 위한 방식인 셈이다.” 이 말을 되새기죠.


대중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브랜드 자체만을 기억해주는 것보다는 제 창작물이 누군가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래서 홀슨부 주얼리가 그들의 삶의 여정의 한 부분이 되고, 특별한 시간과 장소를 상징하는 유산처럼 세대를 넘어 오래도록 존재하기를 바라요.

Credit

  • 에디터 박소은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