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홈 텍스타일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플로랑스 라파르주와 나눈 대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에르메스의 홈 텍스타일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플로랑스 라파르주와 나눈 대화

축제의 장에서 가장 열렬히 호명된 이름과 그들의 디자인 세계관.

ELLE BY ELLE 2023.06.19
 
공간에서 ‘소프트 머티리얼’의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2009년부터 에르메스에서 일했는데 텍스타일 디자이너 출신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텍스타일 디자인만 하는 줄 알았죠. 지금은 러그, 블랭킷, 쿠션 그리고 아동 제품에 이르는 모든 소프트 머티리얼을 총괄하고 있어요. 에르메스의 소프트 머티리얼은 가구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부드러운 텍스처와 아름다운 컬러로 공간에서 자유롭게 누군가의 캐릭터와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피에르 샤르팽이 디자인한 이번 시즌 카펫 역시 마찬가지죠. 현대적 인테리어 속에서 활력을 주고 ‘키치’한 분위기, 아주 클래식하거나 중후한 분위기와도 얼마든지 어울립니다. 그만큼 소프트 머티리얼이 주는 가능성이 넓다는 이야기죠.
 
피에르 샤르팽처럼 협업할 디자이너 선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지
피에르 샤르팽은 예술 감독 알렉시스 파브리가 함께 일하길 바라던 디자이너였습니다. 직접 디자이너를 선정하지는 않지만 컬렉션을 만들어내는 실질적 작업 과정에 디자이너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건 사실이죠. 외부 디자이너와 내부 디자인 팀과의 조율,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할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컬렉션을 완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과거 인터뷰에서 “텍스타일과 건축이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텍스타일을 디자인할 때 항상 2D보다 3D적인 관점에서 출발하나요
에르메스가 텍스타일에 전통이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죠. 직물 인쇄는 어떻게 보면 텍스타일에 드로잉을 입혀 아름답고 우아하게 만드는 작업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직조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재료로 건물을 짓듯 건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직조 과정에서 패브릭에 각기 다른 무게, 그리고 얼마나 부드러운지에 대한 텍스처와 강도, 투명함을 입혀주거든요. 직조로 만들어지는 텍스타일은 용도와 디자인에 따라 다른 실을 이용하고, 그에 맞는 직조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건축과 비슷해요. 입체적 비전으로 작업하는 거죠. 에르메스는 아주 정확하고 세세한 방식으로 텍스타일을 건물처럼 지어냅니다. 
 
이번 컬렉션을 제작하는 데 특별히 영감을 준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을 좋아해요. 제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전시에서 본 많은 이미지가 저장돼 있고, 그런 예술 작업은 저를 흥분시켜요. 하지만 다른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작업은 전혀 보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만든 제품에서 영향을 받으면 안 되기도 하고, 트렌드에 현혹되지 않고 싶어서요. 대신 여행을 통해, 또는 영화나 연극을 보거나 전시를 즐기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습니다.
 
올해 컬렉션에서 선보인 컬러 매치 역시 굉장히 아름다워요. 이런 컬러 웨이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컬러는 인하우스의 컬러리스트들이 작업해요. 그들은 각각의 색조와 배합을 하나하나 취합해 보죠. 우리는 캐시미어가 염색됐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매 시즌 새로운 컬러를 선보일 때는 아름다운 디저트를 탐미하는 자세로 가장 아름다운 컬러 배합을 골라야 합니다. 그 과정은 마법처럼 근사합니다.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컬러에 대한 목적은 항상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한 자세로 임한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대담한 균형을 컬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죠. 
 
새롭게 선보인 러그 ‘코르델리–아르송’은 피에르 샤르팽이 기계체조의 안마, 승마의 트랙, 말 머리의 모습 등을 구현해 만들었다. 캐시미어 100%의 패브릭을 핸드 위빙과 핸드 다잉 처리한 플래드 ‘크래이지 아쉬’.수공예 자수가 적용된 코튼 러그 ‘코르델리–옥세르’. 에르메스의 아카이브 중 수를 놓아 만든 기수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캐시미어 플래드 ‘카자케시키에’.
이번 컬렉션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매 시즌 밀란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 즉 혁신적인 노하우를 보여주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같은 레서피와 공식을 반복할 테니까요. 상당히 장인적이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추상적인 모티프를 통해 현대적 방식으로 표현하길 원했습니다. 에르메스가 추상적인 모티프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죠. 추상이야말로 구상예술이 가질 수 없는 자유로움을 지니고 있거든요. 피에르의 디자인이 어떻게 바탕과 선을 이루는 테크닉으로 표현될지가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카펫에도 앞서 말한 추상적인 모티프와 그것을 구성하고 기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테크닉과 컬러가 큰 역할을 했죠. 모티프를 이루는 라인과 코너를 자수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고, 그 때문에 장인들은 몇 번씩이나 다시 작업해야 했습니다. 우리 눈에는 간단하게 보이는 드로잉의 수평을 맞추는 것조차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거든요.
 
이번 컬렉션에서 에르메스의 유산과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패치워크 작업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퀼트’라는 이 기법은 굉장히 오래된 것인데, 네팔의 장인들은 엄청난 바느질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퀼트는 대개 빳빳한 면을 이용해 작업해요. 극도로 부드러운 캐시미어를 바느질하는 건 결코 쉽지 않죠. 이번 컬렉션의 패치워크 피스는 800~1000개의 작은 조각을 바느질해서 만듭니다. 엄청난 시간과 기술을 요하죠. 이번에 선보인 퀼트 피스들을 위해 가장 복잡한 드로잉을 선택했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복잡한 테크닉을 이용했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인내심 그리고 진실된 노력이 필요하죠.
 
당신에게 혁신적 디자인이란
오늘날 ‘혁신’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기술과 재료가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 몇백 년 후에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르죠. 에르메스에서 진정한 혁신이란 편안함의 한계치를 최대한 올리려는 노력입니다. 캐시미어가 캐시미어로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자세 그리고 캐시미어와 자카르 등의 아름다운 전통을 새로운 쓰임새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역시 혁신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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