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사장님'을 만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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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사장님'을 만나다

10개의 공방이 모여있는 Le19M을 오픈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든,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를 파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방호광 BY 방호광 2022.05.03
 
샤넬의 공방 전문 자회사 파라펙시옹(Paraffection)이 여러 공방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41개 공방을 모을 수 있었던 샤넬의 저력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파라펙시옹의 시작 때부터 Le19M은 기획된 것인가
Le19M이 시작된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이 프로젝트는 가브리엘 샤넬 시절부터 시작돼 칼 라거펠트를 거쳐 오늘날 버지니 비아르로 이어지는 협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파라펙시옹은 작은 공방을 비롯해 규모가 훨씬 큰 패브릭과 가죽 제품을 제작하는 공장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공방을 인수하는 과정과 관계없이 샤넬 역사에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하고 있었다. 이 협업은 샤넬의 향후 20여 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초기에는 공방에서 실현되는 공예 기술의 능력과 창의력에 국한돼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지속가능성으로 그 역할이 대폭 확대됐고, 이를 위해 컬렉션에 사용되는 소재의 원료와 제조 방식까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라펙시옹을 통해 41개의 공방과 공장을 관리하는 동시에 앞서 말한 소급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향하는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인증을 받은 패브릭을 제작할 경우 이 패브릭을 구성하는 실 자체가 오가닉으로 제작돼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패브릭의 생산 라인을 이해하고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기술과 창의력에서 시작된 노력은 오늘날 샤넬 고객에게 지속가능성까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제품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파라펙시옹이 가진 특별한 점이 있다면
파라펙시옹에 속한 공방의 특징 중 하나는 각 공방이 독립적으로 운영된 초기부터 샤넬은 그들의 고객 중 한 명이었고, 샤넬 이외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됐다. 이는 파라펙시옹에 속한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샤넬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며 공방들은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트렌드를 익히며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스템은 서로에게 합리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공방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거의 모든 공방 인수를 맡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다른 하우스와 경쟁도 하지 않았고, 각각의 공방은 샤넬과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순탄하게 진행됐다. 샤넬에 합류한 이후에도 공방 경영진은 그대로 남아 여전히 공방 경영을 맡고 있어 그들이 가진 기술과 창의력이 샤넬의 힘과 더해져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각 공방은 샤넬과 함께, 샤넬을 위해 완벽한 컬렉션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고, 이는 다른 브랜드와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균형이 바로 패션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샤넬이 공방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현재 Le19M에 있는 공방들은 샤넬을 대표하는 예술적인 공방인데, 이 공방들의 역사는 오트 쿠튀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칼 라거펠트에서 시작해 버지니 비아르까지 두 사람은 이 공방들의 작업을 쿠튀르에 국한하지 않고 레디 투 웨어로 범위를 넓혔다. 우리는 파라펙시옹 공방들의 경영적 부분에서 도움을 주는 대신 각 공방에 창의력과 기술적 발전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지속 가능성과 제작 과정의 투명성도 포함된다. 앞으로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소재는 컬러와 지속성, 텍스처 등 많은 부분에서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Le19M은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파사드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스코틀랜드, 인도 등에 자리 잡은 29개의 공장 역시 샤넬에 중요한 곳이다.
 
Le19M이 파리 19구에 세워졌다는 것 역시 놀라웠다
5년 동안 파리와 샤넬의 또 다른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팡탕(Pantin) 지역과 가깝고, 지하철이 인접한 장소를 물색했다. 처음에는 수평적으로 굉장히 넓은 면적을 가진 건물을 기획했지만, 독립적인 건물을 만들려는 과정에서 기존 아이디어가 가능한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계획을 조금 수정해 수직적 공간으로 변형된 상징적인 Le19M이 탄생했다. 결국 우리에게 더 큰 발전을 가져온 셈이다.
 
Le19M은 프랑스의 상징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루디 리치오티(Rudy Ricciotti)의 손에 맡겨졌다. 그에게 이 건축을 의뢰한 이유는? Le19M은 곳곳에 흩어져 있던 샤넬의 공방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는 의미도 있다. 샤넬 외 다른 브랜드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비밀 유지를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곳 건축을 위해 샤넬 측에서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
다양한 건축가의 제안 중에서 루디 리치오티의 디자인이 가장 상징적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Le19M은 다양한 공방이 가진 엄청난 기술을 보여주는 파사드 역할을 한다. 파리 패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고, 루디의 디자인은 이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요청한 것은 공방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굉장히 간단한 주문이었다(웃음). 오픈한 지 1년 남짓 되었는데 10개의 공방과 수영복 브랜드 에레스(Eres), 기술을 배우는 학교와 갤러리로 이뤄진 이 건물은 600여 명으로 이미 꽉 차 있다. 이곳은 샤넬뿐 아니라 40여 개의 브랜드가 공방들과 작업하는, 패션 전반의 근간이 되는 노하우의 집결체다.
 
샤넬에서 한국의 의미는 어떤가? 2015년 크루즈 쇼가 서울 DDP에서 열렸다
30여 년 전 샤넬에서의 첫 출장지가 바로 한국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서울에 플래그십을 오픈했고, 팝업과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으며, 칼 라거펠트가 진두지휘한 크루즈 패션쇼 역시 서울이었다. 초기부터 샤넬과 한국은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이 가진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샤넬의 패브릭 역시 한국인의(패브릭 총괄 담당이 한국인)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국과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향후 2년 동안 한국에서 중요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게다가 6월 초 한국 고객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이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는 무엇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해야 할 역할은
팬데믹으로 샤넬뿐 아니라 많은 브랜드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2년 전에는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스스로 자문해야 하고, 상황에 맞춰 시시각각 유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무엇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첫째도 창조, 둘째, 셋째도 창조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음 컬렉션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오롯이 쇼 현장에 집중했던 노력이 이제는 쇼 시작 전, 현장 그리고 사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로 이어지는 다양한 콘텐츠가 자리를 잡았다. 패션 위크에 참석하지 못하는 세계 각국의 많은 이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쇼 공개 이후 파급효과가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런 일련의 변화는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란 정직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제품뿐 아니라 구성된 소재의 퀄리티와 투명성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직접 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로운 선택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존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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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방호광
    글 김이지은
    COURTESY OF CHANEL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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