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 Good!의 페퍼톤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코가 얼어붙을만큼 추웠던 어느 오전, 소년같이 말간 낯빛을 한 키 크고 호리호리한 두 명의 남자가 성큼성큼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수줍게 포즈를 취하던 모습도 잠시, 통기타와 베이스를 어깨에 걸치자 얼굴엔 금세 생기가 넘쳐 흐른다. 어느덧 세 번째 앨범이다. <Sounds Good!>의 페퍼톤스.::페퍼톤스, 이장원, 신재평, 심플한, 진정한, 모던한, 공연장, 무대, 파티, 행사, 일상, 노래, 여가, 생활, 아야모리에, 레노마, 빈폴, 휴교 보스, 패션, 재킷, 셔츠, 팬츠, 가수, 엘르, 엘르걸, 엣진, elle.co.kr:: | ::페퍼톤스,이장원,신재평,심플한,진정한

이장원이 입은 셔츠. T.I. 포맨. 핑크 재킷. 휴고 보스. 스카이 블루 팬츠. 빈폴. 퍼플 컬러 아이웨어. 레노마. 화이트 타이와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재평이 입은 화이트 셔츠. 아야모리에. 핑크 팬츠. 빈폴. 레오퍼드 프린트 아이웨어. 레노마. 타이와 서스펜더,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페퍼톤스에겐 카이스트 출신의 ‘천재’ 뮤지션, ‘인디 아이돌’ 등의 수식어가 늘 함께한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신재평 천재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고, 우린 그냥 음악하는 남자애들이다. 그런 수식어들이야 남들이 재미삼아 부르는 거고, 홍보 차원에서 빨리 어필하기 위한 작용기재같은 거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음악을 들려주고, 공감을 얻는 거다. 이장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음악을 듣고 그 진정성을 알아봐주지 않을까. 그때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한다면 그건 공부를 잘해서, 천재라서가 아닐 거다. 처음에 어떻게 만나 함께 음악을 만들게 된 건가?신재평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우리는 그저 같이 놀았다. 한번도 같이 밴드를 한다는 생각은 못 했었다. 장원이는 통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나도 따로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그러다 병역 대체 복무로 함께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음악 듣는 취향이 비슷한 걸 알게 됐다.이장원 노래 만들면 스스로 자랑스러우니까 같이 노래 만들고 놀다가 ‘우리 앨범 낼까’ 농담하던 차에 우연히 우리가 만든 음원을 들은 카바레사운드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다 엉겹결에 라는 EP앨범을 내게 된거다. 겨울에 앨범이 나왔다. 지난 1집도 겨울에 발표됐었고. 겨울은 자칫 센치해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는 계절인데, 페퍼톤스가 지향하는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로서의 음악과 겨울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건가?페퍼톤스 봄과 여름에 앨범 작업을 많이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을이 지나 겨울에 앨범이 나오게 됐고. 사실 계절감보다는 하루의 시간대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누구나 시간대별로 감정선의 업 앤 다운이 있지 않나.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선의 흐름에 맞춰 들으면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앨범 에 대해 설명하면서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페퍼톤스가 생각하는 겨울의 낭만이란 어떤 건가?신재평 겨울은 조용한 계절이고, 잔잔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긴 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가끔은 들뜨고 벅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첫 눈이 내릴 때 같은! 바로 그런 겨울의 순간들이 우리가 노래하는 겨울의 낭만이다.이장원 사실 추운만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꼭 붙어서 추위를 견뎌내고 싶은 것. 내게 겨울은 눈의 계절이기도 하다. 힘든 일, 슬픈 일 모두 깨끗하고 눈부신 흰 눈에 덮히고 행복함만 남게 되는, 그래서 낭만적인 계절. ‘Sounds good!’은 일상적인 표현이지 않나. 앨범명을 이것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궁금하다.페퍼톤스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 작업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스튜디오의 탑 클래스 엔지니어가 한 곡 한 곡 작업이 끝날 때마다 우리에게 “Sounds good?”이라고 물었고 우리는 “Sounds Good!” 하고 답했다. 사실 그 때까지 앨범명을 못 짓고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뜻하지 않게 생긴 에피소드였다. 덕분에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명을 얻기도 했고. 원래 앨범명도 그렇고 노래 제목들도 대부분 영어였지 않나. 그런데 이번엔 한글 제목이 눈에 띄게 늘었더라.페퍼톤스 의도적으로 작정하고 바꾼 건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사실 초기에는 우리 음악이 공상과학, 만화같은 느낌이 강하지 않았나. 