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너 요즘 이상하다. 남친이랑은 안 만나? 데이트 안 해?” 요즘 들어 싱글인 모임에 자주 등장하는 A에게 B가 물었다.
“데이트는 뭐 특별할 게 있나... 요즘은 너희랑 노는 게 더 좋아.” 남자 없인 못 산다고 노래를 부르던 A의 의외의 대답에 나와 B는 갸우뚱했다.
“뭐야, 이상한데...... 너 혹시 남친이랑 헤어진 거야?”
“아니, 뭐 아직은 아니고.”
“헤어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안 만나? 몇 주째 계속 우리만 보고 있잖아.” 뭔가 이상한 느낌에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사귄 지 3년 정도 된 거 아니야? 올해는 결혼 날짜 잡을 것 같더니만.”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A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몰라. 사실 요즘 기분이 좀 이상해. ‘이렇게 결혼해도 될까’란 생각도 들고, 그 사람이랑 결혼해서 평생 살 생각을 하니 단점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특히 요즘은 무슨 말만 하면 서로 짜증 부리고 싸우게 돼. 그래서 자주 안 만나는 게 더 편하더라고.”
“왔구나, 왔어. 드디어 왔어.” B는 뭔가 감을 잡았다는 듯 말했다.
"뭔데? 뭐가 와?"
"뭐긴 뭐야, 권태기지. 너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 3년 넘게 사귄 사람 없지?”
“응.”
“원래 남녀 관계는 3년을 넘기기가 힘들어. 이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사실이야. 자, 그럼 권태기 테스트를 한 번 해보자. 첫째, 만남에 설레지 않는다.”
“예스! 약속이 취소되면 집에서 혼자 쉴 수 있으니까.”
“둘째, 스킨십이 귀찮다.”
“그… 그렇지. 이젠 뭐 설레지도 않고 그냥 귀찮아.”
“셋째, 자꾸만 단점이 보여 싸우게 된다.” B의 질문에 A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야, 야 그만해도 되겠다. 옆에서 지켜봐도 확실히 권태기가 맞는 것 같아.”
“진짜?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번 기회에 헤어질까?” A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사람이랑은 권태기가 안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별이 최선일 순 없는 것 같아. 너 이 사람 만날 때는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좋다고 했잖아.” B의 말에 A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른 사람 만나서 다시 설레고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되겠지.”
“그래 뭐 연애 한두 번 해보냐? 상대만 바뀐 채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겠지.”
“그럼 오래 사귀는 사람들,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은 다 정말 괜찮을까?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건 맞겠지?”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오히려 처음부터 활활 타오르는 사람보다 친구 같은 사이가 더 오래가는 것 같아.
이건 상대방이 아니라 본인이 어떻게 마음을 먹냐 문제인 것 같아. 우리는 모 아니면 도처럼 확실하지 않으면 싫잖아. 불타는 사랑 아니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이제는 잔잔하게 오래가는 것도 멋진 것 같아.”
“그래, 실제로 성격이 좀 무던한 사람들이 연애도 오래 하고 결혼 생활도 그냥 수월하게 잘하잖아. 불같이 타오르고 열정적인 맛은 없어도. 우리는 그게 안되니까 여전히 혼자인 거고.”
“그냥 솔직하게 권태기가 온 것 같다고 서로 터놓고 대화 해 봐. 외국에는 쿨링타임(cooling time)’이라는 게 있다잖아. 각자 조금 시간을 갖고, 떨어져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보고, 운동도 하고, 외모에 변화도 주면서. 그 후에 다시 만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거야.”
“그래, 먼저 연락부터 줄여야겠다. 요즘은 연락해 봤자, 뭐 했냐, 밥 먹었냐, 왜 연락 자주 안 하냐 이런 뻔한 얘기밖에 안 해. 마치 서로 괴롭히고 싶은 것처럼. 누구 입에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지만 기다리는 것 같아."
"그래, 일기 쓰듯이 오늘 한 일을 메일로 보낸다거나, 옛날에 연애할 때 좋았던 순간, 그때 찍은 사진을 보내도 좋고. 오늘 들었던 음악 중에 좋았던 음악도 보내주고."
"그러고 보니 처음 연애할 땐 그랬었는데! 갑자기 남친이 좀 보고 싶다." A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는 걸 보니 우리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김얀이 전하는 말?
한국 나이 36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로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