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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사람들 · 더퍼스트펭귄(t-fp)
공간과 브랜드를 만드는 이 회사 소개엔 ‘미래를 바꾸려는 사람들을 돕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혀 있다. “공간을 바꾼다는 건 시간을 바꾸는 거고, 시간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고 그건 또 미래를 바꾸죠.” 뜻이 있는 자의 길을 터주는 일, 더퍼스트펭귄은 그 길을 만든다. 진정성 본점 작업 당시 이들은 10년 가까이 비어 있던 오두막 같은 건물 앞에 80m의 긴 담벼락을 세웠다. 한정된 예산에서 건물 외관의 단점을 가리고 두 개의 동을 하나의 울타리에 묶으면서 비밀 요새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위드지스-진정성 종점은 위드지스(Withjis)라는 창호 회사의 쇼룸이기도 하다.
건물은 바다의 경관을 받아주는 낮고 긴 형태로 나무, 돌, 금속 등 소재의 종류를 최소화해 공간에 통일성을 주고 여백을 두었다. 이는 정직과 진정성을 추구하는 더퍼스트펭귄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 아이소이(ISOI)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를 명확히 드러낸다. “친환경을 자연이나 그린으로 푸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덜 인위적인, 사람의 손을 적게 탄 소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댕강댕강 썰어 쓰는 제재목이나 복잡하게 가공되지 않은 두꺼운 평철, 회벽돌 같은 기본 단위의 건축 자재를 이용해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건물 내외부엔 특별 제작한 8만 장의 회벽돌을 쌓고, 매장 내의 핵심 요소는 삼나무 제재목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화장품 매장 특유의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아이소이 측도 결과에 만족했다.
쇼룸과 전시 공간, 동시에 카페인 이곳은 요즘 익선동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더퍼스트펭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오랜 대화를 통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온다. 작은 카페 하나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해방촌 언덕의 ‘업스탠딩 커피’에는 진실한 자세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젊은 오너가 있다. 업스탠딩(Upstanding)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나왔다. 오래된 시장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루미늄 새시 구조를 차용한 커다란 입구는 문만 열면 골목과 바로 통한다. 내부 공간도 손님과 작업자의 영역 구분 없이 오픈돼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옥상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과 언덕길,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해방촌이라는 지역의 독특한 환경이 디자인 요소가 돼 이러한 형태의 계단이 탄생했다. 결국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그 지역과 그곳에 머무는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