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보이의 얼굴들 #GIRIBOY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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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보이의 얼굴들 #GIRIBOY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이해시키는 기리보이, 홍시영. 그의 시선으로 편집된 시선은 단순하지만 진지하고, 오묘하지만 천진난만하다. 그 표정에 투영된 기리보이의 모놀로그.

이재희 BY 이재희 2022.01.29
 
 
유난히 눈이 펑펑 내린 겨울이에요. 눈 오는 날은 어떻게 보내나요
시끌벅적하게 보내진 않지만 겨울을 좋아해요. 사람들이 목도리 두르고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니고, 군고구마 먹으면서 “춥다, 추워” 하는 그 모습들이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마침 올해 1월 4일에 발표한 곡 제목도 ‘눈이 오던 날’이에요. 정말로 눈이 오던 찰나에 곡을 썼는지 궁금해요
그냥 겨울에 쓴 곡이라 ‘눈이 오던 날’이 됐어요. 여름에 만들었다면 아마 비가 오던 날이 됐을 거예요(웃음). 오랫동안 생각만 해오던, 언젠가는 꼭 한번 만들고 싶던 곡을 드디어 발표하게 됐어요. 계절을 이야기하는 곡을요.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다이나믹 듀오와 에픽하이 형들 같은 곡을 제대로 만들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힙합인데 절절한 발라드 감성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노래방에서도 함께 부르면서 즐길 수 있는 곡을요.
 
이너 웨어로 입은 티셔츠는 8 by Yoox. 핸드 크로셰 베스트는 Leje.

이너 웨어로 입은 티셔츠는 8 by Yoox. 핸드 크로셰 베스트는 Leje.

 
셔츠는 Burberry.

셔츠는 Burberry.

 
글리터 니트 톱은 Xander Zhou. 네크리스는 Portrait Report. 이어 커프는 32dawn.

글리터 니트 톱은 Xander Zhou. 네크리스는 Portrait Report. 이어 커프는 32dawn.

 
니트 톱과 카디건, 재킷과 팬츠는 모두 Prada. 네크리스는 Every Birthday. 오른손 약지에 낀 링은 Gneul. 검지에 낀 링은 Jiye Shin. 왼손 검지에 낀 링은 Vokchoi. 약지에 낀 링은 Usite X Amonz.

니트 톱과 카디건, 재킷과 팬츠는 모두 Prada. 네크리스는 Every Birthday. 오른손 약지에 낀 링은 Gneul. 검지에 낀 링은 Jiye Shin. 왼손 검지에 낀 링은 Vokchoi. 약지에 낀 링은 Usite X Amonz.

기리보이의 사랑 노래에는 이별한 남자가 종종 등장하죠. 팬들이 당신의 노래를 ‘찌질한 사랑의 대명사’로 부른다는 걸 알고 있나요
제가 노래를 내면 “형, 이번에 또 헤어졌어?” “그만 좀 헤어져” 이런 댓글이 달려요. 그런 반응이 그냥 재미있어요. ‘나는 찌질하지 않아’라고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어떤 영화에 과몰입하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이 제 곡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마냥 고맙고 즐거워요.
정말 경험한 걸 그대로 쓴 건 아니잖아요
모든 노래가 100% 제 이야기는 아니죠. 제 노래 중에 이혼 이야기도 있고, 사별 이야기도 있는걸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들었을 때 저의 일부분이 조금씩 담겨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해요.
첫 앨범 〈You Look So Good To Me〉가 나온 지 11년이 지났어요.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제 개인적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싶진 않았어요. 감추고 싶어서 최대한 덜어내면서 작업했거든요. 첫 앨범을 내고 시간이 10년쯤 지나서인지 그동안 제가 겪어온 일을 음악으로 풀어봐도 괜찮겠다 싶어요. 이제야 비로소 진짜 제 이야기를 담고 싶어졌어요.
어쩌면 자유로워진 걸까요
힙합 아티스트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곡에 털어놓는 사람이 많잖아요.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화를 표출하기도 하고요. 그런 솔직한 가사들이 명언처럼 와닿을 때가 있어요. 저 역시 제 이야기를 가사로 쓰면서 오랜 좌우명이나 옛날의 실수를 되돌아보게 돼요. 그 과정에서 인생의 어떤 부분이 딱 정리되기도 하고요.
2021년의 마지막 곡으로 ‘너의 밤, 너의 별, 너의 달’을 배우 김유정과 노래했어요. 그리고 이번 곡은 쏠(SOLE)이 피처링했고요. 늘 예기치 못한 조합으로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에요
동일한 아티스트와 반복해서 작업하지 않으려는 저만의 원칙이 있어요. 지키기가 매우 어렵지만요. 새로운 아티스트랑 잘 맞는지 안 맞는지는 실제로 작업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 가능성을 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쏠과는 ‘눈이 오던 날’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작업하기로 했어요.
새롭게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요즘 정말 누구와 협업하는 게 좋을지 그 생각만 하고 있어요. 제가 10집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2022년은 저에게 운명적인 해예요. 기리보이라는 이름의 모음만 빼고 발음하면 ‘이이오이’잖아요. 숫자를 바꿔 적으면 2252예요. 그래서 22년 5월 2일, 22년 5월 22일 이날을 특별하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페더 장식의 재킷은 Gucci. 네크리스는 Portrait Report.

