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보적 캐릭터 주현영의 밝은 에너지를 화보로 담아봤어요
제 이야기 맞죠(웃음)?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우리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했으면 진작 하지 않았을까?’ 그게 아니니까 매력으로 확실히 승부를 봐야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예쁘고 잘생긴 친구가 많잖아요. 어떤 걸 무기로 삼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결론은 그냥 ‘나답게 그냥 하자’더라고요. 오늘 화보도 최대한 꾸미지 않고 주현영답게 찍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러플 디테일의 블랙 칼라는 Ganni. 오렌지 바라클라바와 장갑은 모두 Misu a Barbe.
〈SNL〉 제작진이 모여 시트콤 하나를 만들거든요. 〈SNL〉에 나왔던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 콘텐츠 세계관이 이어져서 권혁수 오빠와 출연하게 됐어요. 어제는 포스터 촬영이 있었고요. 오늘 아침에는 푹 자고 일어나서 촬영할 때 얼굴이 부어 있을까 봐 헬스장에서 땀 빼고 왔어요.
쌍둥이 언니 두 명과 살고 있어요. 세 자매끼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 살아보자 해서 셋이 살고 있어요. 한 명이라도 결혼하면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모여 사는 게 저희 세 자매의 오랜 꿈이자 버킷 리스트였는데, 요즘 너무 좋아요. 제가 힘든 날이면 딱히 언니들에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바로 알아채거든요.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고 같이 술 한잔하고 그래요. 셋이 제일 친한 친구예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우영우 인사법’이 SNS에서 ‘힙’한 챌린지로 퍼지고 있어요
그 인사는 드라마 속에서 영우하고만 하거든요. 오늘 〈엘르〉와 SNS 챌린지 영상 찍으면서 혼자 하려니까 너무 어색한 거예요(웃음). 간단한 동작처럼 보여도 은빈 언니랑 많이 맞춰본 거거든요.
블루 수트는 H&M Studio. 블랙 스팽글 베스트는 Saint Laurent by Yoox. 그린 가보시 힐은 Gianvito Rossi. 네크리스는 Lavishe x Amondz. 이어링은 Pearlsonate x Amondz.
드라마 작가님이 요청해서 인사 동작을 직접 만들었다고했죠
이건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요. 빅뱅 노래 중에 ‘비 투더 아 투더 뱅뱅’ 가사가 유행한 적 있잖아요. 마침 동그라미도 그 세대예요. 극에서 그라미가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도 부르잖아요. 동그라미도 저와 같은 세대니까 빅뱅 노래를 잘 알고 있을 거란 말이죠. 그렇게 연상해서 만들게 된 걸 작가님이 좋아해주셨어요. ‘너무 재미있고, 둘이 이런 동작으로 인사하는 게 너무 사랑스럽다’고 하셔서 확신을 가지고 했죠.
첫 미팅 때 하윤경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최수연 변호사 역할의 연기도 함께 준비해가기도 했다고요
처음에는 동그라미 역할로 제안이 왔어요. 저는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라미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막 튀어나오는 아이거든요. 대본을 읽을수록 수연이한테 더 애정이 많이 갔어요. 작가님이 동그라미 캐릭터는 안영미 선배님께서 예전에 연기했던 김꽃두와 아이키 선배님을 보면서 만드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미지가 뇌리에 꽃혀서 저만의 동그라미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어요. 어쨌든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단호하고 또 다정하게 수연이 역은 ‘생각해 놓은 분이 있다’고 애기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알겠습니다’ 했죠(웃음).
실제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와 모니터하면서 내 연기를 봤을 때 다르게 느껴지는 게 있던가요
평상시에 모니터를 꼼꼼하게 하는 편은 아니에요. ‘내가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겠다’ 스스로 틀을 만들게 되거나 고정관념이 생길 것 같아서요. 이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부터 좀 더 주의 깊게 봤어요. 제 연기를 드라마로 보니까 초반엔 생각보다 많이 경직돼 있더라고요. 동그라미는 충동적인 캐릭터잖아요. 그 특성을 제가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보이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보다 영우와 털보 사장님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잡은 것 같아요.
그린 니트 톱은 & Other Stories. 체크 스커트와 체크 부츠는 모두 8 by Yoox.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아지고 있어요. 동그라미 입장에서 아주 막연하게 뒷이야기를 상상한다면
제가 참여한 작품이 시즌2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축복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으론 그라미가 영우를 질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드라마에는 갈등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절대 틀어지지 않았으면 해요. 그라미는 영우를 행복하게 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동시에 그라미 역시 영우가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고요. 아마도 권모술수와 동그라미의 관계가 새롭게 그려지지 않을까요? 혼자 상상은 해볼 수 있는 거니까요(웃음).
