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아직 영화제의 열기가 식지 않은 칸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뻬를리’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칸의 아름다운 만을 마주 보고 있는 테울쉬메르(The′oule-sur-Mer) 바위 언덕에 자리한 거품 궁전 팔레 드 불레(Palais de Bulles)는 새로운 뻬를리를 축하하는 전 세계 패션 피플로 북적거렸다. 팔레 드 불레는 노년의 피에르 가르뎅이 ‘나만의 천국’이라 부르며 머물던 저택. 이름 그대로 모든 공간을 둥근 곡선으로 만들어 여러 개의 버블이 모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다. 이 독특한 경관은 반클리프 아펠이 공들여 준비한 메종의 상징적인 골드 비즈 모티프를 은유하는 듯했다.
뻬를리 다이아몬드 이어링과 뻬를리 컬러 브레이슬렛, 뻬를리 컬러 링을 착용한 모델.
뻬를리 컬렉션의 모티프인 골드 비즈는 1920년대부터 메종의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골드 비즈는 주얼리의 디자인을 강조하거나 스톤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요소로 활용됐다. 골드 비즈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건 1940년대 후반부터. 반클리프 아펠은 비즈의 사이즈를 점점 키워 ‘쿠스쿠스’ ‘바가텔’ 컬렉션부터 동물 클립 ‘라 부티크’까지 다양한 컬렉션에 적용했다. 메종이 골드 비즈 자체를 모티프 삼아 ‘뻬를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그로부터 꼬박 15년이 흐른 2022년 9월, 프레셔스 스톤과 장식용 스톤, 마더 오브 펄, 코럴 등과 골드 비즈 모티프가 어우러진 새로운 뻬를리 컬렉션이 탄생했다.
팔레 드 불레를 가득 채운 새로운 제품은 뻬를리 컬러 링과 다섯 줄의 골드 비즈에 다이아몬드 혹은 프레셔스 스톤을 세팅한 링, 뻬를리 컬러 브레이슬렛과 펜던트의 라피스 라줄리 버전, 뻬를리 다이아몬드 이어링이다. 더불어 젬스톤으로 변주한 ‘뚜아 에 무아’ 워치, 스트랩 버전의 뻬를리 워치도 선보였다.
뻬를리 컬렉션을 위해 아서 호프너가 디자인한 디스플레이.
뻬를리 컬러 링은 1968년 메종이 선보인 필리핀 링을 새롭게 해석한 제품. 대담하게 자리 잡은 화려한 컬러의 젬스톤, 즉 블랙 오닉스와 우아한 줄무늬의 그린 말라카이트, 희소성 높은 라피스 라줄리, 오렌지 레드 컬러의 코럴, 아주르 터쿠아즈 양옆으로 골드 비즈와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함께 세팅했다. 뻬를리 컬러 링이 강렬한 디자인으로 존재감이 뚜렷했다면, 다섯 줄의 골드 비즈 링에 다채로운 프레셔스 스톤을 더한 링은 좀 더 온화하고 경쾌하다. “프레셔스 스톤을 데이웨어 제품에 적용하고 싶었다. 둥근 골드 비즈와 프레셔스 스톤의 높이와 각도를 맞춰 고르게 세팅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이었기에 이 링은 서로 다른 우주를 연결하는 가교와 같다.” 반클리프 아펠의 CEO 니콜라 보스의 설명이다. 링의 디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비즈 폭이 좁아진다. 이와 어우러진 프레셔스 스톤은 사선 형태로 배치해 작은 반지 안에 리드미컬한 우주가 펼쳐진다. 세 가지 종류의 뻬를리 다이아몬드 링은 옐로골드 · 화이트골드 · 로즈골드의 다이아몬드 파베 링인데, 프레셔스 스톤 컬러링과 마찬가지로 다이아몬드가 사선으로 배치돼 있다.
뻬를리 워치와 다섯 개 라인의 브레이슬렛, 다이아몬드 이어링을 착용한 모델.
링과 함께 매치하기 좋은 세 가지 컬러의 골드 이어링도 함께 선보인다. 컬러플한 스톤이 전하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이아몬드 특유의 우아한 감성이 돋보인다. 뻬를리 컬러 브레이슬렛은 펜던트와 세트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 출시하는 신제품은 라피스 라줄리를 세팅한 버전. 2017년에 출시한 브레이슬렛을 재해석한 오픈 뱅글 형태의 옐로골드 브레이슬렛에는 짙은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카보숑 컷 라피스 라줄리를 배치했다. 라틴어로 ‘하늘의 돌’이라는 뜻의 라피스 라줄리는 투탕카멘의 마스크를 장식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겨진 스톤이다. 행사장에서는 라피스 라줄리 원석에서 내포물 없는 가장 완벽한 상태의 스톤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예측해 깎아내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희귀함이란 과연 우연과 행운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뻬를리 신제품과 아서 호프너가 디자인한 디스플레이의 하모니.
