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식, 여행자의 이야기
모든 콘텐츠의 원천은 결국 ‘이야기’. 지금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꾼들을 소환한 피처 스페셜. 첫 번째 주인공 감독 신연식에게 시나리오 작업은 완벽한 여행을 떠나는 일과 같다. 이야기의 목적지와 어디로 나아갈지 방향을 정한 뒤에야 비로소 첫 장면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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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시나리오 작가·제작자
<페어 러브>
<러시안 소설>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동주>
<프랑스 영화처럼>의 감독이자 <동주>의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의 정체성은 작가이다. 연출과 제작을 겸하고 있지만 그는 글을 쓰는 일이 무엇보다 달콤하고 언제 어디가 됐든 시나리오를 쓴다. 얼마 전 신연식은 태어나서 처음 쓴 시나리오가 20년 만에 영화화되는 경험을 했다. 막힘 없이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그도 예상하지 못한 기막힌 일이었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 시나리오를 썼다. 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자세히 모르는 그의 어떤 이야기에 주목했나 시대의 파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윤동주는 시집을 내려고 많은 시도를 했지만 잘 안 풀렸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력 있는 사람은 결국 역경을 뚫고 올라선다. 윤동주도 세상을 떠난 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중 한 명이 됐다. 하지만 생전에는 시대 조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나리오 초고에는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지만 영화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과 논의하면서 시대적, 정치적 의미를 좀 더 부여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단편 넷을 엮은 <프랑스 영화처럼>의 출발점은 그중 한 편인 <맥주 파는 아가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 쓴 시나리오다. 러시아 작가들과 19세기에 유행한 실내극의 영향이 반영됐다. 또 다른 단편인 <프랑스 영화처럼>은 두 번째로 쓴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오랫동안 영화화되지 못한 채 신인배우들의 연기 연습용 대본으로 쓰였다가 이번에 배우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로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와 소설을 썼다. 소설가가 되려고 글을 썼던 건 아니다. 단지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썼다. 그걸 안 쓰면 다른 일을 못했다. 자꾸 생각이 나는 걸 어떡하나. 영화라는 매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영화는 오락물로 표현의 폭이 넓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대부>를 비롯한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본 후 생각이 바뀌었고 그때부터 시나리오 형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다 쓰면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웃음).
시나리오 작업에서 중요한 건 정체성이다. 이야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어떤 소통을 하려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면 목적지에 이르는 길은 당연히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런 거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정체성 없이 기획되는 영화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게 된다.
글을 쓰는 재미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나만 알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지금도 ‘신 넘버 원(Scene No.1)’을 쓸 때마다 설렌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어디쯤 문제에 봉착할지, 이를 극복하면 이야기가 어디에 도달할지를 체험적으로 알 수 있다. 그 험난한 과정을 넘어서는 희열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 쓰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온다.
시나리오를 쓰다 막히면 머릿속에 구상한 이야기를 ‘이제 써도 되겠다’ 싶을 때 비로소 쓰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막히는 일이 거의 없다. <동주>는 다른 영화를 촬영하면서 쓰기 시작해 2주 만에 완성했고 <조류인간>은 5일 만에 썼다. 구상만 20년째 하고 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쓰지 않고 있다.
준비 중인 이야기는 <동주>를 기점으로 10명의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모두 정했다. 두 번째 작품의 주인공은 가수 이난영이다.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캐스팅 단계에 있다. 1930년대를 풍미한 만담가 신불출에 대한 작품도 준비 중이다.
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까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 왜 태어났지? 왜 존재할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진리를 찾아가는 단서를 쫓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Credit
- EDITOR 김영재
- ART DESIGNER 유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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