페더 장식의 재킷은 Gucci. 네크리스는 Portrait Report.

 
니트 후디드 톱은 Lagoon1992. 이어 커프는 Trencadism.

니트 후디드 톱은 Lagoon1992. 이어 커프는 Trencadism.

 
왼손 마디에 낀 진주 장식의 피어스 링은 Gneul. 새끼손가락에 낀 링은 Trencadism. 약지에 낀 링은 Usite X Amonz. 중지에 낀 링은 207 Tribe. 검지에 낀 링은 Chrome Hearts. 엄지에 낀 링은 Ille Lan. 레더 브레이슬렛은 Chrome Hearts. 체인 브레이슬렛은 Dior.

왼손 마디에 낀 진주 장식의 피어스 링은 Gneul. 새끼손가락에 낀 링은 Trencadism. 약지에 낀 링은 Usite X Amonz. 중지에 낀 링은 207 Tribe. 검지에 낀 링은 Chrome Hearts. 엄지에 낀 링은 Ille Lan. 레더 브레이슬렛은 Chrome Hearts. 체인 브레이슬렛은 Dior.

 
레이저 커팅이 독특한 블랙 셔츠와 카무플라주 팬츠, 샌들은 모두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Men.

레이저 커팅이 독특한 블랙 셔츠와 카무플라주 팬츠, 샌들은 모두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Men.

운명의 날이 곧 오네요? 그날 10집을 발표할 건가요
일단은 그냥 달력에 적어뒀어요. 10집에는 여태까지 상상도 못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거든요.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장범준 씨예요. 지난해부터 그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는데 가사도 독특하고, 저랑 잘 맞을 것 같더라고요. 요즘 작업을 같이 하자고 말할 때 DM으로 연락을 주고받잖아요. 그런데 장범준 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더라고요. 부디 〈엘르〉의 이 인터뷰를 읽으시기를(웃음).
기리보이는 ‘다작’하는 아티스트로도 유명하죠? 꾸준하고 성실하게 결과물을 내는 게 지겨울 때는 없나요
지칠 때도 있죠. 그럴 때는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해요. 예를 들어 OST를 의뢰받으면 준비 기간이 1~2주 정도 돼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끄집어내면서 음악을 만들거든요. 물론 힘든 작업이지만, 그럴 때도 열심히 사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대충 일한다’ 이런 이미지가 싫더라고요. 음악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라는 마인드로 작업할 때 느껴지는 성취감 같은 게 있어요.
오랜 시간 음악을 마주했지만, 반복해서 하는 고민이 있다면
모든 걸 마스터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해요.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사람들이 이제 나올 건 다 나왔고,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또 어린 친구들이 좋은 음악을 가지고 나오고, 해외에서 새로운 종류의 음악이 나오기도 해요. 뻔한 말이지만 음악에는 정말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 게으른 건 변명’이라는 생각은 여전한가요
제가 쓴 대부분의 가사가 스케줄 이동할 때 쓴 것들이에요. 요즘은 휴대폰으로 멜로디를 녹음할 수도 있잖아요. 뭐든 천천히 배워두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요즘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취미 반 진심 반으로 멀리 보면서요. 올해는 영어 공부를 꼭 시작하고 싶고요. 튜토리얼 영상도 영어로 된 게 많잖아요. 영화를 원어로 볼 때 느끼는 감각도 다를 테고,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리보이가 생각하는 ‘기리보이다움’은
좋아하는 걸 다 해보는 사람. 저는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뭔가 대단하게 성공하겠다는 마음보다 잔잔하더라도 계속,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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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패션 에디터 이재희
    피처 에디터 김초혜
    사진 장덕화
    스타일리스트 강수민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에녹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수연
    패션 어시스턴트 이예린
    피처 어시스턴트 최이수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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