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RK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쓸모
고급 레지던스부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HJRK가 다뤄온 럭셔리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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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권에는 장식미술(Decorative Arts) 분야가 굉장히 발달했다. 크리스티(Christie’s)에 다닐 때부터 컨템퍼러리 아트와 더불어 장식미술, 디자인 경매를 흥미롭게 보면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실감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장식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은 스튜디오 HJRK 스타일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문화·역사적 맥락도 고려한다. 디자인은 기능적이고 정서적 쓰임에서 출발한 미학이기 때문에 인문학적 고려 없이 디자인을 논하기는 어렵다.

아미드 호텔. 한국적 정서와 서구의 색다른 미가 더해진 1900년대 초반의 경성을 떠올리며 디자인했고, 해외 빈티지와 커스텀 가구를 도입했다.
인디아 마다비(India Mahdavi)는 이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유년을 보낸,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프랑스 디자이너다. 과감한 컬러 사용과 다양한 문화권의 공예 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경험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영감을 주는 뛰어난 동료들을 만났고, 아름답고 다양한 마감재를 접하며 세계적인 셰프나 아트 컬렉터들의 공간에 참여했다. 인디아를 가까이에서 보며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을 설득력 있게 어필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존중받는 집요함, 스튜디오 수장으로서 가져야 할 비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웠다.
디자인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나
설계와 동시에 스타일링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의도한 분위기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레이아웃과 마감재, 가구, 패브릭 등의 레이어를 퍼즐 맞추듯 더해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 섬세하게 모든 요소를 고른다. 설계와 스타일링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같을 정도로 스타일링에 많이 신경 쓰는데 가구부터 커튼, 러그, 조명, 손잡이까지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국내에 없는 것을 해외에서 자주 소싱하고, 커스텀 디자인도 많이 한다.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공간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니까.

스시 레스토랑 상현의 프라이빗 룸. 한지 조명 위에 녹색 페인트 조각으로 디테일을 더했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로먼 셰이드와 볼드한 느낌의 그린 벨벳 월이 흥미로운 대비를 연출한다.
공식은 없다. 제약 없이 디자인을 시작하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면 디테일을 줄이는 편이다. 처음부터 갇힌 상태로 디자인하다 보면 스튜디오의 스타일이 드러나지 않더라.
주로 고급 레지던스부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등을 다뤄왔다. 하이엔드라는 수식어에 맞는 공간 디자인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오스카 와일드의 인용구가 떠오른다. “한 점의 예술은 한 송이 꽃만큼이나 무용하다. 꽃은 다만 스스로를 위해 필 뿐이다(A work of art is useless as a flower is useless. A flower blossoms for its own joy).” 디자인은 실용적 바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하이엔드를 지향할수록 아름다움 그 자체만으로 목적성을 갖는 요소가 많아야 한다고 본다. 꽃을 실용적으로 꽂아두고 보지는 않듯이. 이런 의미에서 패브릭이나 월 커버링, 페인트, 대리석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자재 선정 과정에서 높은 퀄리티를 추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유한 색깔을 공간에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모두 깊은 취향과 유행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상현의 메인 스시 바. 그러데이션 옻칠 종이로 마감한 벽으로 공간에 깊이를 더했다.
예술 작품은 건축 요소나 가구로 채워지지 않는 미묘한 분위기를 완성해 준다. 쉼표나 느낌표, 마침표 같은 역할이랄까. 하지만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 여기는 건 경계한다. 마지막으로 공간에 캐릭터를 불어넣는 것은 결국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성향인데, 예술품이야말로 그것을 반영하는 좋은 요소다. 클라이언트 중엔 컬렉터도 많아서 되레 그들의 안목과 소유한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공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내는 작품을 제안하는 편이다. 공간과 작품이 서로를 돋보이게 하도록.

커스텀 테이블과 가죽 파티션, 아트워크, 핸드 블로잉 유리 조명이 어우러진 어퍼 하우스(Upper House)의 다이닝 공간.

성수동에 위치한 레지던스의 현관. 아트워크와 디자인 체어로 간결히 장식했다.
주거공간과는 다르게 레스토랑이나 호텔은 더욱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고 오는 장소인 만큼 좀 더 과감하게 작업한다. 올해 초 진행했던 한 호텔의 VIP 공간은 처음부터 아르데코 스타일로 시작해 보다 극적인 공간으로 완성했다.

독특한 미감의 아트 퍼니처를 커피 테이블로 활용하고 직접 디자인한 소파와 쿠션, 스툴을 배치한 어퍼 하우스 미디어 룸.
패브릭과 색감으로 대표되는 HJRK의 취향을 더욱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과 낭만을 평소에도 즐길 수 있도록 매개체 같은 물건을 만든다. 쿠션, 벨벳 룸 슈즈, 와인 백, 시즌성으로 제작하는 크리스마스 양말 등이 있다. 직접 디자인한 라운지체어와 스툴도 있다.

스튜디오 HJRK의 업무공간이자 쇼룸인 HJRK 한남. 히든 도어 뒤에 숨은 룸에는 커스터마이징한 거울 겸 클로짓을 배치하고, 다이닝 코너엔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울 소재의 푸른색 소파를 배치했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좀 더 흥미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HJRK만의 가구와 리빙 오브제를 디자인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한남동 스튜디오 지하에 쇼룸을 오픈했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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