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가방을 메는 방법

이번 시즌, 가방을 메는 올바른 방법, ‘백티튜드’에 관한 모든 것.

프로필 by ELLE 2016.10.22

많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시즌을 맞을 때마다 하우스에 확실한 캐시카우가 되는 뉴 백 디자인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수십 년 전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디자인을 되살리기도 하고, 잘나가는 가방을 나름대로 ‘재해석’해 보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때뿐,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백티튜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때 무릎을 탁 친 디자이너가 꽤 많았을 것이다. 기존의 토트백에 긴 스트랩을 달아 크로스백으로 만들고, 클러치백에 타이트한 스트랩을 달아 손목에 낄 수 있도록 해보고, 있던 스트랩들을 떼어내 손가락으로 움켜쥐게 하는 트릭을 부려 신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의 ‘핫’한 백티튜드는? 바로 ‘크로스보디스(Cross-Bodice)’이다. 이번 시즌의 가방은 그 어느 때보다 짧은 크로스 스트랩이 달려 있어 백을 멨을 때 가슴팍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유치원 때 가방을 짧게 멘 이후로 이토록 가방을 올려 메는 건 처음인 듯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백은 프로엔자 스쿨러의 하바(Hava) 백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PS1과 유사한 보디에 가방의 플랩을 여미는 클립을 ‘ㅁ’자 모양으로 교체했고 숄더 스트랩으로는 네모납작한 메탈 체인이나 가죽을 더한 체인을 달았다. PS1과 가장 다른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숄더 스트랩의 길이다. 세 뼘 남짓한 스트랩을 어깨에 살짝 걸치면 가방은 허리 위로 껑충 올라오고, 크로스백 스타일로 메면 겨드랑이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다. 


셀린의 2016 프리폴 시즌 캠페인에서도 같은 백티튜드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모델 프레데리케 소피는 말랑해 보이는 크루아상 모양의 화이트 램스킨 크로스백을 멨다. 가느다란 숄더 스트랩은 물론 아주 짧은 길이로 다른 시즌에 이 가방을 만났다면 숄더백이 아닌 크로스보디 백으로 멜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라다는 크로스백의 스트랩을 줄인 것도 모자라 좀 더 과격한 방법으로 손바닥만 한 박스 백을 목걸이 펜던트처럼 달았다. 마치 이보다 더 높게 가방을 둘 수 없을 거라는 듯이. 구찌와 몽클레르는(아마 서로의 컬렉션을 보고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처럼 깜짝 놀랐을 것이다) 넓고 짧은 컬러 스트랩을 단 크로스백을 내놓았다. 다만 몽클레르의 백은 좀 더 캐주얼하고 구찌의 것은 클래식 무드에 잘 어울린다. 발렌티노는 이 모든 디자이너 중에서도 가장 우아한 크로스보디스 백티튜드를 선보인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그려봐도 캐주얼하고 도전적인 느낌밖에 상상되지 않는 짧은 숄더 스트랩이 발렌티노의 부드러운 베이지 컬러 니트 위에서 업타운 아가씨 느낌이 물씬 난다. 

 
그동안 긴 숄더 스트랩이 달린 가방을 어깨에 멘 날이면 지갑을 찾을 때마다 온몸을 숙여 손을 가방 안에 간신히 밀어넣고 가방 속을 휘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시즌의 백티튜드는 가방 안에서 거울과 립스틱을 꺼내 메이크업을 흐트러짐 없이 유지하거나 버스를 탈 때 카드를 찾느라 허둥대는 일은 없을 듯하다. 다음 시즌, 디자이너들은 또 어떤 기발한 백티튜드를 생각해 낼는지!

Credit

  • writer 양윤경
  • PHOTO IMAXtree.com
  •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