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하거나 속이 훤히 보이는 반닫이의 사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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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하거나 속이 훤히 보이는 반닫이의 사연

가구 조형 작가 김현희가 경계를 허무는 마음

이경진 BY 이경진 2022.09.22
 
 
‘White Nostalgia’ 연작 중 받닫이와 함.

‘White Nostalgia’ 연작 중 받닫이와 함.

올해 선보인 신작 ‘화이트 노스탤지어(White Nostalgia)’의 시작이 궁금해요. 반투명한 흰색의 뒤주와 등화, 함, 반닫이 등으로 이뤄진 시리즈죠
어느 날 우연히 뒤주를 봤어요. 여러 개의 나무 유닛이 짜임 기법으로 완전체를 이룬 모습이 과거의 기억과 시간으로 이뤄진 한 사람 같았죠. 이에 영감을 받아 고향과 기억이라는 서사를 가구에 부여했어요. ‘향수(Nostalgia)’를 지금의 자신을 지탱해 주는 근간이라 봤죠.
 
한국 전통 가구를 모티프로 한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의 신소재와 기술을 접목합니다. 이전의 ‘규방’ 연작이 면을 허물고 뼈대와 장식을 강조한 작품이라면 ‘화이트 노스탤지어’는 모든 작품의 면이 반투명 흰색이에요
희고 반투명한 가구에는 무엇을 담든 부옇게 보여요. 그 모습이 우리 내면 어딘가에 흐릿하게 자리한, 지나온 날의 풍경임을 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어요. ‘하얀 거짓말'이라는 표현에서 하얀색이 지닌 긍정적인 의미를 빌어 ‘하얀 향수’라고 표현했습니다.
 
‘규방’ 연작 중 받닫이.

‘규방’ 연작 중 받닫이.

리모와와 함께한 전시 〈As Seen By〉에서도 전통 반닫이를 다르게 해석한 적 있습니다. 한국 전통 가구의 재해석을 이어가는 이유는
학부 시절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했어요. 자주 다룬 매체가 가구이기도 했고, 고향집의 ‘제주반닫이’를 오래 보며 자랐거든요. 자연스럽게 반닫이를 시작으로 전통 가구와 그에 얽힌 생활 문화를 탐구하게 됐어요. 그러다 조선시대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와 달리, 여성의 공간인 규방(안방)은 외부자의 출입이 금지된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죠. 안방 가구들은 사면이 모두 막혀 있고 화려한 장식이 달렸어요. 그 시대 여성의 삶과 닮았죠. 그런 한계 때문인지 규방 가구는 상대적으로 현대화되지 못했다고 느꼈어요. 조선시대와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규방 가구를 재해석하고 싶었던 이유예요.
 
한국 전통 가구를 페미니즘에 입각해 재해석한 작업이라는 작품 소개와 이어지는 이야기군요 
제도권 안팎에서 발생하는 성역할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이 개인의 무의식에서 얼마나 강력한 틀로 존재하는가에 주목하면서, 옛 생활양식이 담긴 가구를 재해석해 경계를 허물고 싶었어요.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규방 가구로 무엇을 구분 짓는 일에 경계심을 느끼고 의식하길 바랐습니다.
 
한국 전통 가구의 면면을 삭제하거나 재해석한 형태에서 그것이 지닌 미감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는 다른 한국만의 미감을 느꼈어요. 일본의 경우 집요하게 다듬고 정돈해 하나의 디자인 질서를 구축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하나의 질서를 따라가지 않아요. 반닫이만 해도 지역마다 특징이 아주 세분화돼 있습니다. 사용된 나무도 다르고 크기와 장식, 모양, 의미 모두 가지각색입니다. 각자의 주체성이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이 시대에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등화를 모티프로 한 ‘White Nostalgia’.

등화를 모티프로 한 ‘White Nostalgia’.

김현희의 가구가 누군가의 삶에서 어떤 사물로 존재했으면 하나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조각적인 면이 두드러지지만 많이 만지고 사용해 주길 바라요.
 
근래 새롭게 떠오른 작업적 화두가 있다면
완성된 작업물이 떠나고 난 이후, 자리에 남겨진 것에 주목하고 있어요. 소외된 재료들 또한 가치 있는 사물로 탄생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거든요.
 
오래도록 영감을 얻어온 것은
익숙하고 사소해서 모두가 눈여겨보지 않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왔어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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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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