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스튜디오 김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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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페리도넛 한남점의 바 스테이션 아래에는 주춧돌을 사용했고, 그 위로 반복되는 나무살들과 기와 모양으로 한국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
MMS는 서촌에 있는 몰트 바다. 위스키의 코르크 병마개에서 영감을 얻어 조형의 언어 중 하나를 코르크로 선택했다. 체어의 등받이와 좌판 그리고 입구 손잡이 등에 코르크를 활용해 공간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구조적으로는 공간 자체가 무게감 있고 글래머러스하게 연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는 긴 바를 두고 벽 쪽에 레드 트래버틴 석재와 블랙 톤의 대리석을 사용했다. 묵직한 느낌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얇은 살을 더한 요소를 만들었고, 뒷면에 바리솔 조명을 두었다. 셀업 풀필먼트는 입고, 출고, 자재 보관처럼 분명한 공간의 목적을 가진 곳이다. 동선과 시스템이 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게 디자인해 지게차가 다닐 때도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고려했다.

포인트 컬러를 선정해 강한 대비감을 보여준 셀업 풀필먼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믿는다. 상업 공간에는 업종마다 꼭 필요한 기능이 확보되어야 한다. 카페는 바리스타의 키에 맞게 바의 높이를 정하고, 바의 높이에 따라 공간의 리듬감을 구성한다. 또 패션 브랜드는 판매하는 아이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의류의 기장이 길게 나오는 브랜드라면 행거를 1단으로 만들어야 하고, 소품이 많은 브랜드는 디스플레이 매대가 필요하다. 공간 디자인할 때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섬세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단지 방문객이 공간을 어떻게 소비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운영하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잘 배려해서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공간도 오랜 시간 생명력 있게 존재할 수 있다.

포인트 컬러를 선정해 강한 대비감을 보여준 셀업 풀필먼트.
다양한 소재를 쓰는 건 공간 디자이너의 숙제 같은 거다. 생소한 소재들이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는 데 있어서 와우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방문자의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는 거다. 올드페리도넛을 예로 들면 한남동의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려면 시인성을 높여야 했다. 회색빛 노출 콘크리트를 배경으로 대비되는 소재인 스테인리스 소재를 활용해 야외 가구를 구성했다. 올드페리도넛의 아이디 컬러인 파란색과 도넛의 둥근 형태를 변형해 디자인했다.

몰트를 주재료로 하는 위스키와 수제 맥주를 취급하는 공간에 스튜디오 김거실이 직접 만든 의자를 놓았다.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바로 운영될 도래(Dore)다. 에스프레소 바와 필터 바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모든 바와 바를 둘러싼 벽체가 다 통석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공간에 굉장한 압도감을 줄 거고, 이곳에서만 제공하는 독특한 서비스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

등받이와 좌판 등을 코르크로 활용해 방문자들이 촉감적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더욱 본질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식을 진심으로 같이 고민하고, 꾸준히 마음을 쓰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하던 대로 하거나 늘 쓰던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사랑받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각적인 소재 사용이 돋보이는 셀업 오피스와 토패스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