백상 예능상 수상을 축하해요! 〈SNL〉에서 연기한 경험을 두고 ‘성덕이 됐다’고 표현했죠? 〈SNL〉을 10대 때부터 봤다고 고백했는데,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던가요
사람들이 속으로는 똑같이 생각하는데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감정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질 때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극한직업〉만 봐도 그래요.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짝 과장해서 보여주지만, 재미있잖아요.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어내지만, 공감할 수 있고 웃음이 나니까요.
톱과 스커트는 모두 JW Anderson by Hanstyle.com. 블랙 워커는 Ports 1961, 이어링과 링은 모두 Fruta.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기자도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하고 한편으로 공감이 되는 캐릭터죠
처음 주기자 캐릭터를 만들 땐 많은 사람이 공감만 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기자를 보고 ‘요즘 애들 진짜 저렇게 얘기하지. 진짜 답답해 죽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서 생각이 좀 바뀌더라고요. 사람들이 주기자를 조금 안쓰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주기자와 똑같았어요. 그때 저를 북돋워주고, 응원해 준 사람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저에게 은인처럼 남아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주기자를 보고 마냥 비웃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건가요
요즘에는 그래요. 제가 공감할 때 연기할 수 있고, 이를 보는 사람들도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공감이 주는 영향력이 진짜 크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주기자는 뻔뻔하고 당당한 점이 매력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요
평소의 저는 진짜 소심하고, 겁이 많아요. 친구들이 걱정인형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라디오스타〉에 처음 나갔을 때도 너무 떨리더라고요. 화장실에서 혼자 변기에 앉아 있고 그랬어요. 제가 너무 긴장하니까 안영미 선배님이 손잡아주면서 “나만 믿어. 힘들면 언니가 알아서 다 해줄게. 나랑 수지가 있는데 왜 걱정해”라며 다독여주셨어요.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몰라! 나는 이제 주기자야. 나는 주현영이 아니야’ 이런 식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해버려요.
그레이 니트 톱과 그레이 스커트는 모두 Prada.
의외의 모습인데요. 시청자가 바라보는 주현영은 연기하는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처럼 보여요
그런 찰나의 순간이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계산하지 않고 그 인물 자체로 존재하면서 날것의 반응이 튀어나올 때 되게 짜릿한 것 같아요. ‘짜릿해!’ 이런 순간적인 반응이 나오는 거죠.
어렸을 때는 어땠나요? 늘 ‘끼’ 많은 아이였나요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영상 중에 부모님이 TV를 보고 계시는데 제가 앞에서 막 미친 척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게 있어요. 아빠는 신경을 하나도 안 쓰고 TV만 보고 계시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옆에서 춤추고 난리 블루스를 춰도 엄마 아빠는 익숙하다는 듯이 자기 일을 하세요. 어릴 때부터 막내라서 비타민 역할을 자처했던 것 같고, 저는 그게 좋았어요. 저 때문에 누가 웃는 게 좋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웃기는 게 좋아지고, 코미디가 좋아졌던 것 같아요.
주현영의 연기가 돋보이는 건 예리한 묘사력과 디테일 덕분이잖아요.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지
딱 꽂히는 순간이 있어요. 예를 들면 주기자도 그런 거죠. 보통 발표하는 사람은 떨리고 두려운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잖아요.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리거나 성대가 조여들고, 제스처가 많아지고 몸이 뻣뻣해지는 데도요. 저는 그런 게 재미있어요.
플리츠 드레스는 Miu Miu. 러플 디테일의 블랙 칼라는 Ganni. 오렌지 바라클라바와 장갑은 모두 Misu a Barbe, 베이지 워커는 Rekken.
사람들이 난처한 순간에 진심을 감출 때 당신은 두 눈을 반짝이며 상황을 바라보는군요
맞아요(웃음). 선배가 후배를 혼내면서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까 봐 걱정되어 얘기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자신을 포장하려고 할 때 나오는 사람들의 특유의 제스처 같은 걸 목격하면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이걸 제가 재현할 때 사람들이 공감해서 웃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는 거죠.
요즘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와 영화 〈2시의 데이트〉도 촬영하고 있다고요
최근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세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었어요. 세 명의 캐릭터가 다 다르니까 어느 순간부터 연기할 때 혼란스러운 거예요. 그럴 때마다 은빈 언니가 잡아주고, 이서진 선배님이 좀 잡아주고, 성동일 선배님과 윤아 언니가 잡아주고 그랬어요. 저는 너무나 운 좋게도 제가 비틀거리고 정신을 못 차릴 때마다 옆에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각각의 현장에서 받은 조언들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톱과 스커트는 모두 JW Anderson by Hanstyle.com. 이어링은 Fruta. 선글라스는 Salvatore Ferragamo.
앞으로 주현영이 계속해서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긴장을 많이 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사람이에요. 특히 요즘은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심하는 건 좋은데 이 마음이 가끔 저를 기운 빠지게 할 때도 있어요. 이런 게 연기에도 묻어나더라고요. 지금은 그 중간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주현영다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 앞에서 100% 솔직하게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매 순간 솔직하게 연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