실제로 ‘Ready, Get, Set, Go!’같은 곡명은 상상속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지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좀 더 현실로 옮겨온 느낌이다. 가사는 어떤가. 한글 가사의 비중이 많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인가?신재평 사실 처음에는 한글 가사를 쓴다는 게 멋쩍었다. 우리가 좋아했던 게 가요가 아니라 일본의 인디 음악이었기 때문에 그런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한글이 다소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집의 ‘New Hippie Generation’의 가사를 한글로 써놓고 보니 너무 맘에 드는 거다. 그 때부터 한글로 가사를 쓰는 데 조금씩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좀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됐고. 2집과 달리 이번 앨범에는 두 사람의 직접 부른 곡은 세 곡뿐이다. 팬들이 아쉬워할 텐데, 주위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신재평 반응이 정확히 두 갈래로 나뉜다. 어떤 분들은 아쉬워하고, 어떤 분들은 너네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냐며 질책도 한다. 하하. 이장원 1집 땐 우리가 두 곡밖에 안 불렀고, 2집에선 절반에 가까운 곡을 불렀다. 그리고 이번 3집에선 세 곡만 불렀고. 각 앨범의 컨셉마다 적정 비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우리와 객원 보컬의 비율을 3:7로 맞춰봤다. 하하. 페퍼톤스의 음악에는 ‘Auto Tune’이 많이 쓰인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류의 음악들은 듣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 처음 들었을 땐 상쾌하고 짜릿하지만 가슴에 남는 음악적 울림은 적달까.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페퍼톤스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신재평 ‘우리 음악을 이렇게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건 없다. 각자 알아서 즐겼으면 좋겠다. 인스턴트하게 가볍게 듣는 것도 좋다. 적절하게 본인이 필요한 만큼 우리 음악을 이용하면 된다. 생활 속의 양념, 조미료처럼.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페퍼톤스’라는 브랜드가 아주 유니크한 조미료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이장원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적인 음색으로 왜곡된 보컬은 확실히 덜 인간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밝고 재미있는 음악’이라는 것에 오토튠이 상당히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재밌고 즐겁게 만든 음악을 그저 함께 공감하고 나누고 싶을 뿐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팬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신재평이 ‘딴짓’이라는 제목으로 올려놓은 동영상이었다. 말간 목소리로 기타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마치 소년 같았다. 음악을 하면 왜 행복한가?신재평 내가 만약 논물을 준비하고 있는 연구자라고 가정한다면, 음악은 내게 거대한 연구 주제같은 거다. 음악에 있어서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무궁무진하다. 끊임없이 다양한 작업에 도전하고 배우며 나중에는 음악도사가 되고 싶다. 하하. 소년같아 보이는 건…아마도 내가 아직 어수룩한 게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딴짓’하는 기분으로 여유롭고 행복하게 평생 음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가? 음악 인생에 있어서 둘의 지향점은 일치한다고 봐야 하나,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하나.신재평 삶의 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 서로 다른 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차이점이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이 완벽히 일치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도, 우리가 함께 꿈꾸고 노래하던 정서와 철학이 변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 누군가 한 사람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면 그게 내 쪽인 것 같다.이장원 이 점에 대해서는 서로 깊은 토론을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린 아직 젊고,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다만 같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즐겁고,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에 있어서만큼은 서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앨범 발매 기념으로 지난 12월 말부터 4주 동안 매주 토요일 KBS라디오 ‘심야식당’의 일일 디제이를 맡고 있다. 게스트로 출연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니 어떤가? 