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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SAG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오징어게임〉은 TV드라마 부문에서 시상식의 최고상 격인 앙상블 연기상, 여자 연기상, 남자 연기상, 스턴트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어요.
이날 먼저 수상자로 호명된 건 이정재였습니다. 그는 〈석세션〉 시즌3의 브라이언 콕스, 키에란 컬킨, 제레미 스트롱, 〈더 모닝 쇼〉 빌리 크루덥을 제치고 TV드라마 부문 남자 연기상을 거머쥐었죠. 한참 트로피를 매만지던 이정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 세상에 너무 감사하다. 오늘 큰일이 저에게 벌어져서…"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품 안에 준비해 온 듯한 종이를 꺼내며 "(수상소감을) 진짜 많이 써왔는데 읽지를 못하겠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했어요. 마치 갓 데뷔한 배우가 신인상을 탄 것처럼 감격에 겨워 하는 30년차 베테랑 배우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기기 충분했습니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의 관객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면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오징어게임〉팀에도 너무 감사하다"라는 짧은 소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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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호연이 여자 연기상을 받았어요. 배우 데뷔작이 넷플릭스 역대 시청자수 1위를 기록한 것도 모자라 SAG상까지 선사했으니 수상대에 오르는 감동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터였죠. 게다가 그와 연기상 트로피를 두고 경쟁하던 건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사라 스누크, 엘리자베스 모스 등 정말 쟁쟁한 배우들이었고요.
이름을 불리고도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정호연은 눈물을 흘리며 연단에 섰습니다. 그는 "여기 계신 많은 배우들을 TV에서, 스크린에서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 이 자리에 와있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영광이다"라고 말한 후 영어로 "제게 문을 열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어요. 이를 지켜보던 〈오징어게임〉 팀의 김주령은 물론이고 제시카 차스테인 등 현장에 있던 배우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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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징어게임〉의 앙상블 연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TV드라마 스턴트상을 수상하며 총 3개 부문의 SAG 트로피를 얻었습니다. 물론 한국 배우로서 최초로 탄 TV드라마 부문 연기상이고, 비영어권 드라마 배우로서 받은 첫 연기상이었습니다.
〈오징어게임〉 팀 전원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벗고 말쑥하게 차려 입은 시상식이었지만, 특히 현장에서 눈에 띈 건 정호연의 패션이었습니다. 그는 루이 비통의 드레스를 입었는데요. 한국 전통 의복의 디테일을 더하기 위해 드레스와 같은 소재의 댕기를 요청했다고 해요. 곱게 아래로 땋아 묶은 머리 끝의 댕기가 인상적이군요. 헤어 스타일링을 맡은 제니 조는 정호연의 사진과 함께 "오늘 SAG 시상식에서 호연이 매는 이것은 전통 한복과 함께 착용하는 머리끈 '댕기'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K-드라마와 함께 K-전통의상 한복의 위상까지 올려 준 멋진 선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