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기상천외한 가구가 탄생되는 그 곳

칼 라거펠트와 스티브 잡스 등 세계의 크리에이터들이 사랑하는 가구들이 탄생하는 곳.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구 회사 카시나가 85년의 역사를 일군 그들의 공장을 공개했다.

프로필 by ELLE 2014.01.03

 

근대의 건축 미학을 이끈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라운지 체어 ‘LC4’, 간결한 멋의 극치를 보여주는 게리트 리트벨트의 ‘지그재그(Zig-Zag)’ 의자 등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들을 생산해 온 카시나(Cassina). 칼 라거펠트, 스티스 잡스 등 세계의 셀럽과 크리에이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1927년 설립된 카시나는 18세기부터 이어진 수공예 기술을 기반으로 탁월한 품질의 가구를 선보이며 이탈리아 가구 산업에 일조했다. 특히 앞서 언급한 20세기 모던 가구 디자인 대가들의 제품을 재생산하는 권리를 획득해 명성을 쌓았다. 또 다른 한편으론 지오 폰티, 필립 스탁, 장 마리 루소 등 동시대의 ‘핫’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도 계속해 왔다.

 

 

 

 

 

 

 

1 게리트 리트벨트가 디자인한 안락의자 ‘레드 앤 블루(Red ad Blue)’.

 

2  게리트 리트벨트의 ‘지그재그’ 의자. 카시나의 기술력으로 나사 없이 이음새를 맞물려 완성했 다.

 

3 르 코르뷔지에의 ‘LC2’ 소파. 정육면체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4 르 코르뷔지에의 ‘LC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한 라운지 체어 ‘LC4’.

 

 

 

올봄 밀란 가구박람회가 끝날 무렵, <엘르> 코리아를 대신해 카시나 공장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기능적이고 아름다우며 오랫동안 지속되는’ 카시나의 가구 탄생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가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카시나 공장은 밀란 북쪽 인근의 소도시 메다(Meda)에 자리했다. 처음 들어선 곳은 작은 쇼룸. 시내에 있는 대형 스토어와는 달리 화려한 조명이나 디스플레이 없이 소박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카시나 가구들이 고고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손으로 쓸어보고 직접 앉아보며 마음껏 가구를 체험한 후, 공장장의 안내로 본격적인 견학이 시작됐다.

 

카시나의 공장은 가죽 공장과 목재 공장으로 나눠져 있다. 먼저 찾은 가죽 공장은 카시나 제품의 모든 가죽과 패브릭이 생산되는 곳. 길게 뻗은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곳의 작업은 가죽을 일일이 사람의 눈으로 검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전체 공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정으로 소가 모기에 물려 생긴 작은 상처까지 꼼꼼히 살핀다고. 재단을 마친 원단은 재봉과 조립 과정을 거치는데, 모든 과정은 시스템화 되어 있지만 그 바탕에는 이탈리아 수공예 전통과 장신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카시나의 철학은 다음에 찾은 목재 공장에서 더욱 잘 드러났다. 18세기 목재 가구 공방에서 비롯된 카시나는 지금도 나무를 재단하는 공정만 기계의 힘을 빌릴 뿐 대부분의 제작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일례로 르 코르뷔지에의 ‘LC4’ 하나를 조립하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사람이 도맡아서 작업한다. ‘LC4’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건네받아 오랜 시간 오직 한 의자만을 조립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최고의 의자를 만드는 것이다. “카시나의 목수들은 우리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작업을 즐긴다”는 브랜드 총괄 매니저 지안루카 아르멘토(Gianluca Armento)의 말에서 크나큰 자부심이 느껴졌다. 카시나가 이처럼 전체 제작 과정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따라 할 테면 따라 해보라’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1927년부터 줄곧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곳 공장에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력과 투철한 장인 정신이 모방할 수 없는 카시나의 가치를 빚어내고 있었다.

 

카시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 가치는 카시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훌륭한 가구로 구현해 내는 회사이다. ‘최고’를 위한 집념과 헌신이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카시나의 목수들은 디자이너의 상상을 실현시키는 어려운 구조의 작업을 즐긴다는 점이다. 단순한 작업이면 오히려 “이건 너무 쉬우니까 외부 업체에 맡겨라”고 농담하기도. 거장부터 신인까지 많은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왔다 세계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과의 협력은 카시나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여성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85년 동안 카시나와 함께한 여성 디자이너는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유일하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아끼는 카시나 제품은 프랑코 알비니(Franco Albini)가 만든 책장 ‘벨리에로(Veliero)’. 건축가이기도 한 디자이너의 독특한 관점이 녹아 있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디자인이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달라진 욕구를 예측하고 이를 반영하는 디자인. 우리가 전통에 머물지 않고 신기술, 신소재를 연구하는 이유이다. 올해 밀란 가구박람회 기간에도 혁신적인 몇 가지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카시나가 추구하는 미래는 지금까지처럼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수공예 가구들을 만드는 것. 앞서 말했듯 새로운 디자이너를 찾고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우리 공장의 장인들에게 좀 더 어려운 작업을 주는 게 목표다(웃음).

 

 

 

Credit

  • EDITOR 김아름
  • WRITER 양재형
  • PHOTO 양재형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