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벤트를 위한 도시를 고를 땐 모델의 캐릭터를 생각해요. 시승행사라면 드라이브 코스도 중요하죠.” 볼보는 프리미엄 새로운 순수 전기 SUV인 EX30의 전 세계 첫 번째 드라이브를 위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심장부이자 가우디와 피카소, 달리와 후앙 미로의 전위적 예술이 피어난 도시, 바르셀로나로 미디어를 불러모았다. EX30의 프리젠테이션 행사장으로 향하던 길. 쇄석이 든 찰흙으로 바른 옛 건물의 벽은 세월에 빛이 바랬을지언정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컬러를 뿜어낸다.
친근한 미소를 띤 볼보 맨의 안내를 따라 건물로 들어서니, 푸른 기가 도는 레몬 컬러의 EX30가 시야에 들어온다. “모스 옐로(Moss Yellow)예요.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는 컬러죠.” 각진 데 없이 견고한 얼굴. 도어 하단부에선 브랑쿠시가 달걀 형태의 재료를 조각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차용한 디자인도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 총괄이자 익스테리어를 담당한 티 존 메이어는 설명했다. “전면부 디자인은 <스타워즈>시리즈의 ‘만달로리언’ 헬멧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인간적이고 자신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죠.” 치켜 올라간 벨트라인, 토르의 망치, 수직의 테일 램프 등 안전성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볼보 SUV의 시그너처는 EX30에서도 이어진다. 하몽과 올리브오일, 각종 타파스의 다채로운 감칠맛으로 배를 채운 뒤, 밀키한 ‘클라우드 블루’ 컬러의 EX30을 타고 도심 드라이브에 나섰다.
차량에 필요한 모든 조작이 가능한 중앙 화면 인포테이션.
EX30의 차량 내부 레이아웃에서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은 모두 중앙에 있다. 속도계와 계기반은 물론이고 실내 온도 조절과 라디오, 내비게이션 등 필요한 조작을 중앙 화면에서 하는 게 어색할 것 같았지만 빠르게 익숙해졌다. 순수 전기 SUV가 선사하는 놀라운 고요함, 미풍처럼 산뜻한 하늘색 인테리어가 자아내는 분위기, 넓은 파노라믹 루프 윈도로 스미는 자연광 속에서 EX30을 타고 바르셀로나의 도심을 매끄럽게 달리는 묘미를 만끽했다. 정방형의 블록 ‘만사나(Manzana)’를 기본 단위로 치밀하게 계획된 바르셀로나의 골목들, 교통 순환을 돕기 위해 도시를 가로지르도록 만든 ‘아베니다 디아고날’ 대로, 교차로의 회전 차량을 고려해 45° 각도로 쳐낸 만사나의 꼭짓점 등 섬세한 도시 교통 디자인의 틈새를 EX30을 몰며 탐색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즐거움은 사운드. 볼보는 홈 오디오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EX30 앞 유리 하단에 가로로 길게 하만 카돈 스피커를 장착했다.
바르셀로나 아티스트 모카의 페인팅을 입은 EX30.
앞 유리를 타고 차량 전체를 채우는 사운드는 공연장에서 듣는 것처럼 입체적이고 풍부하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미스트, 파인, 인디고, 브리즈의 네 가지 타입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천연 아마씨를 활용한 합성 소재, 업사이클링 데님 섬유, 폐기된 플라스틱, 책임감 있게 생산된 울,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 등 재활용과 재생 가능 소재가 적극 사용됐다. EX30이 발표되던 행사장에서 한 저널리스트는 물었다. “소비자는 전통적인 프리미엄 소재가 사용되지 않은 것에 아쉬워할 수 있습니다. 왜 가죽을 배제했나요?” 나는 의문스러웠다. EX30 소비자에게 가죽 소재 인테리어가 중요할까? 그들은 지속 가능성에 신경 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인디고 인테리어에 적용된 데님 장식은 재생된 데님 섬유 50%를 사용해 생산됐다.
오염을 쉽게 닦을 수 있는 가죽 시트의 뒤를 노르디코(소나무 오일로 만든 바이오 합성 소재)가 잇는다. 가죽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양이 적다. 겨울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울 혼방 시트 옵션의 경우 볼보의 특기인 인체공학적 시트 디자인과 만나 잘 지은 세트업 수트를 입은 것처럼 몸에 맞아떨어진다. 지속 가능성과 전동화라는 도전 과제가 가져온 매력적인 솔루션, 새 시대를 대면하기 위해 갈고닦은 아이디어가 이 컴팩트한 차량에 꾹꾹 눌러 담겼다. 마지막 테스트 드라이브를 위해선 조금 더 먼 곳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유서 깊은 와인 생산지인 뻬네데스를 조망하는 뷰 포인트를 경유하고 돌아오는 왕복 100km의 여정이다. EX30이 80%까지 충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6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최대 475km(유럽 기준)이다. 도심 주행은 물론이고 주말 장거리 여행까지 가능하다.
볼보 EX30 제품개발 리더 요아킴 헤르만손.
문득 볼보 CEO 짐 로언이 지난여름 밀란에서 EX30을 선보이며 남긴 말이 생각났다. “볼보는 단순히 판매량을 키우려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하죠.” 볼보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디자인 미학은 이들이 오랜 시간 우선 순위에 두고 재현해 온 핵심 DNA다. 2030년까지 모든 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시기부터 EX30을 선보인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볼보의 한 디자이너는 EX30을 두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EX30을 볼보의 ‘에스프레소’라고 불러요.”
다섯 가지 EX30의 외장 컬러를 활용한 세라믹 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