언젠가 라디오 디제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없나? 신재평 일단 기회가 주어질지 잘 모르겠다. 하하.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하고 싶은 얘기들을 신나게 할 수 있다면 정말 최고겠지. 하지만 한편으론 세상이 우리가 말하는 방식을 얼마나 이해해주고 받아줄지 걱정도 된다. 이장원 라디오는 일방적인 매체라고 생각한다. 얼굴도 안 보이고, 디제이가 말하면 귀 기울여야 하고. 그건 대단한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기에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로 페퍼톤스가 지향하는 긍정, 상쾌, 발랄모드의 음악이 멀게 느껴질 땐 없나. 그런 음악을 만든다고 해서 꼭 그런 음악만을 듣진 않을테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요즘 어떤 노래들을 듣나?신재평 사실 늘 즐겁기란 쉽지 않다. 루시드폴의 음반을 틀어놓고 의자에 문어처럼 늘어져 있을 때도 많다. 집중하고 싶을 땐 Plej, Tennishero같은 북유럽 일렉트로니카를 듣는다. 하지만 정말 꿀꿀할 땐, 카라의 노래를 듣는다 하하.이장원 우리가 만든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 때의 상황과 기분에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결국 각자에게 가장 좋은 음악이 되는 게 아닐까. 늦은 밤시간 혼자 방에 있을 땐 Nujabes, Bonobos를 주로 듣는다. 요즘엔 Fishmans와 루시드폴의 음반도 즐겨 듣는다.제일 닮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신재평 류이치 사카모토가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 ‘YMOYellow Music Ochestra ’가 최근 재결성했다. 모두 백발이 성성한데 무대에 올라 같이 옛날 노래들을 부르는 동영상을 보는데, 찡했다. 너무 멋있었다.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생각한 건데, 대선배님들이 굉장히 예뻐해주시는 것 같더라.페퍼톤스 맞다. 사실 2집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바보’라는 소리 많이 들었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답답해서 가르쳐주려고 많이 불러서 얘기해주셨다. 음악을 오래 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알 것들이 필요한데, 그런 걸 너무 모른다고. 이번 앨범은 그런 애정어린 지적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희열이 형, 동률이 형, 재형이 형, 적이 형님 등등…. 그 분들 안 만났으면 좀더 락킹한 음반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펩톤’의 정서가 더 온전히 투영된.최근 ‘안테나 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긴 것도 음악을 더 오래하고 싶은 의지가 반영된 거라고 들었다. 홍대 앞 인디 신을 떠나는 기분이 어떤가. 페퍼톤스 인디냐 메이저냐 하는 건 사실 음악을 실제로 하는 데 있어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지금보다 더 완벽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춘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게 작전대로 하는 건 재미없는 것 같다. 홍대 앞 인디 신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때나, 지금이나, 이후로도 음악을 만드는 것이 보장만 된다면 상관없다. 그렇게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하다보면 욕심이 생길 것 같다. 가요차트에서 1위도 하고, 방송국을 바쁘게 오가고 싶기도 할거고. 그렇게 되면 처음의 페퍼톤스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생기지 않겠나.신재평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오히려 페퍼톤스의 음악 자체를 좋아했다기 보다는 남이 모르기 때문에, ‘나만 아는’ 그 기분에 취해 좋아했던 걸 수도 있으니까. 진짜로 음악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이 변색된다면 할 말 없지만.이장원 우리 역시 동경하고 좋아했던 뮤지션에 대해 그런 감정을 겪어봤으니 그게 뭔지는 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그걸 듣는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그 감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뮤지션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신재평 내가 노래하는 것들과 내 인생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 그리고 언젠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해보고 싶다. 정말이다.이장원 기억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영국의 어느 넓은 광장에 설치해둔 대형 스크린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을 멈추고 를 따라 부르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비틀즈는 얼마나 뿌듯할까. 정말 부러웠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페퍼톤스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2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