반클리프 아펠은 뻬를리 워치도 새롭게 선보인다. 마더 오브 펄, 블랙 오닉스, 옐로골드의 기요셰 모티프 다이얼 주변을 두 개 라인의 골드 비즈가 둥글게 감싼다. 각 워치는 화이트나 팬지 블루, 블랙 컬러의 그로그레인 패브릭 소재 스트랩 한 개와 함께 다른 컬러의 그로그레인 스트랩 또는 앨리게이터 스트랩 중 하나를 더 고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물론 밴드 교체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뻬를리 워치가 매일 착용하기 좋은 워치라면 ‘너와 나’를 의미하는 ‘투아 에 무아’ 주얼리에서 영감받은 투아 에 무아 워치는 훨씬 장식적인 주얼리 워치다. 커넬리언과 블랙 피터사이트, 다이아몬드와 터쿠아즈, 터쿠아즈와 코럴을 세팅한 세 가지 버전의 워치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대비와 조화를 이룬다. 시크릿 주얼리 워치의 즐거움 중 하나는 다이얼을 어떻게 찾느냐에 있다. 젬스톤이 세팅된 원형 모티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면 360°로 회전하며 마더 오브 펄의 다이얼이 나타난다.
“반클리프 아펠은 오랜 역사를 가진 주얼리 하우스다. 희귀하고 유니크한 하이 주얼리로 시작했지만, 착용하기 쉬우면서도 컨템퍼러리 라이프스타일에 잘 부합하는 주얼리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흐름이고, 아펠 패밀리가 그리는 미래이기도 하다.” 새로운 뻬를리 컬렉션을 선보이게 된 계기에 대한 니콜라 보스 CEO의 설명이다. 알함브라 컬렉션부터 프리볼 그리고 뻬를리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반클리프 아펠은 특별한 누군가의 특별한 하루가 아닌, 모두의 매일을 특별하게 만들려는 원대한 비전을 펼치고 있다. 오늘의 뻬를리 컬렉션은 반클리프 아펠이 그리는 새로운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단초다.
「 비주얼 아티스트 아서 호프너와의 3문 3답
」 팔레 드 불레 안에서 뻬를리 컬렉션이 더욱 특별해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비주얼 아티스트 아서 호프너(Arthur Hoffner)가 디자인한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알루미늄 튜브와 마블 블록, 구 등을 결합해 생동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호프너에게 반클리프 아펠과의 협업에 대해 물었다.
뻬를리 컬렉션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디자인한 비주얼 아티스트 아서 호프너.
뻬를리 컬렉션의 매력 평범한 흙 속에서 나오는 금속을 장인들의 손을 거쳐 고귀한 소재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이 소재로 더 고귀한 주얼리를 만들어내는 여정, 그런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만들어내는 예술 과정과 닮았다.
이번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유희적인 컬러 아이디어와 곡선. 반클리프 아펠과 4년 전부터 협업을 시작했는데, 일관된 틀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시도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형태적으로는 곡선, 컬러로는 블루와 코럴에 중심을 두었다.
투아 에 무아 시크릿 워치의 골드 마운팅 작업.
작은 사이즈의 주얼리를 돋보이게 하는 아이디어 주얼리와 내 작품 사이에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뻬를리 컬렉션의 주얼리들은 거울처럼 반짝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주 매트한 페인팅을 사용했고, 디스플레이 요소로 기하학적 형태를 반복해 서로 연결되도록 했다. 이것이 강한 시너지를 내며 내가 만들고 싶었던 멜로디가 들리는 것 같았다.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음표를 맡은 것처럼 말이다.
「 새로운 뻬를리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팝업 스토어
」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 1층에 오픈한 뻬를리(Perlee) 팝업.
반클리프 아펠이 새로운 뻬를리 컬렉션 론칭을 축하하며 9월 7일부터 22일까지 약 2주 간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 1층에서 팝업을 오픈한다. 디자이너 아서 호프너는 이번 팝업을 통해 뻬를리 컬렉션을 심도 있게 조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섬세한 빛깔의 비즈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떠다니듯 연출해 경쾌한 유희 속에서 뻬를리 컬렉션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