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 골목길 안 주택가 세로로 쌓아올린 또 다른 골목 상점, 어쩌다 가게 2호점이 있다. 계단을 따라 반지하층부터 2층까지 조그만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계단을 타고 오르내리는 길이 과거의 골목 같은 역할을 한다. 두 동의 건물을 계단으로 이어 붙인 듯 전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 건물이 1층, 2층, 3층이라면 왼쪽 건물은 1.5층, 2.5층, 3.5층 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을 단지 지어 올리기만 한 게 아니라 이런 컨셉트를 생각해 내고 관리사무소처럼 운영도 하고 있는 두 회사 사이건축과 공무점은 어쩌다 가게 건물 꼭대기 층으로 사무실을 이사했다. 사이건축의 공동대표 박인영, 이진오 소장과 공무점의 안군서 대표를 만났다. 앉자마자 요즘 들끓고 있는 셰어 오피스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질문에 박 소장은 다른 답을 내놓았다. ”책상 하나를 빌려 쓰는 식의 오피스는 소속감이라는 게 별로 없어요. 뜨내기처럼 난 언젠간 여길 떠날 거야, 회사를 키울 거야,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오랫동안 셰어 오피스를 근거지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을걸요? 그런 ‘공유’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막상 입주해 보니까 마음을 두지 못하는 공간은 안 되겠더라고요. 전화를 받거나 음악 듣거나 누구와 나눠 쓰는 데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너무 뚫려 있지 않은 구조를 취하도록 했어요.” 실제로 조사해 보니 4~5명이 근무할 작은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꽤 있었지만 그 경우 여타의 ‘그럴싸한’ 공용 공간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이건축은 좁은 면적에서 공용 공간을 포기하는 대신 나눠 쓰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층간에 화장실을, 4층 사이건축 사무실 문 밖에 회의실을, 사무실 문 안에 들어오자마자 리셉션을 대신한 탕비실을 갖게 됐다. “복리공간, 복리면적 등에 대한 컨셉트를 공간적으로, 건축적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건물에 입주한 사람이 건물 전체를 쓴다고 할까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가운데 통로를 두고 그 통로에서 모두 만날 수 있게 했어요. 보통 오피스 건물에서는 코어를 가운데 두면 끊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사무실들이 딱딱 나눠져야 각자의 공간이 분리되는 거죠. 하지만 저희는 코어를 계단으로 비운 거예요. 100% 점유하지 않는, 항상 쓰지 않는 공간을 코어에 가깝게 두고 전체 사용빈도를 높이자는 거였죠. 실제로 얼마나 쓰느냐 하는 문제보다 공간 감성 면에서 모두 모일 수 있는 지점이 있었으면 했어요.”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탕비실이 나타나는 구조가 모두가 모이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사람이 먹는 것을 매개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먹는 행위와 입구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탕비실에 넓은 아일랜드 테이블을 두어서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하고 로비의 리셉션 데스크 같은 느낌도 내고, 동시에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용도죠. 또 리셉션을 지나야 비로소 업무 공간이 나오도록 해서, 일을 좀 더 프라이빗하게 할 수 있도록 했고요.” 업무 공간인 사무실에 들어서면 넓지 않은 면적임에도 어딘지 휑한 느낌이 들 정도다. 눈을 들어 천장을 보면 의문이 풀리는데 약 2.5층 높이에 이르는 천장이 뻥 뚫려 있고, 반층의 단차를 둔 두 개의 사무실 위로 허공에 떠 있는 듯 얇디 얇은 스틸 계단 꼭대기에 옥탑처럼 대표 사무실이 얹혀 있다. “사이건축과 공무점은 서로 다른 회사이므로 앉으면 눈이 가려지는, 파티션 높이만큼 반층 차이를 두었어요. 하지만 일어서면 시야가 열려서 답답하지 않죠.” 입주자가 남남이었다면 벽으로 막았을 공간을 공생관계에 있는 회사끼리 나눠 사용한 덕에 이전 사무실보다 평수를 줄여서 이사를 왔음에도 좁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탕비실 등 앞서 말한 공용 공간 면적을 제외하면 실제 업무 공간 자체는 전보다 넓어진 셈이고, 사방의 벽에 제작해서 짜넣은 원목 수납장들이 상당히 공간을 절약해 준다. 원재료 색깔, 즉 콘크리트와 돌, 스티로폼의 테라코타 등을 그대로 놔두면서 자연히 주조 색이 배경으로 존재해 주니, 집중도가 훨씬 더 올라간다. 그런데 책상과 책장뿐인 사무실 외에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이자 비상구와 같은 휴게 공간은 어딜까? “이 건물 자체가 좁기 때문에 마땅히 휴게실을 갖긴 어렵고, 소파를 놓을까 잠시 고민했죠. 그런데 우린 어쩌다 가게 위에 있잖아요? 환기하고 싶으면 아래 책방에 가거나 식물원에 가거나 카페에 가면 되죠! 필요하면 맥주를 사와도 되고(웃음). 사실 휴게실의 유무보다는 얼마나 통제를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뭘 만들어놔도 저기 들어가서 쉬려고 할 때 발길이 턱 막힌다면 이용할 수 없는 거거든요.” 직접 지은 공간에서 일하는 기분에 대해 물었을 때 사이건축의 두 대표는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나 개인적인 감상에 앞서 업무적인 메리트를 언급했다. “가보기만 했지 써보는 건 처음이에요. 건축가로서는 아주 행복한 결과죠.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할 수 있는 게 자기 집 짓는 정도인데, 이건 우리 사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건물이 갖는 힘은 클라이언트와 만날 때 발휘돼요. 굳이 클라이언트에게 우리를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 사이건축과 공무점의 직원들을 대표해 가장 좋아하는 공간도 물었다. “이) 전 대표실이 좋아요. 대표실이라는 게 권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예전에 개인실이 없을 때는 좋은 줄 몰랐는데, 막상 가져보니 굉장히 편안했어요.” “안) 저는 발코니들이 좋아요. 문만 드르륵 열면 햇볕이 드는 곳으로 바로 나갈 수 있고, 혼자 나가 있으면 나만의 공간이 되니까요. 3층에도 2층에도 건물 곳곳에 발코니가 있어서 원하면 바로 밖과 연결되는 게 좋습니다.” “박) 사무실에서는 계단이 좋아요. 보통 사무실은 바닥과 천장뿐이죠. 내가 신발을 신고 지나간 바닥에 좌식처럼 철퍼덕 앉는다는 게 굉장히 이상해요. 그런데 우리는 계단이 사무실 안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엉덩이를 대고 앉아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요. 그런 편안함이 좋았습니다. 모두 퇴근한 후 거기 앉아 한잔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어요(웃음). 건물 전체로 보면 지하에 비가 떨어질 때가 좋아요. 평소엔 건물 내부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외부 공간이거든요. 비가 오는 날에 그리로 떨어지는 비를 직접 맞고 나면 그곳이 외부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